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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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IMAX - 눈보다 귀가 즐거운 우주 탐사 영화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이미안 샤젤의 전형적 주인공

‘퍼스트맨’은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입니다. 제임스 R. 핸슨의 동명의 전기를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데이미안 샤젤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데이미안 샤젤 감독의 뚜렷한 스타일은 그의 연출작 중 처음으로 음악 영화가 아닌 ‘퍼스트맨’에도 일관됩니다. 성취에 매달리는 강박적 완벽주의자 남성 주인공은 동일합니다.

‘퍼스트맨’의 암스트롱은 어린 딸 캐런을 잃은 뒤에도, 시험 비행 도중 부상을 당해도 일에 매달립니다. 주위 사람들의 인정보다는 자기만족에 매달리며 타협하지 않기에 신경질적인 측면마저 있습니다. 자신의 고민이나 괴로움을 배우자에게도 좀처럼 털어놓지 않을 정도로 고독하고 과묵합니다.

닐 암스트롱과는 외모가 닮지 않은 라이언 고슬링이 ‘라라랜드’에 이어 다시 캐스팅되어 데이미안 샤젤의 페르소나가 되었습니다. 극중의 암스트롱은 뮤지컬을 비롯해 음악적 재능도 있어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했던 세바스찬을 떠올리게 합니다.

암스트롱과 아내 재닛(클레어 포이 분), 그리고 아이들로 구성된 가정생활은 ‘라라랜드’ 클라이맥스의 가상의 결혼 생활 장면처럼 아련하게 연출되었습니다. 일과 가족밖에 모르는 가장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요소도 엿보입니다.

건조하고 묵직한 연출 돋보여

데이미안 샤젤은 1961년부터 1969년까지의 약 8년간의 암스트롱의 실화를 시간 순으로 배치하며 시공간적 배경 외에는 자막을 삽입하지 않습니다. 서두의 설명이나 결말에서 후일담을 알리는 자막이 없습니다. 극중 배우들과 실존 인물을 비교하는 사진 제시도 없습니다. 단지 141분 러닝 타임의 영화 자체로만 승부합니다.

시간의 흐름은 암스트롱 장남의 성장 및 자식들의 증가, 그리고 NASA 화장실의 발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됩니다. 초반 훈련 도중 암스트롱이 구토하기 위해 등장하는 NASA 화장실은 너저분하지만 중반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의 선장으로 통보받는 장면의 NASA 화장실은 산뜻합니다.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인물이기에 사명감이나 애국심을 부각시킬 수 있었으나 ‘퍼스트맨’은 그렇지 않습니다. 극중에서 암스트롱은 끊임없이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의식하는데 ‘달이 거기에 있으니 간다’는 심리에 가깝습니다. 극중의 달은 동양 철학마저 떠올리게 합니다. 아폴로 11호에 탑승해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한 뒤에는 암스트롱은 지구를 바라봅니다.

극중의 암스트롱은 개인주의자에 가까우며 영웅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결말의 암스트롱과 재닛의 유리창을 사이에 둔 재회 장면이 웅변하듯 신파나 감동을 강요할 수 있는 연출도 거의 활용하지 않습니다. 암스트롱과 재닛은 결혼 생활 38년만인 1994년 이혼했습니다.

오락성은 부족

‘퍼스트맨’은 극중 암스트롱의 개성처럼 건조하고 묵직한 영화입니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최근의 우주 영화와 비교하면 오락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세 영화들과 비교해 ‘퍼스트맨’이 유일한 실화 기초 영화이며 1960년대가 배경이라 해도 데이미안 샤젤은 의도적으로 오락성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락성보다는 드라마, 드라마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합니다.

역시 실화를 소재로 했던 우주 영화인 1995년 작 ‘아폴로 13’에 비해서도 오락성은 부족합니다. 우주 개발에 대한 관객의 개인적 관심이 없다면 지루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100만 달러가 되지 않는 우주 영화치고는 저렴한 예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로맨스와 유머 감각도 매우 적습니다. 그나마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달을 밟은 버즈 올드린의 블랙 유머가 돋보입니다. 올드린으로는 ‘앤트맨’에서 옐로 재킷을 연기했던 코리 스톨이 연기했습니다. 코리 스톨, 제이슨 클라크, 카일 챈들러, 그리고 키어런 하인즈까지 남자 조연 배우들이 굵직해 ‘수컷의 이야기’임을 강조합니다.

