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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 슈퍼맨의 복권, 영화는 민숭민숭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테픈울프는 3개의 마더박스를 강탈한 뒤 합쳐 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려 합니다.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랙 분)과 다이애나 프린스/원더 우먼(갤 가돗 분)은 또 다른 메타 휴먼 아서 커리/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 베리 앨런/플래시(에즈라 밀러 분), 빅터 스톤/사이보그(레이 피셔 분)를 규합, 저스티스 리그를 결성해 스테픈울프와 맞섭니다.

격하된 슈퍼맨의 복권

DCEU(DC Extended Universe)의 다섯 번째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스테픈울프와 그를 저지하려는 6명의 슈퍼 히어로 저스티스 리그의 대결을 묘사합니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최후를 맞이한 슈퍼맨의 부활이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에는 클락 켄트(헨리 카빌 분)는 등장했으나 슈퍼맨이 코스튬을 착용한 모습은 숨겨놓은 바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서두부터 그가 장식합니다. 슈퍼맨은 어린이들과의 휴대전화 동영상 인터뷰에서 “지구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질문에 차마 답하지 못합니다. 정답은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일 것입니다. 서두를 장식하는 휴대전화 동영상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동일합니다.

마더 박스에 의해 부활한 슈퍼맨은 저스티스 리그의 나머지 슈퍼 히어로 5명과 홀로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되찾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크립토나이트로 인해 무기력해 격하되다시피 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원조 슈퍼 히어로인 슈퍼맨의 복권(復權)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스티스 리그’에는 크립토나이트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슈퍼맨의 부활 장소 또한 의미심장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둠스데이와의 격투 와중에 히어로즈 파크의 슈퍼맨 석상이 완파되어 슈퍼맨의 죽음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은 히어로즈 파크에서 부활해 플래시를 비롯한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과 격투를 벌입니다.

좀비처럼 부활한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의 개봉 전에는 슈퍼맨이 수염이 덥수룩한 채로 부활할 것이라든가, 혹은 검정색 수트를 착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은 관에 들어갈 때 착용했던 푸른색 정장 차림이며 수염은 자라지 않았습니다. 코스튬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슈퍼맨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은 연인 로이스입니다. 배트맨은 슈퍼맨의 분노를 예상하고 비장의 무기인 로이스를 등장시켜 최악의 사태를 모면합니다. 서두의 휴대전화 동영상과 연결되는 장면입니다. 슈퍼맨은 배트맨의 멱살을 잡고 “너도 피를 흘리나?(Do you bleed?)”라고 묻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이 슈퍼맨에 했던 대사를 똑같이 되돌려줍니다.

스테픈울프와의 최후의 대결에서도 슈퍼맨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슈퍼 히어로가 고전하자 당연히 슈퍼맨이 나타나 전세를 뒤집습니다.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입에서 나오는 바람, 즉 ‘Freezing Breath’로 스테픈울프의 무기 도끼를 무력화시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묘사되는 슈퍼맨의 능력치는 스테픈울프나 원더 우먼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슈퍼맨 스스로의 힘으로 부활을 암시하는 듯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결말과 달리 플래시와 사이보그가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부활시키는 전개는 영화 전체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B급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가 조드 장군의 사체를 부활시켜 둠스데이를 만든 것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마더 박스는 사이보그에 이어 슈퍼맨까지 두 명을 죽음에서 부활시켜 슈퍼 히어로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입니다.

스테픈울프, 너무 약해

슈퍼맨의 강력함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나머지 과연 저스티스 리그가 결성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남깁니다. 원더 우먼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첫 등장 및 둠스데이와의 격투 장면에서 보여준 능력치에 비하면 한참 약화된 듯 묘사됩니다. 배트맨은 유일하게 초능력자가 아니라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크립토나이트 창을 들고 기세등등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악역 스테픈울프도 약합니다. 카리스마도, 힘도 부족합니다. 부하들인 파라데몬 외에는 중간 보스가 없는 것도 설정 상의 약점입니다. 스테픈울프의 얼굴을 비롯한 외양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확장판에서 공개된 모습이나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에 공개되었지만 본편에 삽입되지 않은 장면은 많습니다. 클락이 스몰빌의 집 앞에서 로이스가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언급하는 장면, 브루스가 슈퍼맨의 동영상을 보고 있는 장면, 알프레드(제레미 아이언스 분)가 오밤중에 누군가를 기다리다 만나는 장면 등은 예고편에 포함되었으나 본편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알프레드 장면은 플래시와 사이보그가 클락의 관을 들고 오기를 기다리다 만나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묵직함도, 액션도 부족

‘저스티스 리그’의 액션은 슈퍼맨의 등장 장면을 제외하면 예고편에서 묘사된 것이 사실상 전부라 할 정도로 빈약합니다. DC의 최고 슈퍼 히어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도 고작 이 정도의 액션에 불과한가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습니다.

‘저스티스 리그’는 러닝 타임이 120분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153분에 비하면 33분이 줄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러닝 타임이 길어 지루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합니다.

하지만 체감적인 러닝 타임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시나리오가 알찼다면 153분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스티스 리그’는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를 사실상 처음 등장시켜 슈퍼 히어로의 숫자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보다 3명이나 증가했지만 러닝 타임은 오히려 33분을 줄이는 바람에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감정 이입이 어렵습니다.

