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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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머니 - ‘인간 탐욕’ 포착한 하드보일드 연대기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석유 재벌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 분)의 손자 폴(찰리 플러머 분)이 로마에서 납치됩니다. 납치범 일당은 1천 7백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지만 게티는 지불을 거부합니다. 대신 게티는 폴의 어머니 게일(미셸 윌리엄스 분)을 돕는 몸값 협상가로서 전직 CIA 요원 체이스(마크 월버그 분)를 투입합니다.

세상의 모든 돈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는 석유 재벌 3세의 납치 사건 실화를 영화화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1973년 7월부터 12월까지 약 반 년 간 16세 소년의 목숨을 담보로 한 줄다리기를 묘사합니다.

원제는 ‘All the Money in the World’로 ‘세상의 모든 돈’을 뜻합니다. 납치범이 폴의 몸값을 게일에 요구하며 ‘게티가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지고 있다(He has all the money in the world)’는 대사가 제시됩니다. 게일과 게티가 폴의 몸값 지불 여부를 놓고 협의하는 장면에는 게티의 변호사가 언급하는 ‘시간은 넘친다’는 뜻의 대사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로 변형되어 제시됩니다.

재벌 가문의 소년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줄거리, 쉽게 몸값을 지불하지 않고 버티는 재벌 주인공, 납치범의 심리에 대한 세세한 묘사 등은 론 하워드 감독, 멜 깁슨 주연의 1996년 작 ‘랜섬’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끈한 오락 영화 ‘랜섬’과 달리 ‘올 더 머니’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입니다. 거칠고 잔혹한 연출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인 고 토니 스콧 감독의 2004년 작 ‘맨 온 파이어’와 공통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석유 재벌 게티의 전기 영화

‘올 더 머니’의 주인공은 납치된 폴, 폴의 어머니 게일, 게일을 돕는 체이스, 그리고 폴을 납치한 칭콴타(로맹 뒤리스 분)도 아닌 ‘세상 모든 돈의 소유자’ 게티입니다.

게티는 초반 과거 회상 장면부터 의미심장합니다. 유전 개발을 위해 중동의 사막 한복판에 열차로 도착해 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은 역시 실화를 영화화한 데비이드 린 감독의 1962년 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연상시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해 걸작에 대한 경의를 바친 바 있습니다. ‘올 더 머니’는 게티의 생애 전체를 다루는 전기 영화이자 ‘돈의 역사’를 포착한 연대기이기도 합니다.

게티는 고미술품 투자에는 거액을 아끼지 않지만 호텔의 세탁 서비스에 지불하는 돈이 아까워 스위트룸에서 직접 세탁해 널어놓는 구두쇠로 묘사됩니다. 폴의 몸값도 지불하지 않으려 합니다. 몸값을 쉽게 내주지 않는 것은 협상 전략의 하나로 볼 수도 있으나 게티에게는 사실상 지불 의사가 없는 듯 보입니다.

마피아가 폴의 귀를 잘라 보내자 게티는 폴의 몸값을 지불하지만 소득 공제를 위해 게일에 대출하는 꼼수를 사용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게일이 보유한 폴의 양육권을 요구합니다. 게티는 ‘올 더 머니’의 가장 탐욕스러운 악역입니다. 돈이, 욕망이 인간을 얼마나 추악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깊숙한 고찰이 ‘올 더 머니’의 주제의식입니다.

당초 게티에 캐스팅된 케빈 스페이스는 촬영에 참여했지만 성 추문으로 인해 하차하고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맡아 재촬영했습니다. 그는 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아쉬움을 털끝만치도 남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올 더 머니’는 그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관람할 가치가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미셸 윌리엄스 연기력, 크리스토퍼 플러머에 필적

게티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게일입니다. 시아버지 게티가 몸값을 내주지 않는 가운데 납치범의 협박은 반복됩니다. 납치된 당사자 폴을 제외하면 가장 극심한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냉혈한의 카리스마를 뽐낸다면 미셸 윌리엄스는 본연의 모성을 앞세워 연기 대결을 펼칩니다. 감정적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인물을 맡았지만 최대한 이성적으로 자제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입체적 연기가 돋보입니다. 납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게일은 냉혹한 시아버지에 맞서는 보다 강인한 어머니로 성장합니다.

칭콴타도 인상적입니다. 납치범으로 출발해 마피아의 하수인이 되지만 인간적인 인물입니다. 폴의 탈출 시도를 방관하고 결정적 순간 폴과 게일의 재회를 돕습니다. 사악한 조부 게티와 인간적 납치범 칭콴타로 인해 ‘올 더 머니’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선악의 경계는 모호해집니다.

체이스는 첫 등장은 인상적이나 중반 이후 비중이 감소합니다. 그는 실질적 공백인 게일의 남편 역할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체이스는 폴을 찾아내는 데 그의 이름 플레처 체이스(Fletcher Chase)의 ‘Chase’는 ‘추적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의도적 작명으로 보입니다.