공포를 자아내는 압도적 청각

‘퍼스트맨’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가장 큰 아쉬움은 시각적 쾌감입니다. 인류가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스케일의 여행인 우주 탐사를 우주비행사 개인의 시점으로만 국한해 답답함마저 유발합니다.

로켓이 중력을 극복하며 발사되는 순간, 우주에서 바라본 새파란 지구, 그리고 대기권을 벗어난 뒤 무한대로 펼쳐진 칠흑의 우주의 풍경은 우주 영화만이 활용할 수 있는 극한의 비주얼이지만 ‘퍼스트맨’을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습니다. 달로부터 지구로의 귀환 및 대기권 돌입은 아예 생략합니다. 다른 우주 영화에서 클리셰가 된 장면을 굳이 재활용하지 않겠다는 데이미안 샤젤 감독의 의도로 읽히지만 그로 인해 볼거리가 축소된 것은 분명합니다.

시각보다 인상적인 것은 오히려 청각입니다. ‘인터스텔라’의 초반에 제시된 위험천만한 연습 비행 장면의 풀 버전이 ‘퍼스트맨’의 서두를 장식합니다. 이 장면을 비롯해 ‘퍼스트맨’은 우주비행사의 시점에서 본,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듯한 비좁은 조종석 내부의 음향에 집중합니다.

우주선의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우주, 지구, 달의 모습보다는 금세 무너지거나 폭발할 듯한 덜거덕거리는 음향에 보다 주목해 매우 불길합니다. 선체에 가해지는 충격과 진동으로 인해 우주선이 분해될 듯합니다. 중반에 제시되는 아폴로 1호의 화재 참사처럼 언제든 조종석 내부에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으나 아날로그 대시보드가 상징하는 약 50년 전의 기술 수준은 현재와 비교하면 조악하게마저 여겨집니다.

발사 및 비행의 순간의 조종석 내부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은 어지간한 호러 영화를 능가합니다.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생명의 위협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그래비티’ 이상으로 관객에 체감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암스트롱이 무사히 달에 다녀와 귀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음에도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IMAX로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데이미안 샤젤과 항상 호흡을 맞춰온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은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과 암스트롱의 달 탐사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등장인물을 카메라가 포착하는 방식도 얼굴을 넘어 두 눈 클로즈업이 많습니다. 핸드 헬드 위주로 사실성을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오락 영화의 칼 같은 영상과 달리 ‘퍼스트맨’의 영상은 1960년대의 아날로그 영상처럼 뿌옇습니다. 배우들의 얼굴에는 인위적 메이크업을 최소화하고 잡티와 주름살을 부각시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합니다. 의상과 소품 등 시대 재현도 빼어납니다.

죽음이 지배하다

‘퍼스트맨’은 죽음이 지배합니다. 초반에 어린 딸 캐런의 죽음은 암스트롱으로 하여금 제미니 계획에 지원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캐런의 장례식에서 혼자 오열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절친했던 동료 에드 화이트(제이슨 클라크 분)를 비롯해 우주비행사들의 죽음은 유가족은 물론 암스트롱에게도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부고를 전하는 장면이나 장례식 장면의 비중도 상당합니다. 암스트롱 본인 역시 위험한 임무에 노출되어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기에 죽음을 끊임없이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달에 도착한 암스트롱은 캐런을 비롯한 죽은 자들을 기리듯 캐런의 이름이 표기된 유품인 팔찌를 분화구에 던집니다. 달 표면에 도착한 암스트롱의 얼굴은 바이저에 가려 알아볼 수 없지만 캐런의 팔찌를 던지는 순간에는 바이저를 올려 표정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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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ennis 2018/10/23 14:27 # 답글

    정작 미국에선 엄청 까이던데 외국서 선전 화이팅 이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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