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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 익숙한 요소들 속 현란함 지나쳐 산만해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IA는 에이햅(하정우 분)이 이끄는 용병 집단을 고용해 북한군 장성의 신병을 확보하려 합니다. 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 ‘킹’이 갑자기 출현하자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으로 작전이 변경됩니다. 에이햅과 부하들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음모로 인해 위기에 직면합니다.

‘북풍’을 패러디

김병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PMC 더 벙커’는 민간군사기업 PMC(Private Military Company), 즉 용병 집단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병을 확보해 벙커를 탈출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근 미래인 2023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 경제 대국이 되자 미국이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은 북한을 활용해 중국과의 파워 게임이 나선다는 줄거리입니다.

CIA는 미국 대통령 맥그리거(로버트 커티스 브라운 분)의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선거 당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용병 집단을 활용하려 합니다. 맥그리거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 트럼프를 연상시키지만 기본 설정은 북한을 전쟁 변수로 선거에 악용하려했던 남한 보수 집단의 ‘북풍’의 풍자입니다.

‘PMC 더 벙커’는 김병우 감독의 2013년 작 ‘더 테러 라이브’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한국의 정치 현안을 소재로 한 실시간 스릴러로 긴장과 반전을 쉴 새 없이 몰아치려한 연출 의도가 두드러집니다.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실내 장면에 할애했으며 TV 방송이 전개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합니다. 주연이 하정우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한글이 배제되어 영어로만 된 제목도 이국적 성격을 강조합니다. ‘PMC 더 벙커’는 하정우와 북한 의사 윤지의 역의 이선균을 제외하면 중요 등장인물은 모두 외국인 배우들이며 대사도 대부분 영어입니다. 남북한 캐릭터도 영어에 유창하다는 설정에 주인공 에이햅의 한국 이름은 공개되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 성격이 두드러집니다. 극중의 TV 방송도 한국의 것은 거의 없으며 미국의 방송사 위주입니다.

감독의 강박, 산만함으로 귀결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강박적인 장르이지만 ‘PMC 더 벙커’는 김병우 감독의 강박이 지나쳤습니다. 극한의 긴장과 반전을 끊임없이 제시하려다보니 작위적인 부분이나 어색한 설정이 두드러집니다.

미국 정부는 킹을 살해할 것인지 아니면 생존해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갈팡질팡합니다. 실제 CIA라면 비슷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미 갖춘 채 대처하지 않을까 싶지만 극중 CIA는 당황해하며 임기응변에만 의존합니다. CIA에서 에이햅을 담당하는 팀장 맥켄지(제니퍼 엘 분)는 작전 도중 권한을 박탈당하지만 그와 에이햅의 전화 통화를 지켜보며 방치하는 CIA 요원도 비현실적인 설정입니다. 맥켄지는 국가의 이익이 중요한지 아니면 에이햅과의 친목이 중요한지도 판단을 제대로 못합니다.

에이햅의 아내가 에이햅이 최대 위기에 빠진 당일이 출산일이지만 난산을 겪으며 전화 통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화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철저히 클리셰에 기대어 전개된 끝에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어 진부합니다.

1인칭 위주로 마구 뒤흔드는 카메라 워킹과 무수한 컷으로 잘게 나눈 편집은 피로를 유발합니다. 완급조절에 실패한 채 현란함이 지나쳐 산만합니다. 중반의 짧은 회상 장면과 종반을 제외하면 공간적 배경이 철저히 벙커 안에만 머물러 답답함을 유발합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에이햅은 용병 집단의 리더이지만 조기에 부상을 당하는 데다 액션의 비중이 낮은 ‘길 안내자’에 가까운 것도 약점입니다. 하정우의 액션 연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실망 요소 중 하나입니다.

홍수를 이루들은 빠른 대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헷갈리게 만들어 초점을 흐립니다. 이선균의 북한인 캐스팅은 어색합니다. 이미지는 물론 사투리 연기까지 북한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선균의 발성이 문제인지 아니면 음향 기술의 한계인지 알 수 없으나 한국 영화의 고질적 약점인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약점도 이선균이 소리치는 대사에서 비롯됩니다.

24’, ‘강철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등

‘PMC 더 벙커’는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미국 대통령과 CIA, 그리고 현장 요원이 실시간으로 펼치는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24’와 같은 미국 드라마를 빼닮았습니다.

용병 집단을 주인공으로 지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FPS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FPS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정신 사나울 수도 있습니다.

남북한의 대조적인 남자 캐릭터 2명이 힘을 합쳐 북한 최고 지도자를 구출하는 서사는 1년 전 개봉 ‘강철비’를 연상시킵니다. 버디 무비와 해피 엔딩 역시 당연한 귀결입니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설정해 SF 요소도 있습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공 모양의 드론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BB-8을, 나름의 반전인 에이햅의 기계 의족 설정은 신체 일부를 기계화한 용병이 등장했던 ‘로건’을 연상시킵니다.

총상을 입은 빈사 상태의 인물을 살리기 위한 직접 수혈 장면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스로 총탄을 뽑아내며 전장 한복판에서 외과 처치를 하는 장면은 ‘람보 3’와 ‘블랙 호크 다운’을 합친 듯합니다.

더 테러 라이브 - 한국식 온정주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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