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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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주제의식 흥미롭지만 연출 지루해 영화

※ 본 포스팅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년의 이혼남 토니(짐 브로드벤트 분)는 옛 연인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에밀리 모티머 분)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라는 토니에 유품을 남겼지만 베로니카가 전달을 거부합니다. 토니는 베로니카와 사라에 대한 과거를 회상합니다.

노년 이혼남의 과거 회상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 ’)’는 줄리언 반스의 2011년 작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노년의 이혼남이 옛사랑과 우정이 뒤엉킨 반세기 전 과거를 반추하며 새로운 진실과 마주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주인공 토니는 아내 마거릿(해리엇 월터 분)과 이혼했으며 둘 사이의 외동딸 수지(미셸 도커리 분)는 만삭으로 싱글 맘이 될 처지입니다. 괴팍한 토니는 전처 및 딸과 결코 친밀한 관계는 아닙니다.

사라의 유언장에 명시된 일기장 전달을 베로니카가 거부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자 토니는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든 유언장을 받기 위해 노력하며 과거의 기억을 되돌립니다.

토니의 기억 속에서 베로니카는 한때 사귀었지만 섹스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자신을 두고 변심해 절친한 친구 아드리안(조 얼윈 분)과 연인이 되었습니다. 한편 토니는 베로니카의 집에 놀러갔을 때 매력적인 사라에 대한 성욕을 참기 위해 자위행위를 했던 기억도 떠올립니다. 사라는 은근히 토니를 유혹하는 눈치입니다.

말이 씨가 되다

토니의 기억은 왜곡 및 윤색되었음이 드러납니다. 섹스를 하지 않은 줄 알았던 베로니카와 실은 섹스 했으며 베로니카를 아드리안에 소개를 시켜준 이가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이 연인으로 발전하자 그들에게 저주로 가득한 편지를 보냈던 사실도 토니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아드리안은 원치 않는 임신을 시켰다는 사실에 자책하며 자살합니다. 토니는 아드리안의 자살의 원인은 베로니카의 임신이라고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있었지만 실은 베로니카가 아니라 사라가 아드리안의 아이를 임신 및 출산했음을 알게 됩니다.

아드리안과 사라의 잘못으로 인해 사라와 베로니카의 모녀지간은 물론 그들의 집안까지 풍비박산 났음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베로니카는 아드리안과 사라에서 태어난 아드리안 2세(앤드류 버클리 분)를 지금까지 보살피며 일평생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베로니카와 아드리안에게는 마치 토니의 저주로 가득한 편지가 적중한 것처럼 불행만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베로니카와 아드리안 그리고 사라를 기다리고 있었던 비극에 대한 토니의 직접적 책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토니는 ‘말이 씨가 되었다’는 윤리적 책임을 뒤늦게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토니는 베로니카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냅니다.

사라는 토니를 유혹했을 때부터 중년의 권태에 빠져 욕망 해소의 탈출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만일 토니가 자위행위로 해소하지 않고 사라의 유혹에 편승했다면 아드리안의 비극적 운명은 토니가 먼저 밟았을 수도 있었다고 해석 가능합니다.

각본-연출 심심하고 밋밋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주제의식은 흥미롭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편의주의적’이라는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과거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다는 점에서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를, 남자 주인공과 연인, 그리고 그 어머니와 미묘한 관계는 1967년 작 ‘졸업’을 연상시킵니다. 사소한 선택이 인생 전체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야기한다는 설정은 최근 영화들이 흔히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진 촬영을 즐겨했던 베로니카의 영향인 듯 토니는 은퇴한 뒤 카메라 수리 및 중고 카메라 판매점을 운영합니다.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는 편지를 즐겨 씁니다. 토니는 결혼 생활 도중에 마거릿에게 베로니카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잊고 있었거나 정반대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사랑의 과거는 지금도 토니의 삶에 무의식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토니는 수지의 출산을 도우며 마거릿, 수지와 보다 가까워집니다. 애용하던 손목시계가 고장 나 멈춘 토니에게 마거릿은 손목시계를 선물합니다. 손자의 출산과 새로운 손목시계는 토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잊고 새 삶을 출발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원작 소설은 맨 부커 상을 수상했지만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각본과 연출은 밋밋하고 심심합니다.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보다 흥미진진한 서사 전개와 연출, 그리고 편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두드러집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중반부 전까지 지루하다고 느낄 관객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에 대한 통찰도 깊이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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