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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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7 - 그래비티? 소련이 ‘먼저’고 ‘진짜’다!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련의 우주정거장 살루트 7이 우주진에 의해 손상되어 활동이 중단됩니다. 살루트 7이 지구상에 추락하거나 미국에 의해 회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 분)와 빅토르(파벨 데레비앙코 분)가 소유즈에 탑승해 우주로 향합니다. 블라디미르는 소유즈를 살루트 7과 도킹시켜야 하는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합니다.

‘그래비티’와 주고받아

클림 시펜코 감독의 ‘스테이션 7’은 1985년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살루트 7의 수리 임무에 참여한 두 명의 우주비행사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주인공 블라디미르는 우주에서 환각을 본 뒤 비행 중단 조치가 내려지지만 소유즈와 살루트 7의 도킹이라는 난관 해결을 위해 다시 비행에 투입됩니다. 우주에 처음 향하는 엔지니어 빅토르는 아내의 첫 출산을 앞두고 목숨을 건 임무가 맡겨집니다.

‘스테이션 7’의 소재가 된 소유즈 T-13의 실제 임무는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작동 불능이 된 우주정거장의 내부 화재와 우주 유영 등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며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생환하는 전개가 흡사합니다.

러시아인들은 ‘그래비티’를 보고 소유즈 T-13 임무를 떠올리며 ‘우리가 먼저고 진짜인데!’라고 아쉬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스테이션 7’의 살루트 7 내부에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초상화가 부착된 것과 맥락을 함께 합니다.

하지만 영화 연출의 측면에서는 러시아 영화 ‘스테이션 7’이 ‘그래비티’, ‘ 인터스텔라’, ‘마션’ 등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도킹, 랑데부, 산소 부족 등 우주 소재 영화 특유의 요소를 활용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전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라디미르 캐릭터는 ‘그래비티’의 맷을 연상시킵니다.

임기응변-몸으로 때우기로 생환

‘스테이션 7’은 당시 소련의 우주 개발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기보다는 임기응변과 몸으로 때우기가 기본이 아니었나 싶은 인상입니다. 한국의 남성 관객이라면 주먹구구가 통용되던 군 복무 시절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소유즈 T-13과 살루트 7의 도킹부터 지상의 관제소의 명령과는 무관하게 블라디미르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등 우주비행사가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합니다. 산소 부족으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의 생명을 지상에서는 포기한 가운데 두 사람이 죽음 일보 직전에 목숨을 구하는 ‘신의 한 수’는 우주정거장 외벽의 망치질입니다.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만 망치질은 복구보다는 파괴의 이미지에 가까워 매우 역설적입니다. 관제소의 명령에 충실했다면 블라디미르는 우주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냉전의 어리석음

영화 연출의 본질적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스테이션 7’은 냉전의 어리석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소련은 미국에게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기밀이 미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블라디미르에 죽음을 강요합니다. 인간의 생명보다 국가의 위신과 기밀 유지가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블라디미르의 망치질이 성공한 순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살루트 7을 지나갑니다. 블라디미르의 임무 수행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챌린저호가 스테이션 7을 회수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챌린저호는 1986년 1월 28일 발사 도중 폭발하는 사고로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합니다.

‘스테이션 7’에서 보드카와 더불어 소련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등장하는 곰 인형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마스코트 ‘미샤’입니다.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들은 불참했습니다. 다음 대회였던 1984년 미국 LA 올림픽에는 소련이 주도해 북한 등 공산 진영 국가들이 대거 불참했습니다. ‘스테이션 7’은 이념이 전 세계를 둘로 갈라놓았던 어리석은 시대를 묘사합니다.

그래비티에서 주인공 라이언은 소련과 중국 덕분에, ‘마션’은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해 주인공 마크가 목숨을 구합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캐나다, 일본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테이션 7’은 반증합니다.

인물 외양 지나치게 세련되어 어색

‘스테이션 7’은 크고 작은 물방울이 부유하는 우주정거장 내부 장면을 제외하면 비주얼의 측면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부족합니다. ‘그래비티’의 철학적이며 은유적 해석은 물론 영상의 신비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스릴러의 요소를 지녔지만 긴박감은 처집니다.

연출의 의문점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세련되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의 소련인의 삶이 그처럼 윤택했나 하는 궁금증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관제소의 종사자들도 격무에 시달려 추레한 인물이 거의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일부 NASA 직원들의 전문성 강조를 위해 촌스러움이나 피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당시 양대 강대국 중 하나로 위성 국가들을 거느리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소련의 국력을 강조하며 21세기 러시아인들에게 향수를 유발하기 위한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말에는 목숨을 걸고 우주 임무에 참여한 영웅들에 바치는 자막을 삽입합니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합니다. 세련된 외양의 등장인물들과는 대조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자막 삽입입니다. 자막이 없었더라도 연출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당시의 뉴스 화면이 삽입됩니다. 등장인물 빅토르는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인 빅토르 사니비크의 외모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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