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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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서사 흥미로우나 연출-편집 지루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육원 출신의 아츠야(야마다 료스케 분)는 친구 2명과 함께 강도 행각을 저지른 뒤 폐가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은신합니다. 그들은 1980년의 ‘생선가게 뮤지션’으로부터 온 고민 상담 편지를 받습니다. 과거 나미야 잡화점을 운영했던 노인 나미야(니시다 토시유키 분)가 많은 이들의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했음을 아츠야 일당은 알게 됩니다.

시간 초월

히가시노 케이고의 원작 소설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영화화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시간을 초월한 인연을 묘사하는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을 운영하는 노인 나미야의 고민 상담이 많은 이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꿨다는 줄거리입니다. 성선설과 낙관주의에 근거합니다.

영화 속 인명과 지명은 의도적 작명이 엿보입니다. 잡화점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고민 상담에 나선 나미야(浪矢 ; ナミヤ)는 ‘고민’을 뜻하는 일본어 ‘悩み(なやみ)’를 살짝 어순만 바꾼 듯합니다. 식품, 식기에서 완구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는 잡화점(雑貨店)이라는 공간은 잡다(雜多)한 고민을 모두 상담할 수 있다는 암시로 해석됩니다. 나미야 잡화점은 한국에서 사라지고 있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와 매우 흡사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은 시즈오카 현에 위치한 가상의 소도시 ‘토키고에(時越)’에 위치한다는 설정입니다. ‘시간(時間)을 초월(超越)하다’는 뜻의 작명으로 해석됩니다. 2012년을 살고 있는 야츠야 일당은 나미야 잡화점에 도착한 뒤 1980년의 고민 상담 편지를 받고 나미야를 대신해 고민 상담에 나서며 시간을 초월하게 됩니다. 실제 촬영은 오이타 현 분고타카다 시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아츠야가 자란 보육원 마루코엔의 2012년 책임자의 이름은 카미야 마모루(刈谷守)(테즈카 토오루 분)입니다. 그는 ‘수호한다’는 뜻의 ‘마모루(守)’라는 이름과 달리 횡령을 저질러 마루코엔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역설적 작명입니다.

나미야 잡화점과 마루코엔의 인연

마루코엔은 나미야와 아키코(나루미 리코 분), 두 사람의 사랑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문가의 딸 아키코는 집안 일꾼인 나미야와 사랑에 빠져 도피행각을 벌이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키코는 마루코엔을 설립해 남동생에 운영을 맡긴 뒤 병으로 요절했습니다. 나미야(및 아츠야 일당)가 고민 상담에 나선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마루코엔의 유지 및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나미야(실은 아츠야)와 고민 상담을 했던 ‘생선가게 뮤지션’ 카츠로(하야시 켄토 분)는 무명 시절 끝에 마루코엔의 화재에 휘말려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카츠로의 희생 덕분에 남동생이 목숨을 구한 세리(아역 스즈키 리오 분)는 카츠로가 작곡한 ‘Reborn’을 가수로서 히트시킵니다. 나미야, 아츠코, 카츠로 등의 삶과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며 다른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그들이 재탄생했다는 영화의 주제의식을 압축한 주제가입니다.

연출-편집 지루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1969년, 1980년, 1988년, 2012년 등 다양한 시간 속에서 세대를 넘어선 인연을 강조합니다. 시간 여행과 흡사한 소재를 다루기에 ‘백 투 더 퓨쳐’, ‘러브 레터’ ‘시월애’ 등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시간을 넘어 편지를 통한 고민 상담 및 교류를 묘사한 ‘시월애(時越愛)’는 제목부터 토키고에(時越)를 배경으로 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공통점이 엿보입니다. 카츠로와 ‘길 잃은 강아지’ 하루미(오노 마치코 분)의 나미야 잡화점 앞 조우 장면은 2개의 개별 플롯의 인물의 우연한 만남이라는 점에서 ‘중경삼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추리 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케이고의 원작이며 사건의 출발점은 강도 행각이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근본적으로 범죄 스릴러를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고 시공간이 다양해 편집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130분의 러닝 타임이 지루합니다. 흥미로운 서사에도 불구하고 마치 TV 드라마와 같은 호흡으로 길고 밋밋하게 촬영 및 편집되었기 때문입니다. 극적인 장면을 부각시키는 연출력도 미흡합니다.

시대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매력도 떨어집니다. 아츠야 일당이 과거로 여행하게 되는 전차의 등장을 제외하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결정적 소품 등을 제대로 제시하거나 활용하지 못합니다. 쇼와에 대한 일본인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허전한 듯합니다.

한글 자막, 의역으로 억지 감동 강요

이선희의 한글 자막은 의역에 의존합니다. 나미야의 마지막 고민 상담 편지의 마지막 문구 ‘本当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는 직역하면 ‘정말 감사했습니다’입니다. 하지만 이선희의 한글 자막은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로 의역해 억지 감동을 강요합니다.

러브 레터’의 마지막 대사 ‘やっぱりてれくさくてこの手紙は出せません’를 직역하면 ‘역시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 하겠습니다’입니다. 그러나 국내 개봉 당시 한글 자막으로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 하겠습니다’로 의도적으로 오역해 억지 감동을 강요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 2013년 ‘러브 레터’의 블루레이가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을 때 극장 개봉 당시의 오역 자막은 ‘역시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 하겠습니다’로 수정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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