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 전 스포츠조선 객원 기자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자유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목소리의 형태 - 왜 ‘성인 남성’은 배제되었나?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어려움

극장판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청각장애인 소녀 쇼코와 그를 괴롭혔던 소년 쇼야를 중심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강조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쇼야의 학급으로 전학 온 쇼코는 필담을 통해 급우들과 가까워지려 하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습니다. 쇼코가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화 강습을 급우들은 거부합니다.

6년 뒤 쇼야는 쇼코와 가까워지기 위해 수화를 배웁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선 것입니다. 소통의 기본은 역지사지입니다.

쇼코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음성 언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쇼야가 따돌림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쇼야와 그의 어머니의 소통도 원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쇼코를 따돌리는 데 힘을 합친 우에노와 카와이도 갈등을 드러냅니다. 쇼야를 좋아하면서도 따돌렸던 복합적 감정을 지니고 있는 우에노는 자신이 쇼코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반면 학급회장 카와이는 쇼코에 대한 따돌림을 은근하고 교묘하게 자행해 보다 악질적입니다. 카와이는 위선의 극치입니다.

담임교사, 일본 교육계 무능의 상징

쇼코와 쇼야가 따돌림 당하게 된 비극의 숨은 장본인은 담임교사입니다. 쇼코를 위해 조례 시간에 수화 교실을 만든 조치가 담임교사가 기울인 노력의 사실상의 전부입니다. 수업 내용을 들을 수 없는 쇼코의 옆에 짝을 두지 않고 홀로 앉힌 조치에서 그의 무심함이 드러납니다.

쇼야와 우에노가 나서 쇼코의 보청기를 빼앗고 괴롭히는 사실을 담임교사는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쇼코의 어머니가 항의하기 전까지 구체적 해결에 나서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반 전체 학생이 모인 시간에 따돌림을 폭로하고 쇼야를 주범으로 지목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쇼야마저 따돌림 당하도록 만듭니다.

만일 담임교사가 반 전체 학생들 앞에서 폭로하는 방식이 아닌 개별 학생들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해결하려 했다면 쇼야마저 따돌림 당할 가능성은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담임교사의 성급한 접근 및 그로 인한 비극은 일본 기성 교육계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초반에만 등장해 왕따 문제에 기름을 붓는 담임교사를 제외하면 성인 남성 캐릭터는 배제되었다는 점입니다. 쇼야와 쇼코 모두 아버지가 없이 싱글 맘과 함께 생활합니다.

이 같은 설정은 ‘성인 남성이 있었다면 왕따 문제는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해석되기 보다는 ‘성인 남성은 있어도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해석됩니다. 성인 남성 위주의 일본 사회(한국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힙니다.

원작자 오오이마 요시토키, 감독 야마다 나오코, 각본가 요시다 레이코가 모두 여성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10대와 여성만의 이야기입니다.

불꽃놀이, 추락, 죽음

‘목소리의 형태’는 학원물입니다. 교복, 미소녀, 축제, 자전거, 벚꽃 등 일본 청춘 영화의 전형적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불꽃놀이와 기모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본의 영상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청춘 학원물은 기본적으로 성장 영화이지만 ‘목소리의 형태’가 다루는 성장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두 주인공을 비롯한 극중의 캐릭터 대부분이 고교 3년생임을 감안하면 사춘기는 이미 지난 나이입니다.

서두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것은 두 주인공의 자살 기도입니다. 서두에서 쇼야가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고민하는 순간 강변에는 불꽃놀이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쇼코가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투신하는 순간 도시 전체는 불꽃놀이가 한창입니다. 불꽃놀이의 불꽃은 하늘로 쏘아 올려 진 뒤 폭발하며 최후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공중으로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하는 투신자살자와 흡사한 이미지입니다.

추락은 강에 몸을 던지는 쇼야의 장난과 필담 노트를 찾기 위해 쇼코와 쇼야가 강에 몸을 던지는 행위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물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컷으로도 압축됩니다. 물방울은 두 주인공의 고통에서 비롯된 눈물과 쇼코를 구하려다 중상을 입는 쇼야의 피의 상징으로도 풀이됩니다.

불꽃놀이와 투신자살과 같이 상승과 추락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관람차에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에서는 쇼야와 사하라가, 관람차에서는 쇼코와 우에노가 대화를 나눕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두 주인공은 투신자살 기도라는 공통분모로 묶입니다. 쇼야는 항상 쇼코를 성(姓)‘니시미야’로 부르며 거리감을 두지만 쇼코의 투신 순간에는 다급한 나머지 처음으로 이름‘쇼코’라 부릅니다.

중반에는 쇼코의 할머니의 별세로 장례식 장면이 묘사됩니다. 장례식장에서 쇼코와 유즈루의 주변을 날아다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나비는 승천하는 할머니의 영혼을 암시합니다. 쇼코의 자살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유즈루가 죽은 동물의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취미 또한 죽음에 매혹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쇼야가 쇼코와 재회한 뒤 쇼코의 수화 ‘친구’를 고민하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간 나가츠카가 자전거를 타고 헉헉거리며 지나갑니다. 쇼야와 나가츠카가 친구가 될 것이라는 암시적 연출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

극중의 현실은 무겁고 처참하지만 벚꽃으로 가득한 풍경, 불꽃놀이의 야경 등 작화는 항상 아름답습니다. 주제의식을 압축한 쇼야의 대사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네가 도와줘”와 마찬가지로 세상은 아름다우며 희망이 있기에 포기하지 말라는 의도의 작화로 읽힙니다.

쇼야와 모두와 화해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결말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26화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신지가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목소리의 형태 - 왕따 문제 직시, 묵직함 돋보여

타마코 러브 스토리 - 아날로그 감수성의 청춘 애니메이션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흑범 2017/06/22 13:47 # 답글

    성인 남자 가 주인공인 작품은 그 뭐더라, 이사쿠인가 키사쿠인가 그게 있더군요.

    웬지, 성인 남자 는 작가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대상 or 주제인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