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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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프로야구 필자, 전 스포츠조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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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 폭력-섹스 둘러싼 이상심리, 전형적 폴 버호벤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엘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 여성 CEO 미셸(이자벨 위페르 분)은 자택에서 마스크를 쓴 괴한에 성폭행을 당합니다. 하지만 미셸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범인 색출에 나섭니다. 미셸은 직장과 이웃의 남성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의심합니다.

성폭행범과 즐기는 섹스

2016년 작 ‘엘르’는 필립 디장의 소설 ‘Oh... ’를 폴 버호벤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2006년 작 ‘블랙 북’ 이후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폴 베호벤이 프랑스에서 영화를 연출한 것은 처음입니다. 제목 ‘엘르(Elle)’는 ‘그녀’를 뜻합니다.

원작 소설이 존재하며 프랑스가 공간적 배경이지만 ‘엘르’는 전형적인 폴 베호벤 영화입니다. 주인공 미셸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은 폭력과 섹스로 뒤엉켜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이상 심리에 사로잡혀 뒤틀려있으며 블랙 유머도 여전합니다.

‘엘르’는 거두절미한 성폭행 묘사로 충격적으로 출발하지만 성폭행범과 해킹범 찾기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미셸 주변의 복잡하고 뒤틀린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합니다.

미셸과 성폭행범 파트릭(로랑 라피트 분)은 각각 피학심리와 가학심리를 바탕으로 섹스를 즐깁니다. 미셸은 이웃의 파트릭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또 다시 성폭행 상황을 재연해 섹스를 즐깁니다. 미셸은 냉정한 여성이지만 성적 취향은 마조히스트에 가깝습니다. 파트릭은 성폭행이 아니면 섹스가 불가능한 사디스트입니다.

미셸이 성폭행은 물론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연쇄 살인 당시 방화에 동참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쇄 살인과 방화의 구체적 동기는 설명이 부족해 의문을 남깁니다.

‘스타쉽 트루퍼스’ 오마주

미셸은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직장 동료 안나(안 콩시니 분)의 남편 로베르(크리스티안 베르켈 분)와의 섹스를 즐깁니다. 크리스티안 베르켈은 ‘블랙 북’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미셸은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직후에 안나와도 섹스합니다. 그러면서도 미셸은 전 남편 리샤르(샤를르 베를랑 분)의 젊은 여자 친구를 질투합니다. 겉으로는 쿨한 듯하지만 속마음은 다들 끈적끈적합니다.

이자벨 위페르는 가슴 노출을 불사하는 연기를 펼칩니다. 엑스트라 여배우의 성기 노출 장면도 있습니다.

‘엘르’가 폴 버호벤의 영화임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인장은 두 차례 등장합니다. 미셸의 얼굴이 합성되는 게임 동영상의 섹스 장면에서 몬스터는 여성 캐릭터의 머리를 찔러 뇌를 빨아먹습니다. 폴 버호벤의 1997년 작 ‘스타쉽 트루퍼스’의 두뇌 벌레를 연상시킵니다. 이때 몬스터는 촉수로 여성 캐릭터를 성폭행하는데 일본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초신전설 우로츠키 동자’도 떠올리게 합니다.

미셸이 부하 직원에 지시해 불법 해킹으로 확보한, 벌레를 밟아 죽이는 동영상은 ‘스타쉽 트루퍼스’의 노골적 오마주입니다.

치정과 섹스로 뒤엉킨 유사대가족

미셸의 집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결집하는데 그들 중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부는 하나도 없습니다. 치정과 섹스로 뒤엉킨 유사대가족과 같아 기괴합니다. 섹스 장면은 전혀 에로틱하지 않습니다.

미셸의 아들 뱅상(조나 블로케 분)은 조시(알리스 이사즈 분)와의 사이에서 흑인 아들을 얻습니다. 출산 직후 흑인 신생아를 흑인 간호사가 들고 있는 장면은 폴 버호벤다운 블랙 유머입니다. 신경질적인 조시에 꽉 잡혀 지내는 뱅상은 유전적으로는 친구의 아들로 암시되는 아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 결심을 견지합니다. 미셸은 냉정하지만 외아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아끼지 않는 모정을 발휘합니다.

결말도 기묘합니다. 안나는 바람을 피운 남편 로베르와 결별하지만 로베르와 불륜을 저지른 미셸과의 우애는 회복합니다. 일반적 정서로는 공감이 쉽지 않은 결말입니다.

‘엘르’의 한글 자막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프랑스어 발음이 아닌 영어 발음으로 옮겼습니다. 리샤르(Richard)를 ‘리차드’, 로베르(Robert)를 ‘로버트’, 파트릭(Patrick)을 ‘패트릭’으로 번역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현지의 발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로보캅 - 풍부한 텍스트, 감동의 오락영화
토탈 리콜 - 폴 버호벤의 SF 블록버스터 결정판
스타쉽 트루퍼스 - 월남전 빗댄 저주받은 SF 대작
블랙 북 - 경계인 여성, 이중 스파이로 몰리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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