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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② [完] - 불륜에 상처받은 ‘나’, 불륜으로 위안?

※ 본 포스팅은 ‘기사단장 죽이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녀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부각되는 또 다른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요소는 소녀입니다. ‘나’의 잠재의식에는 ‘나’보다 3세 어리며 12세 시절 심장병으로 사망한 여동생 코미치에 대한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기존의 연인이 있었던 ‘나’가, 역시 연인이 있었던 유즈를 유혹해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것도 죽은 여동생과 이미지가 흡사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나’는 소녀 마리에와 가까워집니다. 멘시키의 연인이었던 어머니의 급사(코미치와 멘시키의 연인 등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죽음은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한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세계의 또 다른 전형적 요소입니다.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장치입니다.)로 인해 고모 쇼코와 함께 살고 있는 마리에는 자신의 가슴이 작다는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으며 소통합니다. ‘나’는 마리에로부터 죽은 코미치를 연상합니다.

실종된 마리에를 구하기 위해 폐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지하의 이공간에 몸을 던지는 ‘나’의 행위에는 죽은 코미치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서 순결함의 상징인 소녀는 항상 중요한 위치를 점해왔습니다. ‘댄스 댄스 댄스’유키, ‘태엽 감는 새’의 가사하라 메이,‘1Q84’의 후카에리 등의 소녀는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내성적 소녀이지만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에게는 마음을 열어놓으며 정신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나’는 성인의 문턱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녀들이 매력적 존재임을 결코 부인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되기

소녀의 등장은 ‘나’의 ‘아버지 되기’ 및 가정 복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태엽 감는 새’의 가사하라 메이는 주인공 오카다 토오루가 아내 쿠미코와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1Q84’의 후카에리는 주인공 텡고와 상징적인 섹스를 통해 여주인공 아오마메를 임신시켜 두 사람을 맺어줍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는 마리에와 가까워지며 마리에가 사실상 공백 상태인 부성을 정신적으로 메웁니다. 더불어 ‘나’는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합니다.

유즈가 외도를 통해 임신한 딸을 ‘나’는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나’와 유즈의 부부 관계는 작중 서두에서 명시된 바와 같이 종반에서 복원되는데 유즈가 외도를 통해 임신한 딸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아내와의 재결합이 서두에 일찌감치 암시되며 이혼 후 ‘나’가 두 여자와의 동침을 언급한 뒤 아내와의 결혼 생활로 되돌아가는 구성은 독특합니다.

딸의 이름은 ‘무로(室)’가 됩니다. ‘나’가 아닌 유즈가 지은 이름이지만 ‘나’의 돌무덤의 석실(石室)에 얽힌 모험을 연상시키는 이름입니다.

멘시키는 마리에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마리에에 숨긴 채 애매모호함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반면 ‘나’는 무로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딸이지만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끼고 사랑합니다. 무로는 코미치, 마리에와 함께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닌 또 하나의 소녀입니다.

‘나’가 무로를 자신의 딸처럼 아끼는 이유는 유즈와 별거하고 있던 사이 유즈를 강제로 범하는 너무나 생생한 꿈을 꾸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꿈속의 섹스를 통해 유즈와의 사이에서 무로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1Q84’에서 텡고가 후카에리와의 섹스를 통해 아오마메가 임신 및 출산하게 되는 전개와 동어반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성 주인공이 기묘한 과정을 거쳐 아버지가 되는 과정도 동일합니다.

돌무덤의 강렬함에 사로잡힌‘나’는 돌무덤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며 마치 여성의 성기와 같다고 인식합니다. 그가 아마다 토모히코의 요양병원 병실로부터 지하의 이공간을 거쳐 돌무덤으로 나오는 과정은 과거로부터의 치유이자 출산에 비견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더불어 이 과정은 딸 무로가 유즈의 산도를 거쳐 탄생하는 과정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돌무덤을 둘러싼 ‘나’의 시공간 이동은 ‘태엽 감는 새’의 우물을 둘러싼 ‘나’의 시공간 이동과 유사합니다.

‘나’는 토호쿠 여행 도중 두 차례 조우했던 ‘하얀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를 끊임없이 의식합니다.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 승용차에 탑승한 남자는 ‘나’로 하여금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하룻밤 섹스에 대한 죄책감을 일깨웁니다. ‘나’는 여행을 마친 뒤에도 ‘하얀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를 의식해 그림으로까지 남깁니다. ‘1Q84’에서 텡고를 괴롭히는 망령과 같은 ‘NHK 수금원’과 흡사한 캐릭터입니다.

전반적으로 ‘기사단장 죽이기’는 ‘양을 둘러싼 모험’과 ‘태엽 감는 새’, 그리고 ‘1Q84’와의 공통분모가 많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전작 요소의 재탕이라 규정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물론 이를 익숙함으로 인식하는 그의 애독자들에게는 반가울 것입니다.

불륜에 상처받고 불륜 저지른 주인공

‘기사단장 죽이기’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전제에는 공감하지 못할 여지가 있습니다. 불륜입니다. ‘나’는 유즈의 불륜으로 인해 엄청난 상처를 받고 방황과 같은 여행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마다 토모히코의 산장에서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릅니다. 불륜에 상처받은 주인공이 불륜으로 위안을 얻은 것입니다.

1인칭 주인공 ‘나’는 작중에서 결코 위선적 인물이 아니며 오히려 바람직한 인간의 표상처럼 묘사됩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나’를 통해 인간의 위선을 고발하는 작품도 아닙니다. 하지만 불륜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불륜을 자행하는 전개는 앞뒤가 맞지 않으며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소위 ‘내로남불’인가 싶습니다.

‘나’는 토호쿠에서의 하룻밤 섹스는 물론 산장에 거주하면서도‘하얀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를 의식합니다. 그러나 산장에서의 섹스 파트너와의 섹스에 대해서는 기사단장을 의식하면서도‘하얀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는 의식하지 않습니다.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심리 묘사입니다.

결말에서 ‘나’는 섹스 파트너와 결별합니다. ‘나’가 결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이 해결되었을 무렵 섹스 파트너가 남편과 딸을 이유로 결별을 통보합니다. 아마다 토모히코는 사망합니다.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는 물론 ‘나’가 공들여 그린 그림이 함께 숨겨진 아마다 마사히코의 산장도 불에 타 그림까지 소실됩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과거가 깔끔하게 사라진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착착 맞아 들어가는 매우 작위적 결말입니다.

하루키, 예술가의 자의식은 부족?

‘나’가 지하의 이공간으로 들어간 것과 마리에가 스스로를 감금 상태로 몰아넣은 멘시키의 저택으로부터의 탈출은 직접적 연관성이 부족합니다. 지하의 이공간 모험은 ‘나’의 폐소 공포증 극복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치유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의 저승 모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에의 탈출은 ‘나’의 도움 없이 마리에 스스로의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를 그대로 재현해 ‘나’가 기사단장을 살해할 필수불가결한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나’는 산장에서 머무는 동안 직업적 초상화 제작을 중단합니다. 대신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예술적 도전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내의 곁으로 돌아오며 직업적 초상화가의 위치로 복귀합니다. 독창적인 예술가로서의 완성보다는 가정과 사랑이 중요하다는 결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4부작의 주인공 ‘나’는 직업적 글쓰기를‘눈 치우기’에 비견할 정도로 스스로의 일에 대해 예술적 가치를 전혀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노벨 문학상 후보까지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과는 달리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단한 예술가라는 자의식이 부족한 작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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