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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하루키,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2015년 9월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입니다. 시기적으로는 2013년 작 장편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와 장편 소설 최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사이에 발표되었습니다. 잡지 ‘MONKEY’ 등의 연재분에 새로 집필한 원고를 더했습니다.

제1회 ‘소설가는 관용적 인종일까’의 서두부터 눈길을 확 잡아끕니다.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소설가는 새로운 소설가의 진입을 환영한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가장 어려운 경지라 할 수 있는 소설에 대해 ‘누구나 쓸 수 있으며 진입을 환영한다’는 서술은 일반의 인식과는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하루키가 하고 싶은 말은 반전과 같이 숨겨져 있습니다. 누구나 평생 소설을 한두 번은 쓸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 남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최소한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은 새로운 소설가의 진입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고 환영한다는 것입니다. 1979년 장편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한 이래 30년 이상 꾸준히 소설가로 활동해온 것의 지난함을 강조합니다.

매일 꾸준히 조금씩

하루키는‘작가 생활 내내 장편 소설을 집필한 소설가’라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장편 소설 집필이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장편 소설 집필을 시작하면 단편 소설 및 에세이 집필이나 번역은 일체 하지 않는 대신 하루에 4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을 쓴다고 합니다. 하루 동안 집필하는 원고의 양은 결코 많은 것은 아니나 하루키가 강조하는 것은 ‘꾸준함’입니다. 매일 거르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착상이 떠오를 때 몰아서 긴 분량을 쓰고 착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펜을 놓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초고가 아닌 퇴고입니다. 하루키는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해 퇴고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그 와중에는 원고를 두고 묵히며 새로운 감각이나 발상을 모색하는 ‘양생(養生)’의 기간에 공을 들입니다.

하루키는 창작의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술회합니다. 소설을 쓰는 과정은 너무도 즐겁다는 것입니다. 소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글쟁이’가 글쓰기의 고통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점에 비하면 하루키는 진정한 천재입니다. 하지만 ‘소설가로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어렵다’는 서두의 서술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루키가 강조하는 소설가에 필요한 덕목은 ‘신중함’입니다. 주위를 끊임없이 관찰하되 쉽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며 유보적 자세로 관찰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쾌함이 소설가에는 결코 덕목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설가가 극력 피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스스로를 분석하는 자세라고 합니다. 하루키의 소설이 오컬트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작가 본인의 삶에 대한 자세에서 비롯되었음이 드러납니다. 소설 집필 시 중요한 것은 치밀한 구성을 고민하기보다는 등장인물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 합니다.

노벨상에 대한 하루키의 속내?

제3회 ‘문학상에 관하여’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 수상 여부에 대한 논란에 대한 하루키의 심경입니다. 신인 작가에 수여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을 자신이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본인은 모든 상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1979년 군상신인상을 수상에 대해서는 소설가가 된다는 ‘입장권’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뻤으나 이후 다른 상에 대해서는 수상 여부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데뷔 이후 30년 이상 지난 현 시점에서 하루키가 신인에게만 주어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 수상 여부에 대한 뒤늦은 입장은 그가 매년 노벨상 문학상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데 대한 은유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하루키 본인은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노벨상 수상 여부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코스모폴리탄 하루키

하루키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극력 피하며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지만 그가 세간의 비판에 대해 거의 모두 인지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일본에서는 독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강연회 등에 참석하는 이유는 일본인 작가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기간 한정으로 독자들에 오픈되는 메일에는 약 1/10의 비율로 직접 답장한다고 합니다.)

일본 문단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그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는 역설적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미국의 페이퍼백 원서와 러시아 소설을 읽은 것이 작가로서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코스모폴리탄에 가까운 그의 성향의 원천이 엿보입니다.

따라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언급되는 소설가는 거의 대부분 구미의 작가이며 유일하게 거론되는 일본인 소설가는 나쓰메 소세키입니다.

그가 한동안 일본을 떠나 해외에서 집필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 결국 세계적 작가로 거듭난 이유는 일본 내의 야박한 평가와 근거 없는 소문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발심으로 자신이 해외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공교육을 비롯해 과거의 버블 경제 등 일본 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드러냅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과 달리 일본의 시사에 대해 결코 무관심하지 않음이 엿보입니다.

자전적 에세이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소설관’을 서술했기에 ‘후기’에서 규정하듯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집필 당시 초고를 모두 폐기하고 영어 타자기를 활용해 영문으로 집필한 다음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해 새로운 문체를 개발하려 했다는 흥미로운 대목도 눈에 띕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가 강연을 전제로 집필해 평서문이 아닌 경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결함을 자랑하는 그의 소설의 문체에 비해 만연체에 가깝습니다. 그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하루키의 방식을 답습한다고 해서 하루키와 같은 세계적 작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키의 진솔한 소설관이자 작가관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글 쓰는 이들이 귀기울일만한 덕목이 많은 좋은 참고서임에는 분명합니다.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 하루키가 파헤친 옴진리교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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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 - ‘생각하는 사람’ 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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