외계의 적이 출현해도 개별 슈퍼 히어로가 단숨에 한 팀을 이루고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과의 대결이라는 외적 갈등도, 저스티스 리그 내부의 내적 갈등도 모두 미약합니다. 유머 감각을 의식한 듯 슈퍼 히어로들은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지만 관객은 함께 웃지 못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는 DC 특유의 묵직함이 장점이었습니다. 전체 러닝 타임에서 액션의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액션 장면이 힘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묵직함도 없고 액션의 힘도 찾을 수 없습니다.

대니 엘프만의 음악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한스 짐머와 정키 XL이 공동 작업했던 음악에 비하면 힘이 부족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정키 XL이 완성한 원더 우먼의 테마처럼 단번에 귀에 들어오는 곡은 ‘저스티스 리그’에는 없습니다. ‘저스티스 리그’는 민숭민숭한 슈퍼 히어로 영화입니다.

마블 지나치게 의식한 DC의 패착

DC와 워너 브라더스는 마블과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마블은 개별 슈퍼 히어로들의 영화를 통해 차곡차곡 인지도를 쌓은 뒤 ‘어벤져스’로 한데 규합했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그들의 갈등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DC는 캐스팅이 바뀌고 리부트된 배트맨과 실사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원더 우먼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처음 등장시키면서 동시에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과 슈퍼맨의 죽음까지 묘사하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이어 DC의 원작 만화의 팬이 아니라면 대다수 관객에 생소한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를 개별 영화도 없이 ‘저스티스 리그’에 한데 우겨넣고 팀을 만들었습니다.

마블을 한 번에 따라잡아 제치려는 DC의 성급한 시도는 명백한 실패입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의 캐스팅과 코스튬이 매우 적절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아쉬운 실패입니다. DC는 마블의 방식을 지금이라도 벤치마킹하는 편이 낫습니다.

메라 존재감 인상적

‘저스티스 리그’에는 DCEU에서 처음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아쿠아맨의 파트너 메라(앰버 허드 분)는 초반에는 짧게 등장하지만 앰버 허드의 미모와 더불어 강력한 존재감을 남깁니다. 메라의 대사를 통해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를 떠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J.K. 시몬즈가 연기한 짐 고든도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등장 분량이 짧고 별다른 개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일부가 예상하던 할 조던/그린 랜턴의 등장은 없습니다. 그린 랜턴이 나머지 6명의 저스리스 리그 슈퍼 히어로와 함께 부각된 ‘원더 우먼’의 DC 로고는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재활용되었습니다. 스테픈울프의 과거 만행을 회상하는 장면에는 그린 랜턴 군단의 활약도 묘사됩니다.

스테픈울프의 조카 다크사이드와 ‘원더 우먼’의 스티브 트레버는 대사 속에서 언급되지만 등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페리 화이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등장했던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는 ‘저스티스 리그’에서 클락의 관 속에서 넣은 사진으로 등장합니다.

‘왓치맨’과의 접점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서두에서 브루스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 역으로 자신의 슈퍼 히어로 영화 ‘왓치맨’의 코미디언을 연기한 제프리 딘 모건을 출연시킨 바 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플래시의 아버지 헨리 앨런 역으로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해튼을 연기한 빌리 크루덥을 기용했습니다. 하지만 빌리 크루덥이 매우 젊어 성인인 플래시의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아 어색한 캐스팅입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배트맨의 새로운 수트는 고글이 강조되어 ‘왓치맨’의 나이트 아울을 연상시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는 잭 스나이더 한 사람의 책임만은 아닐 것입니다. DC와 워너 브라더스, 그리고 각본가들에게도 책임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DCEU는 잭 스나이더에게 더 이상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클락은 데일리 플래닛에 복직했나?

결말에서 슈퍼맨은 메트로폴리스로 복귀합니다. 안경을 벗고 가슴을 풀어헤치며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고전적 장면이 오마주됩니다. 하지만 그가 데일리 플래닛에 복직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데일리 플래닛 복직을 위해서는 ‘슈퍼맨 = 클락 켄트’의 비밀을 밝히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향후 슈퍼맨 단독 주연 영화가 제작된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배트맨의 강권과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해 원더 우먼은 100여 년의 잠행을 깨고 만인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더 우먼이 슈퍼 히어로로서 저스티스 리그 동료들은 물론 인류에 대한 책임이 강화됨을 암시합니다.

배트맨은 알프레드에게 저스티스 리그의 근거지를 만들 것을 주문하며 좌석을 6개로 제한하지 말고 여유 있는 준비를 원합니다. 그린 랜턴과 그 이상의 슈퍼 히어로의 향후 참여를 암시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에는 슈퍼맨과 플래시가 속도 시합을 펼칩니다. 엔딩 크레딧이 종료된 뒤에는 본편에서 이름만 언급된 렉스가 탈옥해 처음 등장한 악역 데스스트로크(조 맨가니엘로 분)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에 대응할 악의 조직 결성을 모의합니다.

IMAX 3D는 불만스럽습니다. IMAX의 큰 화면에 어울리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3D는 원더 우먼이 초반 총탄을 피하는 장면 정도 외에는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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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 슈퍼맨, 현대인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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