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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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 ‘김다미의 발견’ 불구, 유치한 대사 등 약점 도드라져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슈퍼맨’의 충남 광천 소녀 버전

‘마녀’는 10년 전 초능력 피 실험체였으나 농가로 도주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소녀 자윤(김다미 분)과 의문의 조직의 대결을 묘사합니다. 자윤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이 계기가 되어 과거 그녀를 육성했던 조직이 그녀를 위협한다는 줄거리입니다.

박훈정 감독이 각본, 제작, 연출을 맡은 슈퍼 히어로 영화 ‘마녀’는 클리셰로 가득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동아이와 그녀를 바르게 키워온 양부모의 관계는 슈퍼 히어로의 효시 ‘슈퍼맨’과 흡사합니다. 주인공과 동일한 출신지의 적들이 현재 주인공의 집과 가족을 습격하는 전개는 ‘슈퍼맨’의 리부트 ‘맨 오브 스틸’을 답습합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마녀’의 결말은 슈퍼맨이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해 북극에 위치한 고독의 요새를 찾아나서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방언 등 자윤의 거주지 충남 광천의 지역성은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슈퍼맨’의 캔자스 스몰 빌과 동일합니다. 자윤이 ‘시골소녀’임을 강조하기 위해 트럭을 운전하는 장면에는 트로트가 삽입됩니다. 기차로 상경하는 와중에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먹는 연출은 과거의 감수성으로 기성세대의 향수와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마녀’는 ‘슈퍼맨’의 충남 광천 소녀 버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피 실험체로 육성된 돌연변이와 같은 주인공은 ‘로건’ 등 엑스맨의 세계관을, 초능력을 앞세워 폭주해 성인을 힘으로 압도하면서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소년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아키라’를 연상시킵니다. 액션 스타일은 일본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은 ‘매트릭스’와 비슷합니다.

결말에서 자윤이 고양이를 안고 있는 장면은 중세 마녀의 상징이 고양이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김다미의 발견

‘마녀’의 최대 발견은 주연 김다미입니다. 쌍꺼풀이 없으며 보이시한 동양적인 동안으로 흔한 성형 미인 타입과는 정반대라 매우 신선합니다. ‘은교’로 강렬하게 데뷔했던 김고은과 약간 비슷하지만 당시의 김고은보다 훨씬 어려보입니다. 순수하면서도 영리한 이미지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면서도 후반부 악마적 캐릭터로의 반전에도 힘을 실어줍니다.

170cm의 작지 않은 키로 팔다리가 길어 액션에도 어울립니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연기와 발성도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향후 ‘마녀’의 후속편은 물론 창창한 연기 인생이 기대됩니다.

클라이맥스의 액션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자윤과 어린 시절 인연이 있었던 귀공자(최우식 분)와의 맞대결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전개 느리고 대사 유치해

‘마녀’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도드라집니다. 액션은 인상적이나 126분의 러닝 타임 속에서 후반부 일부에 국한될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제작비의 한계가 체감됩니다. 초능력자들의 개별 능력에 차이를 부여하지 못해 개성이 약한 것도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서사 전개가 느리고 클리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큽니다. 편집에 속도감을 부여했다면 러닝 타임을 10분 이상은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녀’의 가장 큰 단점은 소위 ‘중2병’스러운 ‘오글거림’으로 가득한 대사입니다. 이른바 ‘센 척’하는 유치한 대사들이 난무해 몰입을 저해합니다. 어색한 영어 대사들은 캐릭터들의 미국 출신 흉내를 억지로 내는 듯합니다.

자윤의 가장 친한 친구 명희(고민시 분)는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방정맞은 감초 캐릭터라 짜증을 유발합니다. 김다미를 제외한 모든 젊은 배우들은 물론 조민수, 박희순 등 연기력이 검증된 중견 배우들조차 작위적 연기로 일관해 어색합니다. 배우들의 잘못이라기보다 감독의 연출 방향성이 잘못 설정된 탓으로 해석됩니다.

조직에 관련된 의상과 세트 등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만화의 실사화에 급급해 ‘코스프레 영화’로 전락한 일본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유혈이 낭자하며 대사가 욕설과 비속어로 점철되어 있음에도 15세 관람가를 받은 심의 기준도 납득이 어렵습니다.

귀공자는 살아남았나?

서사 및 세계관에 대한 의문점도 상당합니다. ‘본사’를 비롯한 조직은 왜 비용을 투여해 소년소녀를 개조했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 했는지, 어린이들은 어디서 ‘조달’한 것인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귀공자를 비롯한 악역들은 살인 범죄를 저지르며 악행을 일삼지만 조직의 비밀을 숨기는 것 외에는 나서지 않기에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어린 시절 귀공자의 자윤에 대한 호의는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도 의문을 남깁니다. 자윤이 귀공자에 압승을 거둔 뒤 권총 발포 음이 삽입되지만 귀공자의 죽음은 영상으로 삽입되지 않았습니다. 자윤이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도록 귀공자가 정보를 알려주고 자윤은 귀공자를 살려주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후속편에서 귀공자의 재등장도 가능합니다.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의 대세인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시리즈로 계획해 이번 영화의 영어 제목은 1편을 뜻하는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부제 ‘Subversion’은 ‘전복, 파괴, 멸망’을 뜻합니다. ‘마녀’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만큼 향후 김다미 주연의 ‘마녀’를 더 접하며 설정 및 서사의 의문점은 물론 액션에 대한 갈증까지 모두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