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IMAX - 전편에 충실한 속편, 농축된 여운 남겨 영화

※ 본 포스팅은 ‘블레이더 러너 2049’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 분)는 구형 레플리컨트 새퍼(데이브 바티스타 분)를 처단한 뒤 그가 묻어둔 유골을 발견합니다. 여성 레플리컨트의 유골로부터 출산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에 K는 경악합니다. 타이렐의 유산을 물려받은 레플리컨트 제작자 월레스(자레드 레토 분)는 레플리컨트의 출산에 주목합니다.

30년만의 후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1982년 작 ‘블레이드 러너’의 35년 만의 후속편입니다. 전작의 시간적 배경인 서기 2019년에 근접한 2017년에, 서기 2049년을 배경으로 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되었습니다. 두 작품의 시간적 배경 차이는 30년입니다.

전작의 감독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제작을 맡은 대신 새롭게 거장으로 급부상한 드니 빌뇌브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LA 경찰국 소속으로 부검을 담당한 캐릭터 코코를 연기한 데이빗 다스트말치안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3년 작 ‘프리즈너스’에 용의자 밥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전작은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을 맡았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미국 배급만 워너 브라더스가 맡았을 뿐 전 세계 배급은 소니가 맡았습니다. 따라서 한국에 개봉되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서두에는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 대신 소니와 컬럼비아의 로고만이 제시됩니다. 극중에는 소니의 대형 광고판은 물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첨단 기계에 붙은 소니 로고가 등장합니다.

전작에 충실한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에 충실한 후속편입니다. 전작을 관람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할리우드에는 소재 고갈로 인해 속편 제작이 범람하면서도 전편과는 연관성이 많지 않거나 혹은 전편을 친절하게 요약 설명하는 속편이 대세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전작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설명은 이루어지지만 일반적인 속편에 비해서는 불친절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작이 친절하기보다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암시적 영화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의 암시적 성격이 상대적으로는 덜 하지만 분명히 계승했습니다. 영화가 종료된 뒤에도 숱한 질문을 관객에 던져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듭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러닝 타임은 3시간에 육박하는 163분으로 길며 개별 장면의 호흡도 긴 편입니다. 액션이나 유머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작을 관람하지 않은 채 평범한 오락 영화를 예상하고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관람한 이들에게는 지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드문, 정통 SF 소설을 연상시킵니다.

또 다시 LA의 사나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공간적 배경도 전작과 동일한 LA입니다. 산디에고 등 캘리포니아 일대도 새롭게 등장합니다. 전작처럼 끊임없이 비가 내리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폭설도 내립니다.

주인공이 레플리컨트를 처단하는 레플리컨트, 블레이드 러너라는 설정도 동일합니다. 전작에서 주인공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의 정체가 레플리컨트라는 설정은 간접적으로 암시했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주인공 K는 레플리컨트라는 설정이 처음부터 직접 제시됩니다. 두 주인공 모두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고독한 인물입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드라이브’와 ‘라라랜드’에 이어 또 다시 ‘LA의 사나이’를 연기했습니다. 많은 것을 함축한 그의 특유의 무표정은 감정을 지니지 않은, 혹은 감정을 숨겨야 하는 레플리컨트 처단자 블레이드 러너에 어울립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무표정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드라이브’를 연상시킵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탑승하는 비행 가능 자동차 ‘스피너’의 외양도 전작을 답습합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피너는 푸조의 PPL이 활용되었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피아노 소품이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두 차례 등장하지만 K가 건반을 두드리는 장면은 ‘라라랜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K의 코드네임 KD6-3.7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집필한 소설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아시아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과 카나 및 한자 간판 등이 뒤죽박죽된 미래 대도시 LA의 풍경은 여전합니다. 전작에는 ‘수수께끼 사업’이라는 한글이 표기된 대형 차량이 등장한 바 있는데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한글 간판 및 액정 표기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한글 ‘버블티’가 표기된 자동판매기도 보입니다.

레이첼의 유골, 개프의 생존, 그리고…

전편의 등장인물 중 가장 먼저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유골이 된 레이첼입니다. 레이첼이 과거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 뒤 사망했다는 사실이 제시됩니다. K는 데커드와 레이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의 행방을 추적하게 됩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데커드와 레이철의 첫 대면의 대화도 음성 파일로 제시됩니다.