재벌 대 마피아, 비즈니스 대결

‘올 더 머니’가 중반 이후 더욱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마피아의 개입으로 납치가 비즈니스로 변모한다는 점입니다. ‘재벌 대 마피아’라는 마치 두 개의 열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극한 게임 이 되어 ‘비즈니스 대 비즈니스’, ‘프로 대 프로’의 양상으로 치닫습니다. 담보물은 16세 소년의 목숨과 신체입니다.

두 집단의 대립은 16만 리라의 거액을 일일이 손으로 세는 두 개의 장면으로 상징됩니다. 게티가 몸값을 내주자 경찰이 일일이 지폐를 세고 몸값을 받은 마피아는 근거지의 중년 여성들까지 가세해 지폐를 셉니다. 관객에게 거액을 체감케 하는 것은 물론 지폐계수기가 일상화되지 않았던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마피아의 개입은 이탈리아 경찰의 부패와 더불어 냉혹한 지방 인심 묘사로 이어집니다. 하이에나와 같은 파파라치(Paparazzi)의 원조가 이탈리아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언론의 속성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합니다.

미성년자 귀 절단, 리들리 스콧다워

‘올 더 머니’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누가 뭐래도 폴의 귀 절단입니다. 성인도 아닌 16세 소년의 신체 절단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합니다.

제대로 된 마취도 없이 절단 과정에서 피가 샘솟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모자라 절단된 귀가 우편을 통해 어머니 게일에 전달되는 장면까지 일말의 생략조차 없습니다.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귀 절단과 우편물 개봉 묘사를 적절한 선에서 생략했을 것입니다.

귀 절단 장면이 가장 유명한 것은 ‘저수지의 개들’이지만 블랙 유머가 가미되어 잔혹도는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올 더 머니’는 하드보일드 영화 속 미성년자의 귀 절단이라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담대함을 넘어 악취미마저 엿보입니다. ‘내가 쿠엔틴 타란티노보다 더 나갈 수 있다!’는 노거장의 자신감도 담긴 듯합니다. 폴의 귀 절단은 그에 앞서 폴을 먹이기 위한 스테이크용 고기 절단 장면이 복선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어 장면의 가감 없는 묘사는 리들리 스콧 연출의 전매특허입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에이리언’의 체스트 버스터 탄생 장면, ‘블랙 호크 다운’의 허벅지 혈관 응급 수술 장면, 그리고 ‘카운슬러’의 올가미의 목 절단 장면까지 리들리 스콧은 충격적 고어 장면 연출의 전례가 있습니다. 세 장면 모두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직결됩니다.

전술한 세 작품과 ‘올 더 머니’는 모두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장르적 요소를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리언’, ‘카운슬러’, 그리고 ‘올 더 머니’는 돈에 얽힌 인간의 탐욕과 비정함이 공통점입니다. ‘카운슬러’를 긍정적으로 접했다면 ‘올 더 머니’도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실망스러웠던 전작 ‘에이리언 커버넌트’보다 훨씬 낫습니다.

작위적 결말 아쉬워

‘올 더 머니’의 결말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폴이 구출된 날 밤에 게티가 사망하는 것으로 교차 편집됩니다. 손자의 목숨 값이 할아버지의 목숨인 것처럼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극중에서 건강했던 게티의 급사라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게티는 폴의 석방으로부터 3년이 지난 1976년에 사망했습니다. 클라이맥스의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칭콴타 일당의 근거지를 경찰이 급습한 뒤 폴의 옷을 게일이 만지도록 경찰이 방치하는 중반 장면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수사의 실마리가 될 중대 증거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엔딩 크레딧 전에는 자막을 삽입해 게티의 컬렉션이 LA의 J. 폴 게티 미술관의 근간이 되었다며 게티를 악역으로만 묘사했다는 비판을 회피하려는 듯합니다. 하지만 개별 등장인물들은 물론 마피아의 후일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실존 인물과 영화 속 등장인물의 비교 사진도 없습니다. 관객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보다 찜찜함을 통해 한 번 더 영화에 대해 곱씹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한글 자막 ‘지꺼릴 기분’은 잘못된 것입니다. ‘지꺼릴’의 기본형은 ‘지껄이다’입니다. ‘지껄일 기분’이 옳습니다. 미성년자의 귀 절단 장면의 잔혹도를 감안하면 한국의 15세 관람가 등급은 지나치게 관대한 심의입니다. ‘올 더 머니’는 미국에서 R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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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시민 제이 2018/02/04 12:08 #

    오늘자 서프라이즈에서도 나왔죠.

    저 사건 이후, 참.. 가족이 개판나는...

    돈 준 것도 세간 평 두려워서고, 그것도 3백만중 공제한도액 220만 주고, 80은 아들한테 연이자 4%로 갚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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