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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 - 두 형제의 대결, 테일러 쉐리던의 체취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태너(벤 포스터 분)와 토비(크리스 파인 분) 하워드 형제는 소규모 은행을 돌며 강도 행각을 벌입니다.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 분)는 후임 레인저 알베르토(길 버밍햄 분)와 함께 신원 미상의 강도를 추격합니다. 마커스는 아직 범행의 대상이 되지 않은 은행에서 잠복근무합니다.

원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2016년 작 ‘로스트 인 더스트’는 텍사스,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일대로 강도 행각을 벌이는 형제와 그들을 쫓는 레인저를 묘사하는 범죄 영화입니다.

원제 ‘Hell or High Water’는 ‘무슨 일이 있어도’를 뜻하는 관용어구입니다. 자식들에게 석유가 나오는 농장을 넘겨주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은행 대출금을 갚으려는 토비와 강도 행각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경찰의 대결 구도입니다.

한국에서는 ‘Hell or High Water’라는 관용어구가 익숙하지 않아 ‘로스트 인 더스트’로 개봉명이 바뀌었습니다. 극중에 두 번째로 삽입된 레이 와일리 허바드의 노래 ‘Dust of the Chase’의 가사 ‘I'm lost in the dust of the chase that my life brings’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테일러 쉐리던의 진한 체취

‘로스트 인 더스트’의 연출은 ‘영 아담’, ‘퍼펙트 센스’의 데이빗 매켄지 감독이 맡았지만 각본을 집필한 테일러 쉐리던의 체취가 더욱 강합니다. 테일러 쉐리던은 2015년 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각본을, 2016년 작 ‘윈드 리버’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는데 ‘로스트 인 더스트’와 두 작품은 공통점이 매우 많습니다.

버디 무비가 바탕이 된 범죄 영화라는 점에서 세 작품은 동일합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는 CIA 요원 맷(조쉬 브롤린 분)과 암살자 안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분)가, ‘윈드 리버’에는 사냥꾼 코리(제레미 레너 분)와 신참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 분)이 콤비를 이룹니다.

넓게 보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더블 버디 무비입니다.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분)와 레지(다니엘 칼루야 분)도 짝을 이룹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 역시 하워드 형제와 레인저 2인의 더블 버디 무비입니다.

레인저 마커스와 알베트로도 형제와 같은 사이라 ‘로스트 인 더스트’는 두 형제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장자인 태너와 마커스는 수다스럽고 쾌활한 인물이라면 나이가 적은 토비와 알베르토는 차분하고 이지적이라 연장자의 심한 장난을 받아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워드 형제는 이곳저곳 은행을 털러 다니는 콤비라는 점에서는 ‘보니 앤 클라이드’의 보니와 클라이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로드 무비의 요소도 흡사합니다.

테일러 쉐리던의 각본 속 남자들은 개성이 매우 뚜렷하며 야수와 같이 동물적입니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범죄를 막기 위한 일에 거리낌 없이 목숨을 걸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충족감을 얻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하드보일드 영화로 여성과 로맨스는 배제됩니다. 범죄 영화에 필수불가결한 총격전 장면은 돌발적이고 건조하게 묘사됩니다.

은행 털어 은행 빚 갚기

미국의 백인과 타 민족이 혼재되는 지역의 특수성에 충실한 것도 공통분모입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미국 서부와 멕시코의 접경 지역, ‘윈드 리버’’는 와이오밍의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 구역의 공간적 배경에 충실했습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과거 원주민 코만치의 땅이었으나 19세기 중반 미국의 백인이 강탈했고 이제는 거대 자본에 의해 블루 컬러 백인들이 쫓겨나는 텍사스 일대를 묘사합니다. 지난 2007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연상시킵니다. 극중의 텍사스의 풍경에는 채무 관련 대형 광고판이 가득합니다. 테일러 쉐리던의 세 작품 모두 돈의 논리에 의해 희생되는 이들을 소재로 합니다.

하워드 형제의 범죄 동기는 은행에 진 빚을 갚아 자신들의 땅의 유전에 대한 권리를 잃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특정 은행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바로 그 은행을 터는 발상은 흥미롭고 참신하며 역설적입니다. 특히 토비는 자식들에게 가난과 빚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난생 처음 범죄 행각을 벌입니다. 미국 특유의 가족에 대한 집착도 엿보입니다. 하워드 형제에 대한 감정 이입이 가능해지면서 ‘로스트 인 더스트’는 명쾌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와 ‘윈드 리버’는 모두 아메리카 원주민을 소재로 했습니다. 코만치 혈통의 배우 길 버밍햄은 두 작품에 모두 출연했습니다. ‘로스트 인 더스트’의 지역성은 황량하면서도 환상적인 사막의 풍광과 더불어 자식으로부터 은행 강도 제보를 받고 출동한 일반 시민들이 강도에 맞서 총격전을 벌이는 너무도 텍사스적인 장면에서 두드러집니다. 텍사스 출신 테일러 쉐리던은 어린 시절 고향의 경험을 각본에 우려냈습니다.

빼어난 유머 감각

‘로스트 인 더스트’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및 ‘윈드 리버’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습니다. 둔중하리만치 묵직했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및 ‘윈드 리버’와 달리 ‘로스트 인 더스트’는 유머 감각이 매우 빼어납니다. 하워드 형제의 대척점에 서있는 마커스가 입담이 빼어난 노인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마커스는 퇴직을 코앞에 두고 사건을 떠맡아 해결 의지를 보이는 고참 수사관이라는 점에서 ‘세븐’에서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형사 서머셋을 연상시킵니다. 후임자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예리한 육감을 지닌 독신 수사관이라는 점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아하고 지적이었던 서머셋과 달리 마커스는 인종차별적이며 수다스럽습니다. 마커스는 알베르토를 아끼면서도 그의 혈통을 끊임없이 조롱합니다. 마커스가 평소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건네지 않은 가운데 알베르토는 최후를 맞이해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제프 브리지스가 툴툴 대는 대사 처리나 저격을 위해 봉우리에 올라가 헐떡이며 머리를 흔드는 연기는 ‘대부’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킵니다.

잠복근무 도중 마커스는 잠을 이루지 못해 담요를 몸에 둘둘 말아 펄럭이며 시퍼런 텍사스의 하늘을 뒤로 걷습니다. 마커스가 슈퍼맨과 같은 불사의 슈퍼 히어로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성공한 범죄, 여운 남기는 결말

결말도 독특합니다. 태너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토비는 강도 행각 끝에 빚을 모두 갚고 유전에 대한 권리를 취득합니다. 일반적인 범죄 영화와 달리 ‘성공한 범죄’를 묘사한 셈입니다.

마커스는 은퇴한 뒤에도 토비가 공범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못합니다. 마커스는 토비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금세 총을 뽑아 결투를 벌일 듯 서부 영화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과시합니다.

토비의 가족들이 나타나 결투는 성사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재회를 약속합니다. 마커스의 범죄에 대한 응징과 토비의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가능성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블루레이] ‘로스트 인 더스트’ 쿼터슬립 스틸북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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