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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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 음악과 영상의 조화, 감각적 편집 빼어나 영화

※ 본 포스팅은 ‘베이비 드라이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능수능란한 젊은 운전사 베이비(안셀 엘고트 분)는 닥(케빈 스페이시 분)이 모의하는 은행 강도 범죄에 협조해왔습니다. 닥과 약속된 마지막 한 건을 끝으로 손을 씻으려던 베이비는 버디(존 햄 분), 배츠(제이미 폭스 분) 등과의 협업 도중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공범들을 배신합니다.

‘드라이브’와 비교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베이비 드라이버’의 출발점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2011년 작 ‘드라이브’와 매우 흡사합니다. 강도 범죄에 협조하던 초일류 운전사가 범죄에 휘말려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여성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처지에 처한다는 줄거리입니다.

강도 장면을 제시하며 주인공의 압도적 운전 능력을 과시하는 첫 번째 시퀀스도 두 작품이 동일합니다. ‘드라이브’가 할리우드를 품은 대도시 LA를 부각시켰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는 애틀랜타의 지역성에 충실합니다.

주인공이 실명을 철저히 숨긴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드라이브’의 주인공은 끝내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 채 ‘드라이버(Driver)’로만 불립니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베이비(Baby)’로 알린 채 실명을 숨깁니다.

종반에 베이비의 본명은 그의 열정적 질주 본능 및 떠나고 싶은 욕망과 부합되는 ‘마일즈(Miles)’임이 드러납니다. 베이비의 여자친구 데보라(릴리 제임스 분)는 종반에 수감된 베이비에 미국의 고속도로를 상징하는 그림엽서로 편지를 보냅니다.

실명을 숨기는 처신에서 드러나듯 드라이버와 베이비는 과묵합니다. 주인공의 과묵함을 보완하는 요소는 음악입니다. ‘드라이브’가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음악으로 비장함과 음울함을 부각시켰다면 ‘베이비 드라이브’는 다양한 장르의 삽입곡을 통해 극중 상황은 물론 베이비의 심리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베이비는 어린 시절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한 이명을 줄이기 위해 항상 이어폰을 착용한 채 음악에 몰두한다는 설정입니다. ‘드라이브’와 ‘베이비 드라이버’가 공유하는 자동차, 총기, 그리고 대중음악을 하나에 쏟아 부은 종합 예술이자 오락 영화라는 요소는 전 세계가 즐기는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들입니다.

두 작품은 차이점도 두드러집니다.‘드라이브’의 드라이버는 최소 20대 후반 이상의 나이로 보이며 과거에 운전 이외에 다양한 범죄 경력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자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흉포해 질 수도 있는 신비스러운 인물입니다. 그는 외형적으로 할리우드 스턴트맨이라는 번듯한 직업인입니다.

반면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는 많아야 20대 초반의 나이로 보입니다. 닥의 범죄에 협조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며 다른 경력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인식도 희박한 편입니다. 어머니의 운전 도중에 부모가 교통사고로 자신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사망한 것을 목격하고도 베이비가 운전에 열정을 품은 설정은 공감이 쉽지 않습니다.

드라이브’의 드라이버는 묵직하고 우울한 캐릭터였지만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는 그가 듣는 음악처럼 상대적으로 밝은 성격입니다. 두 주인공의 성격 차이는 영화의 분위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며 시간적 배경에도 차이로 연결됩니다. ‘드라이브’는 밤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무거운 영화이지만 ‘베이비 드라이버’의 은행 강도 장면은 모두 낮 장면이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만화적이라 경쾌하고 재기발랄합니다.

아날로그적 주인공, 베이비

‘베이비 드라이버’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배우의 연기와 음악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감각적 편집이 인상적입니다. 113분의 러닝 타임 내내 음악과 멋들어지게 결합되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편집은 ‘베이비 드라이버’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프닝 시퀀스에 이어 베이비가 커피를 사오는 타이틀 시퀀스는 배우들의 연기와 율동, 그리고 음악이 결합된 완벽한 롱 테이크를 선보입니다. 배우와 제작진이 얼마나 공을 들여 촬영했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즐기는 아날로그적 인물입니다. 스마트폰에 음악을 저장해 즐기지 않고 수십 대의 다양한 아이팟을 활용하는 고집을 발휘합니다. 그의 취미는 주변 사람들의 음성을 마이크로카세트에 녹음한 뒤 이를 음악과 리믹스해 다시 카세트테이프로 옮겨 녹음하는 것입니다. 그가 항상 몸에 지니는 마이크로카세트는 ‘베이비 드라이버’의 배급사 트라이스타의 모회사인 소니의 M-447입니다.

베이비의 아날로그 고집은 소품인 전화에서도 드러납니다. 그가 닥으로부터 받아 범죄에 활용하는 휴대 전화는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이며 평소에 휴대 전화를 몸에 지니지 않습니다. 대신 집에 있는 유선 전화를 활용해 데보라가 근무하는 식당의 유선 전화로 통화합니다. 현재의 영화답지 않게 고색창연한 연출입니다.

두 쌍의 ‘보니와 클라이드’

굵직한 조연 케빈 스페이시와 제이미 폭스는 정반대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귀결은 나름의 반전이기도 합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맡은 닥은 베이비를 범죄에서 손을 떼지 못하도록 협박하지만 결국 베이비를 보호하려다 죽음을 맞이해 의리를 지킵니다. 반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배츠는 시종일관 베이비를 위협하며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어이없는 최후로 퇴장합니다.

수감을 마치고 가석방된 베이비가 데보라와 재회하는 결말에 삽입된 무지개는 우체국 장면에서 여직원이 돌리 파튼을 언급하며 인용했던 무지개로부터 암시된 바 있습니다.

베이비와 데보라는 동성애자로 보이는 남성 커플이 언급하듯 19678년 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Bonnie And Clyde’)의 두 주인공 보니와 클라이드의 오마주이며 그에 앞서 등장하는 버디와 달링(에이자 곤잘레스 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끝까지 범죄 행각으로 일관했던 버디와 달링은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베이비와 데보라는 도주를 포기하고 베이비는 대가를 치르며 생존합니다.

베이비의 청각장애인 양아버지 조세프를 연기한 배우 CJ 존스는 실제 청각장애인입니다. 그가 시청하는 TV에서는 영화 ‘파이트 클럽’과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가 방영되며 베이비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대사를 입에 올립니다.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스의 가면은 강도 행각에 활용됩니다. 베이비는 자신의 양아버지처럼 청력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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