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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 게리 올드만, 처칠 재현 놀랍지만…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 라이트 감독의 ‘다키스트 아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위협에 시달리던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게리 올드만 분)의 고뇌와 결단을 묘사합니다.

챔벌레인(로널드 픽업 분)이 실각하자 1940년 5월 10일 총리에 취임한 처칠은 나치에 맞서 싸울지, 아니면 챔벌레인과 할리팩스(스티븐 딜런 분)가 주장하는 히틀러와의 평화조약을 맺을지 고민합니다.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한 순간을 포착합니다.

게리 올드만, 윈스턴 처칠 압도적 재현

‘다키스트 아워’의 가장 큰 매력은 실존인물의 빼어난 재현도입니다. 호리호리한 체형의 게리 올드만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땅딸막한 체구의 주인공의 스마일리를 맡아 외모의 변화 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연기했습니다.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 속 스마일리를 게리 올드만 나름대로 재해석했습니다.

‘다키스트 아워’에서 아내 클레멘타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로부터 ‘꿀돼지’라 불리는 비만한 처칠에 캐스팅된 게리 올드만은 특수 분장의 힘을 빌린 것은 물론 처칠의 달변 속 부정확한 발음까지 압도적으로 재현했습니다. 물론 처칠의 상징이었던 굵은 시거도 활용됩니다.

배우의 이미지와 극도로 판이한, 너무도 유명한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제작진과 더불어 배우 본인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극중 처칠의 모습에서 게리 올드만의 면모는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1월 7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게리 올드만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현대사의 중요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아카데미 주연상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2006년 작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헬렌 미렌과 2012년 작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010년 작 ‘킹스 스피치’에서 조지 6세를 연기한 콜린 퍼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만이 ‘전통’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높은 재현도 불구, 오락성은 부족

체임벌린과 할리팩스도 실존 인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킹스 스피치’에서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 6세는 실존 인물과 외모의 차이가 있었던 반면 ‘다키스트 아워’에서 벤 멘델손이 연기한 조지 6세는 상당히 흡사합니다.

극중에는 조지 6세의 형 에드워드 8세의 퇴위로 연결된 심슨 부인과의 염문이 대사 속에 언급되며 조지 6세의 책상 위에는 훗날 엘리자베스 2세로 즉위하는 소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마리의 사진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처칠이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지원을 간청하는 전화 통화 장면도 삽입됩니다.

전시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총리와 전시 내각이 전쟁을 지휘한 벙커 재현도 볼거리입니다. 하지만 전투 장면 재현은 사실상 없습니다. 125분의 러닝 타임 대부분은 연설과 논쟁 등 정치 드라마에 집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 속에서 배우의 연기력과 당대 재현은 볼거리이지만 오락성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습니다.

‘덩케르크’의 막후

‘다키스트 아워’는 처칠 집권으로부터 지난해 개봉된 영화 ‘덩케르크’로 널리 알려진 다이나모 작전 실행인 1940년 5월 26일까지의 약 보름의 짧은 기간을 시간 순으로 제시합니다. ‘덩케르크’가 최전선을 묘사했다면 ‘다키스트 아워’는 막후를 조명합니다.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의 이름의 유래도 제시합니다.

히틀러에 굴복하지 않은 강성 지도자로 알려진 처칠이지만 평화조약을 한때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내적 갈등에 골몰합니다. 덩케르크와 칼레의 영국군이 전멸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관객은 처칠이 전쟁을 밀어붙여 영국이 승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당시 처칠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명운이 걸린 도박과 같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나 클레멘타인과의 결혼 등 처칠이 살아온 길은 플래시백 없이 대사로만 다뤄집니다.

지하철 소통, 실질적 클라이맥스

‘다키스트 아워’는 실존 인물을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 처칠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골초, 말술, 대식가에 다혈질이었던 처칠의 아내와의 금슬이나 젊은 여비서 레이튼(릴리 제임스 분)과의 교감에 주목합니다.

클라이맥스는 처칠이 결전의 결단을 피력하는 의회 연설 장면입니다. 하지만 실질적 클라이맥스는 처칠의 결단의 계기가 되는 지하철에서의 런던 시민들과 대화 장면입니다. 정치인과 시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설령 정교하게 고안된 ‘쇼’에 불과하다 해도 ‘쇼’조차 부자연스러운 정치인은 매우 많습니다. 시민과의 교감 역시 정치인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지하철에 탑승한 평범한 런던 시민들은 하나같이 히틀러에 대한 굴복을 거부하고 싸울 것을 주장합니다. 시민들이 일부 정치인보다 나은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합니다.

본편 종료 후에는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선거에 패해 실각했음을 자막으로 알립니다. 하지만 1951년부터 1955년까지 그의 재집권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엔딩 크레딧 말미의 종소리는 영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한글 자막 ‘때론 추켜세우고’의 ‘추켜세우고’는 ‘정도 이상으로 칭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치켜세우고’가 되어야 옳습니다.

어톤먼트 - 누명을 쓴 자와 씌운 자의 치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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