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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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 배꼽 잡는 실화 희비극, 마고 로비 배우가 되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행한 삶, 우스꽝스럽게 묘사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의 ‘아이, 토냐’는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낸 미국의 여성 피겨 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마고 로비 분)의 실화를 묘사합니다.

119분의 러닝 타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전반부는 토냐가 어머니 라보나(앨리슨 재니 분)의 학대를 받으며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성장해 미국에서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전성기에 오르는 과정을 묘사사합니다. 후반부는 1994년 토냐의 전남편 제프 길룰리(세바스찬 스탠 분)가 주도한 토냐의 라이벌 낸시 캐리건(케이틀린 카버 분) 피습 사건 막전막후를 포착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이, 토냐’입니다. 홀어머니에 학대당하며 자란 토냐는 남편 제프에게도 학대당합니다. 폭력적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토냐 역시 제프에 폭력을 휘두르며 맞대응합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도 2회 출전했지만 토냐의 삶은 불행했습니다. 만일 토냐가 평범한 어머니와 남편을 만났다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삶은 덜 불행했을 수 있습니다.

‘아이, 토냐’는 토냐의 불우했던 삶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해 코미디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배우의 내레이션으로부터 배우가 카메라를 보고 직접 이야기해 ‘제4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드풀’과 같은 만화적 연출로 이어져 재기발랄함을 견지합니다. 욕설로 가득한 찰진 대사 역시 ‘데드풀’을 연상시킵니다. 속도감 넘치는 편집도 인상적입니다. 성인용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습니다.

토냐와 제프가 폭력을 주고받는 장면도 경쾌하거나 혹은 달콤한 음악을 삽입해 결코 심각하지 않은 듯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사실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안타까운 비극적 환경 및 사건을 매우 희극적으로 다룹니다.

낸시 캐리건 피습 사건

사건 발생 당시 미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토냐 하딩이 ‘세기의 악녀’로 오명을 얻게 된 낸시 캐리건 피습 사건은 범죄이지만 희극적으로 묘사됩니다. 제프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토냐의 경호원 숀(폴 월터 하우저), 그리고 낸시 캐리건을 피습한 셰인(리키 러서트 분)의 범행은 물론 전후 행동들은 너무도 어설퍼 실소를 유발합니다.

토냐와 주변 인물들의 범행 중심으로 국한되기에 피해자 낸시 캐리건은 러닝 타임 내내 얼굴 클로즈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상화됩니다. 토냐의 시점에 의한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 올림픽 시상식 장면에서 낸시 캐리건의 얼굴은 유일하게 클로즈업됩니다. 낸시 캐리건의 인터뷰나 심리 묘사 장면도 없습니다.

외동딸 토냐에 단 한 번도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던 라보나가 사건 발생 후 토냐를 찾아와 갑자기 호의를 보이는 장면의 반전도 웃음거리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극중 등장인물들의 어이없는 발언들이 엔딩 크레딧 도중 제시되는 실존 인물의 방송 출연 및 인터뷰 영상을 통해 실제임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아이, 토냐’의 ‘비극 속 희극’은 고스란히 현실에서 출발했음을 강조합니다.

그에 앞서 엔딩 크레딧과 함께 토냐 하딩이 실제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1991년 미국 선수권 기록 영상을 제시합니다. 1980년대를 호령했던 피겨 요정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도 본편에 잠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국과 언론의 위선

‘아이, 토냐’는 미국과 언론의 위선도 고발합니다. 극단적 개성의 토냐는 극중에서 ‘미국인의 전형’으로 규정되지만 정작 미국의 피겨 심판위원들로부터는 ‘보수적인 미국의 가치’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채점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대중들로부터 각광받았으나 ‘악녀’로 추락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 토냐는 “미국인들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미워할 대상을 찾는다”며 대중의 냄비근성을 비판합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만국 공통입니다.

낸시 캐리건 피습 사건에 대한 토냐 측의 연루가 드러난 뒤에도 토냐는 릴리함메르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시청률을 노린 미국의 주관 방송사 CBS의 힘 덕분입니다. 한국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토냐는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올림픽 폐막 후 토냐의 집 앞에서 진을 친 기자들은 토냐를 집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토냐의 차량에 펑크를 내는 등 괴롭힙니다. 언론의 하이에나와 같은 속성이 드러납니다. 수년 간 절연했던 라보나가 토냐에 접근한 이유도 토냐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자백 녹취를 언론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이, 토냐’는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실화를 영화화했기에 다큐멘터리 요소가 두드러집니다. 배우들이 연기한 인터뷰 장면의 4:3 화면비는 당시의 낸시 캐리건 피습 사건을 집중 보도한 TV 화면비를 재현한 것입니다. 세바스찬 스탠이 199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의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마고 로비, 배우가 되다

‘아이, 토냐’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마고 로비는 ‘아이, 토냐’를 통해 울고 웃는 다면적 연기를 펼칩니다. 외모나 몸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극복하고 진정한 배우가 되었음을 과시합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을 넘어 실존 인물 연기도 무리가 없음을 입증합니다. 앨리슨 재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혈 모성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황석희 한글 자막은 일본인 이름 표기에 아쉬움을 남깁니다. 당시의 TV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는 일본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사토 유카(佐藤有香)를 ‘유카 사토’로 번역한 것입니다. 성을 뒤에, 이름을 앞에 두는 미국식 표기 ‘Yuka Sato’를 그대로 한글 자막으로 옮겨왔습니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성이 앞에 오는 이들은 고유의 표기법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도 동양인 이름의 고유 표기를 존중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8/03/07 10:12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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