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흥미 요소 다수, 서사는 진부해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기밀 연구기관에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언어 장애 여성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실험대상인 양서인간(덕 존스 분)과 사랑에 빠집니다. 양서인간을 학대하는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분)는 실험에 만족하지 못해 그를 해부하려 합니다. 엘라이자는 양서인간의 탈출 계획을 꾸밉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은 쿠바 위기와 우주 개발 경쟁으로 미소 냉전이 극에 달한 1962년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합니다. 언어 장애 여성과 양서인간의 사랑을 묘사합니다.

원제 ‘The Shape of Water’가 말해주듯 아마존 강에서 미국으로 납치된 양서인간에 필수불가결한 물은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양서인간은 1954년 작 미국의 흑백 괴수 영화 ‘해양 괴물(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의 타이틀 롤 길맨(Gill-man)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양서인간과의 공통분모를 지닌 주인공 엘라이자는 출근 전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욕조에 물을 받고 계란을 삶는 일로 모두 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엘라이자의 욕조 속 자위행위는 사랑을 원하는 간절한 심리로 해석됩니다. 삶은 계란은 엘라이자와 양서인간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엘라이자는 어린 시절 물에 버려진 고아입니다. ‘인어공주’의 인어공주와 더불어 구약성서의 모세를 연상시키는 설정입니다. 나일 강에 버려졌던 모세는 훗날 유태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홍해를 가릅니다. 그의 탄생과 인생 최고의 순간이 모두 물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에서 발견된 엘라이자 역시 양서인간을 데리고 탈출에 성공합니다. 양서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생명을 구한다는 점에서 엘라이자는 모세처럼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합니다.

악역 스트릭랜드가 컵에 담긴 물을 의도적으로 엎질러 엘라이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르는 장면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군인 출신 스트릭랜드(Strickland)는 이름부터 ‘엄격하다(strict)’는 단어를 연상시켜 고집불통임을 암시합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완성되는 결말의 공간 역시 물입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볼티모어의 운하의 수중에서 양서인간은 탈출하고 스트릭랜드의 흉탄에 맞은 엘라이자는 부활합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물이 강조되는 이유는 양수에서 탄생하는 인간의 진화론적 근원인 바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의식을 감안하면 미끈대는 물은 끈적끈적한 섹스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엘라이자와 양서인간은 욕실 전체에 물을 채우고 사랑을 나누며 결말을 암시합니다. 스트릭랜드와 그의 아내의 섹스 장면도 있습니다.

성서의 요소

모세에 비견되는 엘라이자를 비롯해 성서의 요소들도 곳곳에 배치되었습니다. 엘라이자의 절친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미들네임이 델릴라(Delilah)입니다. 구약성서에서 삼손을 배신한 델릴라의 행적은 스트릭랜드에 의해 친절히 설명됩니다.

젤다는 엘라이자가 주도한 양서인간의 연구기관 탈출을 돕습니다. 하지만 젤다의 남편 브루스터(마틴 로치 분)의 밀고에 의해 스트릭랜드는 양서인간의 행방을 알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젤다는 델릴라와 비슷한 역할인 배신을 하게 된 셈입니다.

양서인간은 삼손에 비유됩니다. 그는 스트릭랜드의 흉탄을 맞고도 부활해 스트릭랜드를 살해하여 복수를 완결합니다. 스트릭랜드는 양서인간이 ‘신(神)’이었음을 인정하며 죽습니다. 삼손이 마지막 순간에 신에게 부여받은 힘을 되찾아 블레셋 인들에 복수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엘라이자와 양서인간을 잇는 소품 삶은 달걀은 부활절의 예수를 상징합니다. 엘라이자와 양서인간도 예수처럼 부활합니다.

소수자의 지배계급에 대한 승리

‘셰이프 오브 워터’는 매우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영화입니다. 장애인 여성과 흑인 여성 콤비는 미화원으로 노동 계급입니다. 엘라이자의 절친한 이웃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분)는 직장에서 해고된 노년의 동성애자입니다. 자일스는 그림에서 사진으로 광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센 조류에서 낙오된 가난한 예술가입니다. 세 사람의 선한 등장인물은 모두 사회적 소수자입니다.

