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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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IMAX - 달과 죽음, 흑백 영화와 같은 클라이맥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달과 죽음

‘퍼스트맨’은 죽음에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의 2살 난 딸 캐런의 병사로 시작해 동료 엘리엇(패트릭 퓨짓), 에드(제이슨 클라크 분)의 사고사가 순서대로 제시됩니다. 엘리엇의 부고를 에드가 온몸에 비를 맞으며 전하고 에드의 죽음은 암스트롱의 상관 디크(카일 챈들러 분)가 전화로 통보합니다. 캐런과 엘리엇은 장례식 장면이 삽입되며 에드는 장례식 대신 그의 죽음 이후 아내 패트리샤(올리비아 해밀턴 분)의 고통스런 삶이 제시됩니다.

타오르는 태양이 삶과 밝음을 상징한다면 잿빛 달은 죽음과 어둠을 상징해왔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순서대로 제시한 달 탐사 영화 ‘퍼스트맨’의 전개는 정석적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죽음의 무게는 극중에서 가장 입담이 좋은 버즈(코리 스톨 분)조차 짓누릅니다. 달로 향하는 아폴로 11호 발사 직전 마지막 식사와 우주복 착용을 비롯한 준비 과정에서 암스트롱은 물론 버즈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하며 무거운 표정을 짓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

암스트롱은 죽음이 지근거리에 있음을 항상 의식하지만 아내 재닛(클레어 포이 분)에게는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을 털어놓지 않습니다. 결말에서도 암스트롱은 달로부터 귀환한 뒤 재닛과 격렬한 포옹으로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두껍고 차가운 통유리 너머로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손을 맞댈 뿐입니다. 사랑과 행복이란 통유리 너머의 아내처럼 눈으로는 보이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퍼스트맨’은 스스로 음울한 영화가 되기를 선택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광기를 공유했던 ‘위플래시’와 짧은 사랑의 행복이 비극적 이별로 귀결된 ‘라라랜드’ 역시 본질적으로 어두운 영화였습니다. 데미언 샤젤 감독은 필모그래피를 통해 개인의 고독한 성취와 타인과 공유하는 행복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냅니다.

20세기에 대한 향수

‘퍼스트맨’이 지닌 데미안 샤젤 감독의 전작과의 또 다른 공통점은 20세기에 대한 향수입니다. ‘위플래시’는 20세기를 풍미했던 재즈에 대한 집착에 관한 영화입니다. ‘라라랜드’의 주인공 세바스찬은 올드 재즈에 대한 고집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했습니다.

‘퍼스트맨’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류사적 일대사건 중 하나인 달 탐사의 실화를 소재로 1960년대를 관통합니다. 당대의 분위기 재현을 위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필름 촬영을 고집해 영상이 전반적으로 뿌옇습니다.

달 착륙 직후 닐과 버즈가 해치를 여는 순간 거대한 샴페인 병뚜껑이 열리는 듯한 음향이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감과 동시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IMAX 화면이 드디어 클라이맥스에 제시됩니다. 와이드스크린에서 IMAX로 스크린이 확장됩니다.

하지만 달 표면을 포착한 IMAX 영상은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회색의 달 표면과 검정색 우주, 그리고 순백의 우주복은 강렬하게 대비되어 흑백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죽음에 어울리는 비주얼입니다. 인류에 달 탐사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던 조르주 멜리에의 1902년 작 무성 영화 ‘달세계 여행’에 대한 오마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철저히 암스트롱의 눈높이로만 접근하는 1인칭 영화 ‘퍼스트맨’은 우주 탐사의 전형적 비주얼을 포기하고 참신한 관점으로 연출되었습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독특한 시도로 인해 향후 재 평가받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위플래쉬 - 원초적이며 직선적, 강력하다
위플래쉬 - 한국 사회의 숱한 ‘플레처들’
라라랜드 - 달콤 씁쓸한 사랑, 아름다운 뮤지컬
라라랜드 IMAX - 보라색처럼 아름답지만 짧은 사랑
라라랜드 - 엇갈린 시선, 이별 뒤에야 마주치다
퍼스트맨 IMAX - 눈보다 귀가 즐거운 우주 탐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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