레이첼에 관해 조사하는 K는 타이렐 사를 흡수한 월레스 사를 방문합니다. 월레스 사의 건물은 거대했던 타이렐 사의 바로 뒤편에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와 같은 타이렐 사의 건물이 재등장합니다. 월레스 사의 내부에는 전작이 타이렐 사의 내부와 같이 물이 일렁이는 듯한 벽까지 재현되어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타이렐 사 내부의 일렁이는 벽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특별히 추구한 디테일이었습니다. 데커드가 레이첼과 만나 레플리컨트 처단 임무의 마음가짐이 흔들리며 사랑에 빠지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K는 데커드의 옛 동료 개프(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분)와 만납니다.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연출한 단편 애니메이션 ‘블레이드 러너 블랙 아웃 2022’에서 서기 2022년 레플리컨트의 대정전 반란으로 인해 개프는 탑승 중인 스피너가 추락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종이접기를 즐깁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극장판에는 배제된 대신 1992년에 공개된 ‘블레이드 러너 디렉터스 컷’ 에 포함된, 데커드의 꿈속에서 숲속을 달리는 유니콘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습니다. 레플리컨트의 기억을 제작하는 안나 스텔라인(칼라 주리 분)이 첫 등장할 때 푸른 숲이 홀로그램으로 제시되어 전작의 유니콘 등장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K는 나무로 된 말(馬)을 숨기는 어린 시절의 꿈이 주입된 기억인지 안나를 만나 확인합니다. 전작의 데커드의 유니콘이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K의 나무로 된 말에 해당합니다. 안나의 등장 장면이 의미심장하게 연출된 진정한 이유는 후반에 밝혀집니다. 안나는 데커드와 레이첼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데커드 등장, 2시간 기다려야

데커드의 출현까지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는 핵폭발한 라스베이거스의 폐허 속 호텔에 애견과 함께 사는데 스스로를 유폐한 처지입니다. ‘행운’이라는 한글이 입구에 표기된 그의 거처는 온갖 과거의 유산들로 가득합니다. 전작의 레플리컨트 개발자 J. F. 세바스찬이 홀로 거주하던 브래드버리 빌딩을 연상시킵니다.

J. F. 세바스찬의 집을 상징하는 음악은 ‘One More Kiss, Dear’였듯이 ‘블레이더 러너 2049’의 데커드의 집을 상징하는 곡은 프랭크 시내트라의 ‘One For My Baby (And One More For the Road)’입니다. 두 곡은 제목이 비슷합니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홀로그램 외에도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홀로그램도 등장합니다.

데커드는 K와 대면하는 첫 등장에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의 벤 건의 대사를 인용합니다. 그가 ‘보물섬’의 벤 건과 같이 외부와 격리된 채 오랫동안 고독한 삶을 살았음을 상징합니다.

데커드는 전작에도 등장했던 조니 워커 블랙 라벨 위스크를 즐겨 마십니다. 전작을 상징했던 데커드의 푸른색 스피너는 재등장하지만 가동되지 못한 채 월레스의 부하들에 의해 파괴되는 운명입니다. 새퍼의 집에 이어 데커드의 거처에도 피아노가 있습니다.

월레스는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레플리컨트의 생식 기능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데커드의 납치를 지시합니다. 전작에서 데커드와 레이첼이 운명적으로 반해 탈출을 시도한 이유는 타이렐 사가 레플리컨트의 생식을 위한 모델로 둘을 생산해 사랑에 빠지도록 처음부터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데커드의 회상 장면에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이 처음 등장하는 2개의 컷이 짧게 삽입됩니다.

레이첼(Rachael)은 구약 성서에서 야곱의 둘째 아내로 요셉과 벤야민을 낳은 라헬(Rachel)에 비견됩니다. 데커드와 레이첼이 생식을 위한 레플리컨트이며 레이첼이 구약 성서의 라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정은 전작의 제작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디렉터스 컷은 데커드와 레이첼의 탈출 성공 여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나 극장판은 둘의 탈출 성공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극장판의 결말로부터 출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월레스는 데커드를 회유하기 위해 레이첼의 복제 레플리컨트를 제시하지만 데커드는 눈 색상이 다르다며 금세 차이점을 찾아냅니다. 월레스의 충성스런 부하 러브(실비아 혹스 분)는 레이첼의 복제품을 단숨에 처단합니다.

