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

LG 트윈스 편파 야구 전 경기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자유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세 번째 살인 - 도스토예프스키 연상시키는 묵직함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살인을 저질렀던 미스미(야쿠쇼 코지 분)가 자신이 근무하던 공장의 사장을 살인한 죄로 체포됩니다. 미스미의 변호를 맡은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미스미를 사형에 이르지 않도록 동분서주합니다. 시게모리는 사장의 외동딸 사키에(히로세 스즈 분)와 미스미의 살인 동기의 연관성을 파헤칩니다.

반전에 반전 거듭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 편집, 연출을 맡은 ‘세 번째 살인’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용의자 미스미와 그의 변호사 시게모리의 법적 공방을 묘사합니다.

미스미는 30년 전 홋카이도에서 2명을 살해한 바 있지만 판사였던 시게모리의 아버지(하시즈메 이사오)로부터 사형 선고는 면해 목숨을 부지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미스미는 과거 자신을 살려준 판사의 아들인 시게모리에 변호를 맡겨 시게모리 집안과 인연을 이어 갑니다.

미스미는 공장 사장을 살해한 뒤 사체에 방화하고 지갑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시게모리가 사건의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고 미스미와 접견을 반복하면서 ‘세 번째 살인’의 서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당초 미스미가 사장을 살해한 이유는 원한 혹은 금전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사장의 딸 사키에가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고 법정에서 증언을 약속하면서 새로운 반전이 드러납니다. 미스미가 사키에를 보호하기 위해 사장을 살해했다면 사형을 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미스미는 막판에 진술을 바꿔 사키에의 법정 증언을 막고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사형이 선고만 될 뿐 집행은 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사형이 실제로 집행됩니다. 12월 19일에도 일본에서 2명의 사형이 집행된 바 있습니다. 미스미에 대한 사형 선고는 곧 죽음을 뜻합니다.

‘세 번째 살인’의 뜻은?

제목 ‘세 번째 살인’은 ‘법조 살인’을 뜻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살인은 미스미가 저지른 것이지만 세 번째 살인은 시게모리를 비롯한 법조인들이 저지른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게모리의 동료 셋츠(요시다 코타로 분)는 사형 판결 뒤 '한 배를 탄 법조계' 라며 현실을 압축합니다.

검찰 측은 미스미를 어떻게든 사형 선고를 받아내려 노력하고 재판부 측은 사건에 대한 유의미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어도 무시한 채 재판을 속개해 일정을 맞추려 합니다. 시게모리는 미스미에 대한 사형 선고를 끝내 막지 못합니다.

서두의 살인 장면에서 미스미는 왼쪽 뺨에 묻은 피를 오른손으로 닦아내며 중반에는 사키에가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교차 편집됩니다. 미스미의 살인 동기가 사키에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스미가 사형 선고를 받자 시게모리는 법원 건물 밖으로 나와 왼쪽 뺨을 오른손으로 닦아냅니다. 그 역시 미스미와 마찬가지로 살인, 즉 세 번째 살인인 법조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접견 장면 인상적

사형 선고 뒤 미스미와 시게모리의 마지막 접견 장면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연출됩니다.

미스미와 시게모리의 얼굴은 유리창의 반사를 통해 겹쳐집니다. 두 사람의 동일시를 암시합니다.

두 주인공과 공장 사장까지 세 사람은 모두 외동딸의 아버지이며 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성폭행에 의해 부성을 상실한 사키에에게 미스미는 아버지 노릇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스미, 사키에, 시게모리가 눈밭에서 눈싸움을 벌이는 초현실적 장면은 미스미와 사키에의 유사 부녀 관계와 미스미에 대한 시게모리의 이입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유리창을 사이로 구분된 미스미와 시게모리를 비추는 조명은 엄연히 다릅니다. 미스미는 밝은 태양광을 받지만 시게모리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미스미는 진실한 죽음, 시게모리는 거짓된 삶의 영역에 놓였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시게모리는 미스미에게 살인 동기와 진술 번복이 모두 사키에를 지키기 위한 의도인지 묻습니다. 즉 성폭행당한 사키에를 위해 사장을 살해하고 성폭행 사실이 법정 증언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형을 각오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시게모리의 해석대로라면 미스미는 사키에를 두 번에 걸쳐 지킨 셈이 됩니다. 첫 번째, 성폭행 가해자를 제거했고 두 번째,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미스미는 사키에를 지키기 위한 선의라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끝까지 속내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자격은 있나?

