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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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봉건적 영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 야기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레이첼(콘스탄스 우 분)은 연인 닉(헨리 골딩 분)과 함께 닉의 친구 콜린(크리스 팽 분)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로 향합니다. 레이첼은 닉이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 가문의 외동아들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양자경 분)는 레이첼에 적대적입니다.

중국계 재벌 가문 배경, 한국 드라마 빼닮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케빈 콴의 2013년 작 소설을 존 M. 추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싱가포르 재벌 가문 후계자의 결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묘사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평범한 집안의 여주인공이 재벌 아들과 결혼하려하자 그의 어머니를 포함한 재벌가문 어른 전체가 반대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원작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 상당수가 중국계이며 극중 재벌 가문은 화교입니다.

‘크레이치 리치 아시안’은 쾌락적입니다. ‘첨밀밀’을 비롯한 흥겨운 음악을 곳곳에 삽입하며 화려한 파티 장면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총각 파티를 위한 헬기 비행 장면에는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삽입해 ‘지옥의 묵시록’을 패러디합니다.

그러나 소재와 서사는 한국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재벌, 부자 남자의 정체 숨기기, 결혼 반대, (장래) 고부간의 갈등, 사립탐정을 고용한 신상 뒷조사,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불륜, 계급 간의 갈등으로 가득합니다.

재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스펙’은 물론 가슴이 작다고 놀림 받는 여주인공 레이첼은 신데렐라입니다. 그가 닉의 본가, 즉 재벌 대저택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파티의 테마인 ‘월하미인’은 중국판 신데렐라로 비견할 수 있습니다. 엘레노어가 고용한 사립탐정에 의해 레이첼은 자신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좌절한 채 친구 펙(아콰피나 분)의 집으로 구두를 벗고 맨발로 돌아옵니다. 유리구두가 벗겨진 신데렐라 신세입니다.

영화의 목적, 시대착오적

영화의 최고 목적이자 해피엔딩은 레이첼이 엘레노어의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 남녀의 결혼이 당사자들의 의사보다는 시어머니가 될 부자 여성의 허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시대착오적입니다.

닉과 레이첼은 엘레노어에 패배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합니다. 레이첼은 엘레노어에 포기를 선언하고 스스로 떠납니다. 단지 엘레노어가 레이첼을 동정했기에 결혼을 마지못해 승낙하는 결말입니다. 엘레노어 역시 평범한 가문 출신으로 닉의 아버지와의 결혼을 허락받지 못해 불행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로 둔갑합니다. 사립탐장을 고용한 뒷조사로 레이첼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는 파렴치한 행위도 불사합니다.

‘크레이치 리치 아시안’에서 가장 위선적인 인물은 닉의 친할머니이자 엘레노어의 시어머니인 수이(리사 루 분)입니다. 집안의 최고어른인 수이는 레이첼의 코가 ‘복코’라 운운하며 상냥히 대하지만 레이첼 본인이 어찌할 수 없었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 적대적으로 돌변합니다. 수이 역시 속물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노출합니다.

닉의 아버지는 누구?

‘크레이치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인들에게 대가족의 힘은 막강하며 가족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듯 묘사합니다. 아시아인을 가난하고 우울하게 묘사하지는 않으나 유흥과 쇼핑 등 돈 자랑을 일삼는 졸부로 규정합니다.

어머니를 설득할 줄 모르는 무능한 남자 주인공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극중 아시아인들은 기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희화화된 인물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빈부와 무관하게 극중에 아시아인들은 ‘뒷담화’에 능하고 주변의 평에만 신경 쓰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서사 전개에도 의문점이 있습니다. 초반 닉과 레이첼의 카페 데이트 장면에서 닉이 레이첼의 케이크를 빼앗아 먹자 레이첼은 ‘늘 이런 식’이라며 핀잔합니다. 이 순간 닉이 촬영되어 아시아인들의 SNS에서 열애설이 화제가 됩니다. 레이첼의 대사에 의하면 두 사람의 데이트가 결코 처음이 아니며 사귄 기간도 짧지 않았는데 왜 이제야 갑자기 화제가 되는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닉 집안 권력의 최고 정점은 ‘회장’인 닉의 아버지입니다. 서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도 닉의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그는 대사 속에만 언급될 뿐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닉의 혼담에 대한 전권을 엘레노어가 휘두르는 전개 역시 의문을 남깁니다. 닉의 아버지로 종반에 성룡 혹은 주윤발과 같이 중량감 있는 배우가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지 않을까 싶지만 끝내 선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리엔탈리즘에 아시아인이 영합해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 제목 ‘Crazy Rich Asians’는 마치 아시아인 전체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중국계가 아시아인을 대표하지는 않기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제목부터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미국에서는 폭발적 흥행을 자랑했지만 중국계와 타 인종의 관람이 줄을 잇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국계는 부자로 묘사된 동족이 반가웠을 것이며 타 인종에게는 아시아인을 괴짜 취급하는 막장 코미디가 엿보기 재미로 즐거웠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만을 얻었을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한국계 가정을 소재로 했던 ‘서치’는 아시아인 가족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조명하면서도 아시아인이 세계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크레이치 리치 아시안’은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으며 과장된 아시아인들만 잔뜩 등장합니다. 총각 파티는 결코 아시아의 풍습도 아닙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중국계 감독과 아시아계 배우들이 만든 아시아인의 자기 비하와 이를 통한 상업적 이득 취하기에 목적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시아인이 오리엔탈리즘에 스스로 영합했습니다.

지.아이.조 2 - 이병헌 인상적, 북한 묘사는 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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