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라라랜드’가 재개봉되었습니다. 개봉 1주년에 불과하지만 ‘라라랜드’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변함없이 사랑하며 열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미아(엠마 스톤 분) 두 주인공이 겨울에 우연히 처음 만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클럽에서 재회하는 시간적 배경까지 감안하면 매년 연말 ‘개봉 N주년 기념’으로 재개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름 포맷이 사라지고 디지털로 바뀌면서 소스 보존의 어려움이 사라졌습니다. 판권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든 상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점도 재개봉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도 ‘라라랜드’의 블루레이가 발매되었지만 영화는 역시 극장 관람이 제 맛입니다.
롱 테이크, 다미안 샤젤의 천재성 입증
서두의 ‘Another Day Of Sun’ 군무 장면부터 입이 쩍 벌어지게 합니다. 치밀한 리허설 끝에 LA의 저지 해리 패터슨 인터체인지(The Judge Harry Pregerson Interchange)를 폐쇄시킨 뒤 롱 테이크로 촬영했습니다.
‘Another Day Of Sun’의 가사는 ‘17세 시절 사귄 남자친구와 영화도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끝에 헤어졌지만 재회하면 반가울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시퀀스 말미에 첫 등장하며 조우하는 두 주인공의 운명과 영화 전체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가사입니다. 두 사람은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함께 관람하며 연인이 되지만 끝내 헤어진 뒤 5년 만에 우연히 재회합니다.
다미안 샤젤 감독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롱 테이크는 세바스찬과 미아가 LA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서로에 대해 탐색하는 낭만적이고도 유머러스한 ‘A Lovely Night’과 미아의 인생을 바꾸는 오디션 장면의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에도 활용되었습니다.
만일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을 부르는 장면이 없었다면 과연 엠마 스톤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이 극중 미아뿐만 아니라 배우 엠마 스톤의 인생도 바꾼 셈입니다. 연기력이 빼어난 엠마 스톤이 ‘연기 못하는 미아’를 연기하며 오버하는 오디션 장면은 역설적인 웃음을 유발합니다.
잉그리드 버그만과 미아의 벽화
초반부에 미아는 3명의 친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아의 방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얼굴의 거대한 벽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미아는 세바스찬과 영화 촬영 세트장에서 대화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대표작 ‘카사블랑카’를 언급합니다.
종반 세바스찬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거리의 벽에는 거대한 미아의 얼굴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미아가 잉그리드 버그만에 필적하는 여배우로 출세했다는 암시입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미아의 벽화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이별의 아픔은 잊고 담담해진 듯합니다.
미아의 성공을 대칭적으로 암시하는 또 다른 장면은 커피숍 시퀀스입니다. 초반 미아가 아르바이트 하는 세트장 커피숍에 여배우가 등장하자 미아를 비롯한 사람들이 놀랍니다. 5년 뒤 동일한 장소에 미아가 나타나자 많은 이들이 놀랍니다. 미아가 누구나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명 배우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별 뒤에 마주친 시선
세바스찬이 미아를 커피숍으로 찾아와 성사되는 사실상의 첫 데이트는 허모사 해변(Hermosa Beach)의 라이트하우스 카페(The Lighthouse Café)에서 마무리됩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재즈를 체감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카페를 나온 두 사람은 헤어지며 서로 각자 뒤돌아봐 호감을 드러내지만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습니다.
결말에서 세바스찬의 클럽 ‘셉스(Seb's)’에 미아가 찾아와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고 슬픈 미소를 짓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미아가 먼저 바라보자 세바스찬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칩니다. 라이트하우스 카페 입구 장면과는 정반대되는 시퀀스의 결말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려는 순간에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진 뒤에는 시선이 마주칩니다. 역설적 연출입니다. 미아가 세바스찬의 클럽을 알게 되었지만 향후 두 사람이 다시 연락하거나 만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옛 사랑은 세월 속에 아련하게 묻어놓는 편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속편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관객도 없을 것입니다. 남편 및 딸과 함께 사는 미아가 불륜을 저지른다면 ‘라라랜드’마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마침표입니다.
성공과 사랑, 병행하기 어려워
비극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만일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결혼까지 이르렀다면 ‘라라랜드’는 그저 흔한 할리우드 해피엔딩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압도적 재능의 다미안 샤젤 감독은 두 사람이 사회적 성공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판타지 장면을 제시해 관객을 쥐락펴락합니다.
‘라라랜드’는 사랑과 사회적 성공이 동반할 수 없는 사례를 제시합니다. 세바스찬은 안정적 돈벌이, 즉 직장이 필요해 음악적으로 타협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아와 멀어지는 빌미가 됩니다. 오디션에서 갖은 수모를 당하던 미아는 드디어 배역을 따내지만 파리에서의 장기간 리허설 및 촬영으로 인해 세바스찬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아의 오디션 직후 두 사람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별을 예감하는 대사가 제시됩니다.
매우 단순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라라랜드’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사실적이어서 깊은 공감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았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관객에 던지기도 합니다.