접견을 마친 뒤 시게모리는 결말에서 골목길에서 멍하니 청명한 봄 하늘을 바라봅니다. 접견실에서 빛을 받았던 미스미가 죽음을 통해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삶과 죽음은 인간이 좌우할 능력이 없으며 신의 영역이라는 주제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살인범 미스미는 신의 영역인 ‘심판’에 도전합니다. 그가 사장을 살해하고 사체에 방화해 십자가 모양을 만든 것이나 키우던 카나리아 5마리 중 4마리를 살해한 뒤 무덤에 십자가 모양을 만든 것은 자신이 신을 대신해 심판하려는 의도의 반영입니다. 카나리아 한 마리를 살려준 것 역시 신의 영역인 ‘구원’을 흉내 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스미가 즐겨 먹는 땅콩버터를 판매하는 빵집 ‘쥬마루(十丸 ; じゅうまる) 베이커리’도 미스미의 심판의 상징 십자가(十字架)를 연상시키는 이름입니다.

미스미의 행동은 결코 옳은 것은 아니나 인간을 심판해 삶과 죽음을 부여하는 사법부 역시 부당하다는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제의식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자격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형폐지론에 대한 지지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살인’에는 구원과 처벌,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그리고 성선설과 성악설이 교차합니다. 마치 ‘죄와 벌’을 비롯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옮긴 듯합니다.

중학생인 시게모리의 딸은 언제든 눈물을 흘리는 속임수로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을 모면할 수 있다고 시게모리에 자랑합니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중학생조차 선한 면모를 연기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악하다는 것이 ‘세 번째 살인’의 시각입니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살인범 미스미가 사키에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만큼 인간에게는 선한 면모가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시각입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극이지만 법정에서는 딱히 반전이 없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법정에서의 판결은 검사와 판사, 그리고 변호사 측의 조율을 통해 사전에 결정되는 법조계의 현실도 드러냅니다.

대중적 영화는 아니지만 ‘세 번째 살인’은 섬세하면서도 묵직합니다. 2004년 작 ‘아무도 모른다’에 버금가는 묵직함을 자랑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도 압권입니다.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와 같은 가벼운 영화가 범람하는 일본 영화계에 오리지널 각본을 직접 집필해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질적 존재이자 단단히 빛을 발하는 보석과 같습니다.

미스미, 사키에와 어떻게 가까워졌나?

‘세 번째 살인’은 매우 탄탄한 작품이지만 의문점이 있습니다.

첫째, 미스미가 사키에와 어떻게 가까워졌으며 사장의 성폭행 여부까지 알게 되었는지 구체적 묘사가 부족합니다. 사키에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의 부하 직원을 아버지처럼 여기게 된 셈인데 두 사람이 어떤 출발점과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을 남깁니다.

둘째, 시게모리와 셋츠가 사법연수원 동기로 설명되지만 외모부터 두 인물의 나이차가 상당합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1969년생, 요시다 코타로가 1959년생으로 배우는 열 살 차이가 납니다. 시게모리와 셋츠가 서로 반말을 하는 설정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야쿠쇼 코지 연기 압권

극중에서 ‘빈 그릇’이라 불릴 정도로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미즈미를 표현하는 야쿠쇼 코지의 연기력은 놀랍습니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장면이 접견실에 국한되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친딸에 대한 아버지의 성폭행 소재는 물론 살인까지 묘사하는 범죄 영화이자 야쿠쇼 코지의 출연작이라는 점에서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14년 작 ‘갈증’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 살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 캐스팅되었습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다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작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가 연기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와 ‘세 번째 살인’의 시게모리는 모두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으나 가족 관계는 원만치 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키에 역의 히로세 스즈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배다른 막내딸 스즈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히로세 스즈는 야쿠쇼 코지와 후쿠야마 마사하루, 쟁쟁한 두 중견 배우의 틈바구니에서도 서늘한 연기를 뽐냅니다.

시게모리의 법률사무소의 여직원 핫토리로 분한 마츠오카 이즈미는 ‘태풍이 지나가고’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환상의 빛 -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아무도 모른다 - 사실적인 영상이 주는 서늘한 감동
하나 - 칼보다 붓, 복수보다 용서
공기인형 - 배두나의 파격적 노출이 안쓰럽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성장, 그것은 진정한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 그렇게 가족이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 감독 특유의 다층적이며 은유적 매력 부족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