양서인간은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소수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엘라이자를 사랑하며 자신을 돕는 자일스와 우정을 나눕니다. 인간이 아닌, 외형적으로 흉측한 이질적 존재의 인간다움을 통해 인간다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하는 주제의식은 SF 혹은 판타지 영화의 단골입니다.

반면 스트릭랜드는 지배 계급과 상류층을 상징합니다. 출세욕과 자기 과시욕에 사로잡힌 그를 상징하는 소품은 고급 캐딜락입니다. 스트릭랜드의 캐딜락은 양서인간의 연구기관 탈출 과정에서 파손됩니다. 스트릭랜드의 자존심 훼손으로 해석됩니다. 고압적이며 난폭한 스트릭랜드는 양서인간을 학대하고 엘라이자의 성폭행을 암시합니다. 비인간적인 그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입니다.

등장인물들 간의 뚜렷한 대립 구도는 시간적 배경인 1960년대의 인종 차별을 비롯한 소수자 차별을 비판합니다. 인종 및 계급 간 갈등을 부추겨 백인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미국 트럼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엘라이자와 양서인간 커플의 스트릭랜드에 대한 승리는 피지배계급 및 소수자의 지배계급 및 권력에 대한 승리를 상징합니다.

미녀와 야수

‘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본적으로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SF, 스릴러, 코미디, 호러,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적 특징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고어의 요소도 있지만 성인용 동화와 같은 로맨스를 부각시키기 위해 적절한 선에서 자제했습니다. ‘미녀와 야수’를 기본 모티브로 한 ‘킹콩’, ‘더 플라이’ 등을, 정부 기관이 괴 생명체를 숨기고 연구하며 해부를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TV 시리즈 ‘X파일’을 연상시킵니다.

당대 대중문화에 대한 경의도 빠지지 않습니다. 엘라이자와 양서인간은 올드 팝을 통해 가까워지며 영화가 개봉 중인 극장에서 재회합니다. 극장 건물에 거주하는 엘라이자와 자일스는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즐깁니다. 올드 팝, 영화, TV 드라마는 1960년대의 시대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자일스는 만화가가 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중반 이후 서사 진부해져

B급 영화의 세례를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성향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 넉넉히 녹아들었습니다. 이종 간의 사랑이라는 출발점부터 그의 특유의 기괴함으로 가득합니다. 디테일 강조도 기예르모 델 토로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덕 존스는 ‘헬보이’와 ‘판의 미로’에 이어 또 다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페르소나 괴수를 연기합니다.

하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아이디어에 비해 서사의 힘이 부족한 약점을 되풀이합니다. 양서인간이 연구기관 탈출에 성공한 중반부 이후 결말까지는 서사가 진부하며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지속된 전개를 감안하면 해피엔딩 예상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같은 영화의 스테레오 타입 결말인 해피엔딩, 혹은 정사(情死) 둘 중 하나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트릭랜드는 지나치게 전형적인 악역입니다. 호프스테틀러(마이클 스털버그 분)를 제외하면 등장인물의 선악 구분은 매우 선명합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 영화 평론의 최우선 요소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면 영화적 완성도는 가산점, 그 이상을 받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완성도의 유일한 잣대는 정치적 올바름이 아닙니다.

샐리 호킨스는 ‘셰이프 오브 워터’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수화는 물론 파격 노출까지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보다는 ‘내 사랑’의 연기가 보다 강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헬보이 - 론 펄만의, 론 펄만에 의한, 론 펄만을 위한
판의 미로 - 불쾌하고 끔찍한 정치 영화
헬보이2 - 괴물의 물량공세에 뒷전으로 밀린 지옥소년
퍼시픽 림 - 힘 있지만 유치하다
크림슨 피크 - 서사 및 캐릭터 전형적, 디테일은 돋보여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