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섬 - 흥겨운 리듬감, ‘7인의 사무라이’의 ‘개판’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퍼펫의 분절적 연기 승화시킨 리듬감

‘개들의 섬’은 압도적 디테일과 더불어 흥겨운 리듬감이 돋보입니다. 스톱 애니메이션의 태생적 한계인 퍼펫의 분절적 연기를 마치 절도 있는 춤처럼 승화시켰습니다. 태고를 활용한 일본 전통 풍의 배경 음악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리듬감은 웨스 앤더슨의 전매특허인 강박적 미장센과 속도감 넘치는 편집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단순하면서도 전형적 서사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7인의 사무라이’ 의식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7인의 사무라이’의 배경 음악 삽입에서 드러나듯 웨스 앤더슨은 ‘7인의 사무라이’를 강하게 의식하며 ‘개들의 섬’을 연출했습니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과 연대해 강력한 적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무리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개들의 섬’은 ‘7인의 사무라이’의 ‘개판(개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떠돌이 개 치프가 반려 견들과 힘을 합쳐 아타리를 지키는 전개는 다양한 배경과 개성의 7명의 사무라이가 농민들을 산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전개와 흡사합니다. 개 전염병의 백신을 개발한 와타나베 박사가 연금 끝에 암살되는 토호산(東宝山) 여관은 ‘7인의 사무라이’의 제작사 토호(東宝)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입니다.

치프를 비롯한 5마리의 개가 음식물 쓰레기를 놓고 다른 개 5마리와 결투를 벌이기 직전 서로 마주보며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연출은 서부극과 더불어 사무라이 영화의 결투 직전의 연출과 동일합니다. 서부극 역시 사무라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인간의 TV 방송을 시청하고 이해해 미래를 예견하는 오라클의 이름은 신탁을 말하는 그리스 신화의 예언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매트릭스’에도 미래를 예견하는 오라클이 등장했는데 ‘개들의 섬’과 마찬가지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은 개들이 누명을 벗고 아타리가 시장이 된 뒤 등장합니다. 이때 대화를 나누는 넛메그와 치프의 얼굴에는 작은 벚꽃 잎이 붙어 있습니다. 넛메그가 입으로 치프의 얼굴의 벚꽃 잎을 떼어냅니다. 두 마리의 개가 커플이 될 것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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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 - 일본 배경, 압도적 디테일의 스톱 모션 애니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Barde]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말이 많았지만, 좋게 그리고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