레이첼의 복제품의 등장은 젊은 시절 숀 영의 얼굴을 대역 배우의 몸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캐리 피셔의 출연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인간적인 홀로그램

전작을 오마주하거나 발전시킨 요소들도 두드러집니다. 두 작품 모두 눈동자의 클로즈업이 첫 번째 장면입니다. IMAX 빅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눈동자는 전작에 충실한 속편임을 암시합니다.

레플리컨트 여부를 가리는 기준선 테스트는 전작에 비해 훨씬 고압적이며 속도감 넘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K는 레플리컨트로서 적절한 수준인지 여부를 반복적으로 테스트당합니다. 전작을 상징했던 기계에 대한 음성 지시 기능도 진보했습니다.

레플리컨트에 대한 인간의 천시는 여전합니다. 월레스가 인간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신형 레플리컨트를 제작해 보급했지만 그들에 대한 천시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레플리컨트가 홀로그램을 천시한다는 점입니다. 인간, 레플리컨트, 홀로그램이 3단계 계급 구조를 형성합니다.

고독한 K는 홀로그램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분)와 함께 거주합니다. 하지만 K와 하룻밤을 보내는 매춘부 레플리컨트 마리에트(매킨지 데이비스 분)는 양산품 조이를 천시합니다. 그럼에도 조이는 K에 ‘조(Joe)’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마지막 순간까지 K를 사랑합니다.

전작에서 이미 레플리컨트가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이었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인간적인 홀로그램을 제시해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하는 철학적 주제의식을 다시 환기시킨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K는 조이와 마리에트가 하나가 된 존재와 섹스합니다. 즉 마리에트의 몸과 섹스하지만 조이의 마음과 섹스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 설정입니다.

조이의 미모는 돋보이며 포스터에도 등장했지만 비중은 많지 않습니다. 포스터에 함께 등장한 데커드와 월레스의 출연 분량도 많지 않습니다.

러브, 강렬한 악역

포스터에는 등장하지 않은 러브는 비중이 크고 강렬합니다. 러브(Luv)는 ‘Love’를 연상시키는 이름과 달리 흉포한 레플리컨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눈물도 많은데 1980년대 만화 ‘크라잉 프리맨’을 연상시킵니다. 최종 보스 러브는 전작의 로이처럼 주인공을 죽음 일보 직전의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실비아 혹스는 2014년 작 ‘베스트 오퍼’와는 상반된 이미지로 출연합니다.

전작의 캐릭터와 비교하면 K는 데커드, 러브는 레이첼의 외모와 흡사합니다. 마리에트는 매춘부라는 점에서는 전작에서 유흥 업소 댄서였던 조라와 흡사하지만 외모는 프리스를 연상시킵니다.

K는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월레스와 레플리컨트 저항 세력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자발적 결단에 도달합니다. 데커드와 안나의 부녀 상봉을 목숨을 걸고 주선한 K는 내리는 눈(雪)을 맞으며 만족한 듯 죽음을 맞이합니다. 전작에서 로이가 사망할 때 삽입된 반젤리스의 음악 ‘Tears In the Rain’이 K의 죽음에 삽입됩니다. 한스 짐머와 벤자민 월피시가 공동 작업한 음악은 전반적으로 전작의 반젤리스 스타일을 답습합니다.

시적인 유언을 남겼던 로이와 달리 K는 유언을 남기지 않고 묵묵히 죽어갑니다. 하지만 그의 침묵 속 죽음은 전작 로이의 죽음 못지않게 농축된 여운을 남깁니다.

블레이드 러너 극장판 - ‘내레이션-결말’도 걸작의 진가는 못 가려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 장르적 전복을 통해 탄생한 SF 걸작

그을린 사랑 - 전쟁 참화 극복한 신화적 모성
프리즈너스 - 보기 드문 수작 스릴러
프리즈너스 - 종교가 외려 악마를 낳다
에너미 - 도플 갱어, 거미줄처럼 뒤얽힌 악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묵직함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스릴러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여성과 흑인의 소외
컨택트 - 지적이며 관념적인 SF, 대중성은 부족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