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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4 - 미국 우월주의 선봉장 록키, 소련을 무찌르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련 복서 드라고(돌프 룬드그렌 분)가 미국을 방문하자 은퇴한 아폴로(칼 웨더스 분)가 시범 경기를 원합니다. 드라고에 일방적으로 난타당한 아폴로는 링 위에서 사망합니다.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분)는 드라고에 복수하려 합니다.

선악대비 선명한 미소 대결

1985년 작 ‘록키 4’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록키 시리즈 네 번째 영화입니다. 미국의 영웅 록키가 소련의 압도적 복서 드라고와 복수혈전을 치른다는 줄거리입니다.

동서방의 냉전 막바지 상황에서 소련인 복서가 등장하면서 ‘록키 4’는 미소간의 선명한 대결 구도를 드러냅니다. ‘미국은 선, 소련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충실합니다.

아폴로와 드라고의 일전은 미국을 상징하는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됩니다. 아폴로는 ‘록키’와 마찬가지로 엉클 샘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퍼포먼스로 등장합니다.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은 역시 미국적인 노래 ‘Living in America’를 부르며 공연합니다.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하는 드라고는 어리둥절한 채 아폴로와 제임스 브라운의 쇼를 바라봅니다. 미국 대중문화의 힘을 자랑하며 소련의 문화는 빈곤하다고 강조하는 연출입니다.

최첨단 스포츠 과학을 표방하지만 음지에서 약물 사용을 서슴지 않는 소련의 상징 이반 드라고는 아폴로를 경기 중 죽음으로 내몰아 비열한을 넘어 살인자의 반열에 오릅니다. 소련 측에는 인간적인 등장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록키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러시아의 눈 덮인 소읍에 틀어박혀 언론의 접촉을 끊은 채 훈련에 매진합니다. 그는 설산을 오르고 장작을 패며 자연을 적극 활용해 일전을 준비합니다. 소련이 과학의 열렬한 신봉자라면 미국은 인위를 거부한 자연주의라는 대조입니다. 너무도 억지스러운 대비입니다.

록키’부터 ‘록키 3’까지의 아메리칸 드림은 ‘록키 4’의 불순한 체제 우월론에 비하면 순진한 수준입니다. 록키의 러시아 훈련 장면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록키는 크리스마스에 적의 심장부 모스크바로 향합니다. 록키와 드라고의 일전에는 당시 소련의 국가 원수인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를 닮은 인물까지 등장합니다. 1988년 작 코미디 영화‘총알 탄 사나이’에서도 고르바초르를 연기한 배우 데이빗 로이드 오스틴이 연기했습니다.

MTV식 연출, 서사 빈곤 노출

흥행에는 성공했으나‘록키 4’의 완성도는 실망스럽습니다. 1980년대 MTV의 유행을 의식한 탓인지 배경 음악을 깔고 몽타주 편집을 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연출을 반복합니다. 서사의 빈곤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썰렁한 서사로 인해 6편의 시리즈 중 가장 짧은 90분의 러닝 타임을 채우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록키’의 빌 콘티의 힘이 넘치는 배경 음악과 비교하면 ‘록키 4’의 팝송과 전자 음악은 가볍습니다.

서사의 빈곤은 캐릭터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어서 만화적인 등장인물들은 몰입을 저해합니다. ‘록키 3’까지의 기존 캐릭터들은 이미지를 소모할 뿐이며 새로운 등장인물들은 생명력이 결여되었습니다. 인간 캐릭터의 한계를 자인하듯 뜬금없는 로봇의 등장은 헛웃음을 유발합니다. 근본적으로 각본이 허술한 탓입니다.

돌프 룬드그렌 출세작

007 뷰 투 어 킬’에 단역으로 출연한 스웨덴 출신의 신장 196cm 거구의 배우 돌프 룬드그렌은 ‘록키 4’에서 대사가 거의 없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후 액션 스타로 각광받아 ‘레드 스콜피온’, ‘퍼니셔’, ‘유니버설 솔저’ 등에서 주연을 맡게 됩니다.

돌프 룬드그렌은 2010년 작 ‘익스펜더블’에서 25년 만에 실베스터 스탤론과 재회합니다. 내년 개봉 예정인 ‘크리드 2’에서 드라고로 재출연하며 ‘익스펜더블 4’의 출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폴로는 ‘록키 4’의 비극적 죽음을 끝으로 퇴장합니다. 하지만 그가 구축한 확실한 캐릭터 덕분에 그의 아들이 등장하는 ‘크리드’로 이어졌으며 ‘크리드 2’의 제작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록키 4’에서 록키는 조강지처 에이드리안(탈리아 샤이어 분)와 변함없는 부부애를 과시합니다. ‘록키’에서 연인 록키와 아폴로의 경기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에이드리안은 ‘록키 4’에서는 러시아 오지의 훈련장으로 남편 록키를 찾아온 것은 물론 죽음의 그림자마저 드리운 적지에서의 일전을 현장에서 똑똑히 목도합니다.

