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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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압도적 걸작, 스크린에서 재회하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가 잭 토랜스(잭 니콜슨 분)는 아내 웬디(셸리 듀발 분), 외아들 대니(대니 로이드 분)를 동반한 채 산속 오버룩 호텔의 겨우내 관리를 맡게 됩니다. 대니는 과거 호텔 관리인 그래디(필립 스톤 분)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건을 비롯한 호텔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잭은 광기에 사로잡혀 웬디와 대니를 살해하려 합니다.

특별한 능력, ‘샤이닝’

스티븐 킹의 1977년 소설 원작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각색, 제작, 연출을 맡은 1980년 걸작 ‘샤이닝’이 롯데시네마 스탠리 큐브릭전의 일환으로 개봉되었습니다. 10월부터 5월까지 폐점하는 첩첩산중의 호텔 관리인 가족이 유령을 목도하며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의 연속을 묘사합니다.

지난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의 완벽한 오마주로 ‘샤이닝’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절친했던 스탠리 큐브릭이 구상했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한 ‘A.I.’를 2001년 완성한 바 있습니다.

제목 ‘샤이닝(Shining)’은 극중에서 음성 언어에 의한 대화를 하지 않고도 텔레파시와 같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특별한 능력을 지칭합니다. 친구가 없는 고독한 대니는 상상 속 친구 토니와 대화합니다. 토니는 직관적이며 미래를 예견합니다. 소년 대니와 오버룩 호텔의 요리사 딕(스캣맨 크로더스 분)만이 보유한 샤이닝은 대니와 웬디가 목숨을 구하는 단서가 됩니다.

억눌린 가장의 광기, 대폭발

초반부만 해도 토니에 의존하는 대니로 인해 대니가 불길한 캐릭터이며 잭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오지로 온 정상적인 가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잭의 억눌린 본성이 가족을 살해하려는 광기로 대폭발하며 대니와 잭의 위치는 반전됩니다. 잭의 성욕과 음주 욕구는 적나라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기괴하게 암시됩니다.

잭이 집필에 몰두하던 원고의 실체 역시 반전의 하나로 웃음을 유발합니다. 잭의 압박감과 광기, 그로 인한 일련의 행동은 작가, 넓은 범위의 창작자의 고통을 웅변합니다. 스티븐 킹은 1990년에 영화화된 1987년 작 소설 ‘미저리’에도 작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잭에게 버본 위스키를 대접하는 바텐더 로이드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타이렐을 맡은 조 터켈이 연기했습니다. 타이렐은 ‘블레이드 러너’ 클라이맥스에서 살해되지만 그의 존재는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의미심장하게 남았습니다. ‘샤이닝’의 서두의 드라이브 장면은 ‘블레이드 러너’의 극장판 결말에서 재활용되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워너 브라더스에 의해 배급되었습니다. ‘샤이닝’에는 워너 브라더스가 판권을 보유한 루니툰 애니메이션 시리즈 ‘로드 러너 쇼’가 삽입되었습니다.

잭 역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게 됩니다. 잭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그래디와 조우한 뒤 그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극중에 유령으로 등장하는 그래디의 두 딸은 ‘쌍둥이’로 알려져 있으며 쌍둥이 배우가 연기했지만 설정 상으로는 8세와 10세 자매입니다. 웬디의 정당방어로 잭은 창고에 감금되지만 그래디와의 대화를 통해 창고 밖으로 빠져나와 가족 살해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잭의 가족 살해 시도는 가깝게는 가장의 폭력에 의한 가정 파괴를 은유하며 멀게는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잭이 창고 밖으로 나오는 초현실적 전개를 통해 ‘샤이닝’에서 토랜스 일가가 보았던 환상은 단지 환상에만 지나지 않았음이 입증됩니다.

결말에는 잭의 모습이 담긴 1921년 파티 사진이 제시됩니다. 초반부에 잭이 오버룩 호텔로 오게 된 기시감을 고백한 이유에 대한 설명입니다.

거대한 밀실 스릴러

클라이맥스는 잭과 대니가 쫓고 쫓기는 울타리 미로(Hedge maze) 장면입니다. 하지만 눈 덮인 오버룩 호텔을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3명에 불과한 토랜스 일가에게 호텔 전체가 거대한 미로와 같기에 ‘샤이닝’은 거대한 밀실 스릴러라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밀실인 오버룩 호텔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 딕입니다. 그는 설상차, 즉 스노우캣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 뒤 퇴장합니다. 극중에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유일한 살인의 희생자이기도 합니다.

유혈 장면이 많지 않으며 공간적 배경인 고요한 설산과 같이 조용한 영화이지만 대사와 분위기를 통한 공포 조성이 돋보입니다. 느릿느릿함 속에서 차분하게 쌓아온 서사 전개가 후반부에 폭발력을 발휘합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큐브릭의 집착

등장인물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샤이닝’에서 대배우 잭 니콜슨의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공포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천진난만한 연기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반면 대니 역의 대니 로이드는 아역답지 않은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로 부자 대결 구도를 형성합니다. 대니의 이중 자아와 지혜로움이 대니 로이드로 인해 설득력을 확보합니다. 잭 토랜스(Jack Torrance)를 잭 니콜슨(Jack Nicholson), 대니 토랜스(Danny Torrance)를 대니 로이드(Danny Lloyd)가 연기해 이름이 일치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아들을 살해하려는 남편을 막으려는 웬디 역의 샐리 듀발의 캐스팅은 실로 절묘해 호러 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큰 눈과 길쭉한 얼굴, 도드라진 광대뼈와 잇몸으로 인해 항상 놀란 표정입니다. 깡마른 체구에 큰 키로 인해 불길함과 공포를 부채질합니다. 마치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합니다.

숨 막힐 듯 광기를 유발하는 편집광적인 실내 장식과 정교한 미장센을 통해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의 강박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스탠리 큐브릭의 집착을 큰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시 영화는, 특히 걸작은 극장의 스크린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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