라라랜드 - 달콤 씁쓸한 사랑, 아름다운 뮤지컬
라라랜드 IMAX - 보라색처럼 아름답지만 짧은 사랑
[CD] ‘라라랜드’ OST
[블루레이] ‘라라랜드’ 베스트바이 스틸북 한정판
[블루레이] ‘라라랜드’ 영국 스틸북 한정판
[블루레이] ‘라라랜드’ 일본 스틸북 한정판
위플래쉬 - 원초적이며 직선적, 강력하다
위플래쉬 - 한국 사회의 숱한 ‘플레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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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포맷이 사라지고 디지털로 바뀌면서 소스 보존의 어려움이 사라졌습니다. 판권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든 상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점도 재개봉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도 ‘라라랜드’의 블루레이가 발매되었지만 영화는 역시 극장 관람이 제 맛입니다.
롱 테이크, 다미안 샤젤의 천재성 입증
서두의 ‘Another Day Of Sun’ 군무 장면부터 입이 쩍 벌어지게 합니다. 치밀한 리허설 끝에 LA의 저지 해리 패터슨 인터체인지(The Judge Harry Pregerson Interchange)를 폐쇄시킨 뒤 롱 테이크로 촬영했습니다.
‘Another Day Of Sun’의 가사는 ‘17세 시절 사귄 남자친구와 영화도 함께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끝에 헤어졌지만 재회하면 반가울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시퀀스 말미에 첫 등장하며 조우하는 두 주인공의 운명과 영화 전체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가사입니다. 두 사람은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을 함께 관람하며 연인이 되지만 끝내 헤어진 뒤 5년 만에 우연히 재회합니다.
다미안 샤젤 감독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롱 테이크는 세바스찬과 미아가 LA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서로에 대해 탐색하는 낭만적이고도 유머러스한 ‘A Lovely Night’과 미아의 인생을 바꾸는 오디션 장면의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등에도 활용되었습니다.
만일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을 부르는 장면이 없었다면 과연 엠마 스톤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이 극중 미아뿐만 아니라 배우 엠마 스톤의 인생도 바꾼 셈입니다. 연기력이 빼어난 엠마 스톤이 ‘연기 못하는 미아’를 연기하며 오버하는 오디션 장면은 역설적인 웃음을 유발합니다.
잉그리드 버그만과 미아의 벽화
초반부에 미아는 3명의 친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아의 방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얼굴의 거대한 벽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미아는 세바스찬과 영화 촬영 세트장에서 대화하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대표작 ‘카사블랑카’를 언급합니다.
종반 세바스찬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거리의 벽에는 거대한 미아의 얼굴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미아가 잉그리드 버그만에 필적하는 여배우로 출세했다는 암시입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미아의 벽화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이별의 아픔은 잊고 담담해진 듯합니다.
미아의 성공을 대칭적으로 암시하는 또 다른 장면은 커피숍 시퀀스입니다. 초반 미아가 아르바이트 하는 세트장 커피숍에 여배우가 등장하자 미아를 비롯한 사람들이 놀랍니다. 5년 뒤 동일한 장소에 미아가 나타나자 많은 이들이 놀랍니다. 미아가 누구나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명 배우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별 뒤에 마주친 시선
세바스찬이 미아를 커피숍으로 찾아와 성사되는 사실상의 첫 데이트는 허모사 해변(Hermosa Beach)의 라이트하우스 카페(The Lighthouse Café)에서 마무리됩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재즈를 체감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카페를 나온 두 사람은 헤어지며 서로 각자 뒤돌아봐 호감을 드러내지만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습니다.
결말에서 세바스찬의 클럽 ‘셉스(Seb's)’에 미아가 찾아와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고 슬픈 미소를 짓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미아가 먼저 바라보자 세바스찬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칩니다. 라이트하우스 카페 입구 장면과는 정반대되는 시퀀스의 결말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려는 순간에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진 뒤에는 시선이 마주칩니다. 역설적 연출입니다. 미아가 세바스찬의 클럽을 알게 되었지만 향후 두 사람이 다시 연락하거나 만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옛 사랑은 세월 속에 아련하게 묻어놓는 편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속편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관객도 없을 것입니다. 남편 및 딸과 함께 사는 미아가 불륜을 저지른다면 ‘라라랜드’마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마침표입니다.
성공과 사랑, 병행하기 어려워
비극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만일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결혼까지 이르렀다면 ‘라라랜드’는 그저 흔한 할리우드 해피엔딩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압도적 재능의 다미안 샤젤 감독은 두 사람이 사회적 성공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판타지 장면을 제시해 관객을 쥐락펴락합니다.
‘라라랜드’는 사랑과 사회적 성공이 동반할 수 없는 사례를 제시합니다. 세바스찬은 안정적 돈벌이, 즉 직장이 필요해 음악적으로 타협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아와 멀어지는 빌미가 됩니다. 오디션에서 갖은 수모를 당하던 미아는 드디어 배역을 따내지만 파리에서의 장기간 리허설 및 촬영으로 인해 세바스찬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아의 오디션 직후 두 사람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별을 예감하는 대사가 제시됩니다.
매우 단순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라라랜드’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사실적이어서 깊은 공감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았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관객에 던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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