극중에서 록키는 조강지처를 지켜내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무명 시절부터의 조강지처 사샤 크자크와 이혼하고 ‘록키 4’에 함께 출연한 브리짓 닐슨과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1986년 작 ‘코브라’에도 함께 출연하지만 1987년 2년 만에 이혼합니다.

한국 개봉 늦춰진 진짜 이유는?

‘록키 4’는 미국에서 1985년 11월 말에 개봉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1987년 7월 뒤늦게 개봉되었습니다. 외화 직배가 시행되기 전이라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지연 개봉은 흔한 일이었지만 ‘록키’는 무려 1년 8개월 개봉이 늦춰져 이례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수입사는 ‘록키 4’를 1986년 여름 성수기에 맞춰 수입을 신청했으나 폭력 영화로 몰려 현재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 해당하는 당시의 ‘공륜(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복서가 사망하는 경기 장면이 삽입되지만 스포츠 영화를 폭력 영화로 분류한 조치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아폴로의 사망은 1982년 11월 13일 역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WBA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맨시니와의 대결 끝에 턱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진 뒤 5일 만에 사망한 복서 김득구를 연상시키는 측면은 있습니다.

‘록키 4’에 대한 정부의 수입 불가 방침의 실질적 이유는 외화의 수입 상한선 38만 달러를 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수출 = 선’,‘수입 = 악’으로 규정된 시대라 외화에 과다한 지출은 안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부 수입사는 수입가가 비싼 외화에 저렴한 외화를 패키지로 끼워 함께 수입 신청을 해 단가를 낮추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록키 4’의 수입 불가와 관련해 ‘가뜩이나 외채에 시달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 같은 작태(비싼 외화 수입)가 용납돼야 옳겠느냐는 것이 뜻있는 영화인들의 주장’이라며 정부의 불가 방침을 옹호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6년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에도 ‘외화 유출’ 논리로 반대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987년 여름 ‘록키 4’의 개봉이 확정된 가운데 MBC TV의 ‘퀴즈 명화 여행’은 ‘록키 4’의 아폴로의 사망 등 스포일러를 먼저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록키 4’가 상영된 개봉관에는 록키가 드라고를 KO시키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이라 반공 의식이 여전했던 탓으로 풀이됩니다. ‘록키 4’는 영화 그 자체는 물론 개봉을 둘러싼 한국의 상황까지 현 시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반공과 검열의 시대가 빚어낸 촌극이었습니다.

‘록키’를 추억하며 - ‘록키 발보아’ 개봉 기념 포스팅

록키 - 전설 넘어 신화가 된 남자의 로망
록키 - 탄탄한 드라마,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
록키 2 - 주인공 승리하고 영화는 패했다
록키 3 - 미키의 퇴장, 아폴로와의 우정
록키 발보아 - 록키 최후의 도전
크리드 - ‘록키’의 복제품 팬 픽션 보는 듯

람보 4 - COME BACK HOME, JOHN
익스펜더블 - 친구가 필요해진 늙은 람보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포스21 2017/12/10 15:47 #

    뭐 그래도 3편의 호랑이의 눈에 이어서 또다시 서바이버가 부른 주제곡은 꽤 맘에 들었습니다. 무게는 없을지 몰라도 뭔가 중2병?적인 허영심을 자극하는 맛이 있더군요. 덕택에 흥행엔 성공한 것이겠죠.
    드라고가 쓰러질때 만세부른 건..
    80년대면 소련의 칼기 피격사건이 있은지 몇년 안된 시점이라 반공강조가 훨씬 강했을 겁니다. 뭐 그런 여러가지 요소가 있었던 거죠.
  • 노타입 2017/12/13 14:52 #

    빌콘티 음악만큼은 아니지만 트레이닝 장면의 음악은 꽤나 여기저기서 많이 쓰였죠. 지금 들어도 꽤 멋지구요. 좀 심하게 평면적이고 단순하지만 그 자체로 스탤론의 커리어와 나아가서 미국 대중영화의 80년대 실태를 보여주는 화석같은 가치가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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