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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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 팽팽한 긴장감, 차가운 광기 영화

※ 본 포스팅은 ‘레이디 맥베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주 가문에 시집온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은 남편 알렉산더(폴 힐튼 분)의 억압과 성적 무관심에 시달립니다. 알렉산더가 출타 중인 사이 캐서린은 고용인 세바스찬(코스모 자비스 분)을 통해 욕망에 눈뜹니다. 캐서린의 자신을 가로막는 이들을 차례차례 제거합니다.

절제를 통한 건조함 돋보여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레이디 맥베스(Lady Macbeth)’는 러시아의 소설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1865년 작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the Mtsensk District)’을 원작으로 하지만 공간적 배경은 영국으로 옮겨왔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의 아내는 남편이자 주인공인 맥베스의 욕망을 부추기며 맥베스 이상의 사악함을 과시합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캐서린의 사악함도 만만치 않습니다.

캐서린의 남편 알렉산더는 정부를 다른 곳에 두고 있어 캐서린과 섹스하지 않습니다. 캐서린은 세바스찬과 동침한 뒤 시아버지 보리스(크리스토퍼 페어뱅크 분)를 시작으로 알렉산더도 살해합니다. 캐서린의 욕망은 패륜을 넘어 끝없이 폭주합니다.

‘레이디 맥베스’는 폭력과 섹스를 다루지만 전면에 볼거리로 내세우지는 않습니다. 폭력과 섹스 장면은 짧게 다뤄 오히려 강렬합니다.

팽팽한 긴장감과 절제를 통한 건조함을 앞세워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아합니다. 카메라는 고정적이고 실내 장면이 많아 연극적입니다. 편집이 빠르며 러닝 타임이 89분에 불과해 군더더기 없이 힘이 돋보입니다.

캐서린이 살고 있는 성의 전경이 제시되지 않으며 실내 장면이 많고 등장인물이 적어 연극적입니다. 미니멀리즘에 가깝습니다. 당대의 여성 차별과 신분 차별 묘사는 두드러집니다.

음향이 두드러집니다. 캐서린이 알렉산더의 명령에 의해 옷을 벗는 소리, 하녀 안나(나오미 애키 분)가 캐서린의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빗겨주는 소리, 안나가 캐서린의 코르셋을 입히며 줄을 당기는 소리, 캐서린이 나무 바닥을 걸을 때의 삐거덕 소리 등은 배경 음악이 거의 삽입되지 않은 가운데 제시되어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인과응보 결말 아니라 신선

캐서린은 알렉산더의 유일한 핏줄 테디(안톤 팔머 분)마저 세바스찬과 공모해 살해합니다. 테디는 캐서린에 호감을 보이지만 캐서린은 어린아이에게도 자비가 없습니다.

테디 살해는 캐서린의 악행이 폭로되는 계기가 되지만 캐서린은 인과응보의 운명을 용케 피해갑니다. ‘맥베스’에서 맥베스의 아내는 자신의 악행에 대한 인과응보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캐서린은 자신의 지위에 작은 상처 하나도 받지 않습니다. 맥베스의 아내와 달리 캐서린은 정치권력과 상승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는 차이는 있으나 의외로 신선한 결말입니다. 맥베스의 아내가 남편을 통해 욕망의 대리 충족을 도모했다면 캐서린은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해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캐서린의 인과응보 결말이 되기 위해서는 갑자기 말(言)을 하지 못하게 된 안나가 말문이 트인다거나 캐서린이 살해한 알렉산더 혹은 알렉산더의 말(馬)의 시체가 발견된다거나 하는 전개가 제시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전형적으로 흐르지 않는 전개가 반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캐서린의 승리는 욕망과 악의 승리입니다. 캐서린을 능가하는 강력한 욕망과 의지를 지닌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리스와 알렉산더의 원만치 않았던 부자지간도 캐서린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렉산더는 보리스의 장례식을 외면한 채 밤중에 홀로 귀향했다 캐서린에 의해 살해됩니다.

캐서린을 연기한 플로렌스 퓨의 차분한 연기는 매력적입니다. 내면은 지옥 불처럼 뜨거운 악녀의 외적으로는 차가운 광기를 뿜어내는 연기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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