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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 ‘진짜보다 나은 가짜, 진실 가득한 허위’가 던지는 질문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둑 가족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원안, 각본, 편집, 연출을 맡은 ‘어느 가족’은 원제 ‘도둑 가족(万引き家族)’이 의미하듯 절도 등 좀도둑질을 통해 연명하는 도쿄 시내의 유사 가족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시바타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는 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근무 도중 부상을 당한 뒤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는 세탁 회사에 재직하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됩니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함께 사는 노파 하츠에(키키 키린 분)의 연금에 의존합니다. 하츠에가 아끼는 아키(마츠오카 마유 분)는 유흥업소에서 근무합니다. 오사무는 아들 쇼타(조 카이리 분)와 슈퍼마켓에서 절도를 하고 귀가하던 중 친모에 학대당한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 분)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됩니다.

오사무는 쇼타로부터 ‘아버지’라 불리기를 갈망하지만 쇼타는 응하지 않습니다. 오사무는 과거 파칭코 주차장 차 안에서 방치된 쇼타를 절도 행각 도중 데려온 뒤 자신의 본명 ‘쇼타’로 이름 지은 것으로 밝혀집니다. 오사무와 노부요도 호적상 부부는 아니기에 ‘도둑 가족’의 시바타 가족에서 외형적 혹은 혈연적 의미의 가족은 없습니다.

아이러니가 던지는 질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미묘한 아이러니로 120분의 러닝 타임을 가득 채우며 관객에 묵직한 질문을 잔뜩 던집니다. 자식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친부모와 부모는 아니지만 거두어 보듬고 키우는 이들 중 누가 나은지 질문합니다. 후자는 선택이 가능했기에 의무감은 덜한 대신 유대감은 보다 깊습니다.

‘진짜보다 나은 가짜’와 ‘진실로 가득한 허위’는 흑백 논리로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쉽게 후자를 정답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오사무가 쇼타와 유리에 도둑질을 가르치며 쇼타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쇼타가 절도 행각 도중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오사무는 쇼타를 버려두고 도주하려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이상적 관계는?

부자 관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 필모그래피에서 집착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그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파고든 바 있습니다. 이때 ‘아버지란 사회적 지위가 미미하고 인간적 약점이 있다 해도 아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편이 낫다’는 답을 제시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유다이는 작은 전파상을 운영하며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번듯한 건설회사 샐러리맨으로 냉랭한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보다는 이상적인 아버지로 묘사된 바 있습니다. ‘어느 가족’의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오사무 역시 유다이와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유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세 번째 살인’에서 소녀 사키에와 그의 친아버지를 살해한 유사 아버지 미스미를 통해 제시한 바 있습니다. 과거 살인을 저지른 노동자 미스미 역시 사회적 지위가 미미하고 인간적 약점이 있는 ‘아버지’입니다.

가족의 본질적 의미는?

부자 관계를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가족의 본질적 의미에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환상의 빛’과 ‘아무도 모른다’에서 가족의 갑작스런 부재가 미치는 여파에 대해 집요하게 고찰했습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의 확장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오사무가 경찰에 검거된 뒤 조사 과정에서 쇼타에 도둑질을 가르친 이유에 대해 “그것(도둑질)말고는 가르칠 게 없었다”고 진술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칠 것이 없는 현대 사회 세대 간 단절을 상징하는 은유적 대사입니다. 기성 세대가 어린이의 모범이 될 수 없는 부끄러운 현재를 빗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사회 비판

부자 관계에서 출발해 가족 관계를 거쳐 일본 사회 비판으로 귀결되는 것이 ‘어느 가족’의 훌륭한 점입니다. ‘아무도 모른다’와 마찬가지로 사회 안전망과 복지가 취약한 일본 저소득 소외 계급의 어려운 현실을 비판합니다.

아무도 모른다’와의 또 다른 공통점은 남매를 비롯한 아역의 비중이 큰 가운데 무책임한 친부모를 묘사했습니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합니다.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에 암매장하는 등 가슴 아픈 장면을 신파에 의존하지 않고 담담하고 건조하게 연출해 오히려 더욱 관객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호칭으로 감동과 눈물을 쥐어짤 수도 있었으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거장답게 신파의 함정을 피해갑니다.

일본 정부 일자리 나눔 정책인 ‘워크 셰어’는 물론 하츠에의 죽음과 암매장을 통해 일본 사회에 횡행하는 노인 복지 문제 및 고독사를 비판합니다. 홀로 죽는 것보다는 유가 사족이 끝까지 돌보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

극중에 언급되는 레오 리오니의 동화 ‘스위미’는 거대 참치에 대항하는 작은 물고기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니 국민들이 스스로 단결해 지킬 수밖에 없다는 비판적 주제의식입니다. ‘어느 가족’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나 일본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느 가족’의 사회 비판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 사회 역시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빈곤한 아버지와 아들이 절도로 인해 경험하는 갈등을 포착한 사회 비판 영화라는 점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이탈리아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1948년 걸작 ‘자전거 도둑’과 공통점이 엿보입니다.

동화적 행복, 오래가지 못하고

‘어느 가족’의 흥미로운 지점은 구름 위에 붕 뜬 듯 동화처럼 비현실적인 시바타 가족의 행복이 중반 이후 가족 해체로 산산조각이 난다는 점입니다. 출발점은 유리를 지키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도둑질을 하다 적발되는 쇼타입니다. 결말에서는 쇼타가 의도적으로 적발되어 가족 해체를 야기했음이 드러납니다. 언론을 비롯한 제3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바타 가족은 절도, 유괴, 사체 유기를 저지른 범죄 집단일 뿐입니다.

시바타 가족의 과거와 실체에 대해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킨 뒤 차근차근 하나 씩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각본도 인상적입니다. 쨍한 인위적 조명을 최소화한 영상은 사실주의 소설을 충실히 영화화한 듯한 문학성을 배가시킵니다. 하지만 하츠에와 아키가 함께 살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이 부족합니다.

일본 영상 작품의 고질적 약점인 긴 대사를 통한 주제의식 및 교훈 제시는 없습니다. 정답은 관객 각자 다르겠지만 긴 여운은 공통적입니다.

아역을 비롯해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비현실적 가족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조 카이리의 강렬한 눈빛은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야기라 유아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낯익은 배우들도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시바타 가족을 조사하는 경찰은 이케와키 치즈루와 코라 켄고, 쇼타가 유리에 더 이상 도둑질을 시키지 않으려 결심하도록 계기를 제공하는 구멍가게 야마토야의 주인은 에모토 아키라, 유리의 친모는 카타야마 모에미, 아키의 유흥업소 단골손님은 이케마츠 소스케가 연기했습니다.

환상의 빛 -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원더풀 라이프 - 추억, 삶과 죽음을 초월하다
아무도 모른다 - 사실적인 영상이 주는 서늘한 감동
하나 - 칼보다 붓, 복수보다 용서
공기인형 - 배두나의 파격적 노출이 안쓰럽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성장, 그것은 진정한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 그렇게 가족이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 감독 특유의 다층적이며 은유적 매력 부족
세 번째 살인 - 도스토예프스키 연상시키는 묵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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