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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① - ‘남경대학살’ 조명, 주제의식과는 거리

※ 본 포스팅은 ‘기사단장 죽이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団長殺し)’는 지난 2월 일본에서 간행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 소설입니다. 제1부 ‘드러나는 이데아 편’, 제2부 ‘변화하는 메타포 편’의 2부작 구성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주인공 ‘나’는 미대 출신의 초상화 전문화가입니다. 그는 6년 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아내 유즈가 불륜을 저질러 갑자기 이혼하게 됩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난 ‘나’는 친구 아마다 마사히코의 아버지이자 거물 일본화 화가 아마다 토모히코의 산장에 정착하게 됩니다. ‘나’는 산장에서 숨겨진 명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합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묘하게 교차해왔습니다. 그의 주인공은 일상 속에 펼쳐진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 모험을 펼쳤습니다.

기묘한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사단장 죽이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 ‘나’는 아내와 결별하고 홀로 머물게 된 산 속의 집에서 숨겨진 걸작 일본화를 발견한 뒤 모험에 빠져듭니다.

‘나’는 한밤중에 울린 방울 소리로 인해 불면에 시달리자 초상화 고객이자 부유한 독신 남성 멘시키와 함께 집 근처에서 발견된 돌무덤을 파헤칩니다. ‘나’는 자신을 불면에 시달리게 만든 불구(佛具)인 방울을 발견합니다. 한편 멘시키는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소녀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해 ‘나’와 마리에는 가까워집니다.

‘나’의 앞에는 방울의 주인이자 이데아의 현신인,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의 기사단장이 나타납니다. 어느 날 마리에가 실종되자 ‘나’는 마리에를 구하기 위해 지하의 이공간으로 몸을 던집니다.

변함없는 하루키의 ‘나’와 주변 인물들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남성 주인공의 1인칭 시점과 끝내 밝혀지지 않는 주인공의 이름은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댄스 댄스 댄스’에 이르는 4부작과 동일합니다.

자신의 직업에 성실해 주위의 호평을 받는 ‘나’는 문화적 소양이 뛰어나고 깔끔하며 쿨한 성격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4부작의 주인공을 빼다 박았습니다. 가사를 즐기는 인물이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물론 ‘나’가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의 투영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아날로그를 선호하고 디지털을 혐오합니다. ‘나’는 초반의 여행 도중에 휴대전화를 버린 뒤에 다시는 휴대전화를 구입하지 않습니다. ‘나’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가 결합된 스마트폰에 대해 노골적 반감을 드러냅니다. 마리에는 여중생이지만 대다수의 또래들과 달리 휴대전화를 싫어해 평소에는 항상 휴대전화를 꺼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나’는 CD로 음악을 들었지만 아마다 토모히코의 집에서는 LP로 클래식과 오페라 등을 즐겨 듣게 됩니다. 멘시키 역시 아마다 토모히코와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가 아마다 토모히코로부터 영감을 얻고 멘시키와 가까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LP를 통한 음악 청취입니다. 이제는 구시대의 미디어로 간주되는 CD조차 작중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로 혐오에 가깝게 취급됩니다.

아마다 마사히코는 카세트테이프로 1980년대 팝송을 즐겨 듣는 인물입니다. 그는 카세트플레이어인 카스트레오를 위해 구형 자동차를 고집합니다. 작중에서 mp3를 활용해 음악을 즐기는 등장인물은 없습니다.

‘나’는 PC를 사용하지 않으며 필요성도 느끼지 못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위해서는 차를 몰고 나가 도서관에서 해결합니다.

남경대학살 조명은 근본적 주제와는 거리

아내의 외도는 청춘 4부작의 세 번째 작품 ‘양을 둘러싼 모험’과 ‘태엽 감는 새’와 공통점입니다. ‘나’가 섹스 파트너를 통해 사랑에 빠지지 않고도 성적인 갈증을 해소하는 것도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주인공의 전형적 행동 양식입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과 ‘댄스 댄스 댄스’에서 주인공은 도쿄에서 삿포로로 여행을 떠난 바 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도쿄에 거주했던 ‘나’는 치유를 위해 삿포로와 토호쿠로 여행을 떠납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토호쿠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수년 전입니다. ‘나’는 토호쿠에 다수 소재하는 온천에 머물기도 합니다.

이데아의 상징 기사단장과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남자 등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비현실적 캐릭터는 ‘양을 둘러싼 모험’과 ‘댄스 댄스 댄스’의 양사나이를 연상시킵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삿포로에서 촬영된 양의 사진이 모험의 단초가 되었듯이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가 모험의 단초가 됩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남경대학살을 조명해 일본 내 우익의 반발을 산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태엽 감는 새’에 이어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의 악행을 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공투 세대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사단장 죽이기’를 통해 일본의 침략 역사를 비판한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 주제의식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제의식은 ‘나’의 갑작스런 이혼에서 비롯된 상처 치유와 가정의 복원에 가깝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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