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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 왕따 문제 직시, 묵직함 돋보여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목소리의 형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쇼야는 청각장애인 전학생 쇼코를 앞장서 괴롭힙니다. 쇼코의 어머니가 왕따 문제를 학교에 제기하자 담임교사는 쇼야를 왕따의 주범으로 지목합니다. 쇼야와 함께 왕따에 나선 친구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부정한 채 쇼야마저 따돌립니다.

왕따 문제 직시

‘목소리의 형태’는 오이마 요시토키 만화를 쿄토 애니메이션에서 스크린으로 옮긴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왕따 가해자가 도리어 왕따 피해자가 된 뒤 자신과 피해자에 대한 치유에 나선다는 줄거리입니다.

쇼야는 쇼코를 괴롭히다 친구들로부터 유일한 가해자로 지목된 뒤 고통을 이기지 못합니다. 6년 뒤 고교 3학년이 되었지만 쇼야는 여전히 친구를 사귀지 못합니다. 쇼야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포기한 뒤 쇼코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극복하려 합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트라우라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여고생과 치유를 돕는 남학생이 가까워지는 청춘 학원물의 설정과 전개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와 유사합니다. ‘모든 문제는 나 때문’이라는 여주인공의 자학적 성향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학교의 왕따 문제를 본격적으로 직시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인 자살까지 다룹니다.

가해자들이 가볍게 혹은 재미로 자행하는 왕따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지대한 고통을 가하는지 속속들이 묘사해 매우 묵직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순간적으로 전환되어 타산지석의 계기가 되는 전개도 인상적입니다. 각본의 완성도가 뛰어나 그대로 실사 영화화되어도 무방해 보입니다.

난투극 장면 의외

주인공은 남학생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출은 매우 여성적이며 섬세합니다. 원작 오이마 요시키, 각본 요시다 레이코, 감독 야마다 나오코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자학적 캐릭터의 의식과 내면을 묘사하는 가운데 활용되는 분절적인 컷 및 자막 삽입은 역시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래 일본 애니메이션의 클리셰입니다.

쇼야와 쇼코 두 집안 모두 아버지의 부재와 더불어 물론 남자 형제조차 없는 것도 눈에 띕니다. 즉 쇼야 본인을 제외하면 양가는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쇼야의 매형이 결말에 잠시 등장하지만 비중은 거의 없습니다. (쇼야의 누나의 얼굴은 끝내 공개되지 않습니다.) 만일 양가 중 한 군데라도 아버지가 있었다면 왕따 문제에 대한 대처 방식은 다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쇼코의 어머니와 왕따 가해자 중 한 명인 우에노의 난투극은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 드러나는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성향을 감안하면 의외의 장면입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일그러진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클라이맥스의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네가 도와줘’라는 쇼코에 대한 쇼야의 부탁은 주제의식을 압축합니다.

모든 갈등, 진정 해결되었나?

쇼야와 쇼코를 제외하면 나머지 친구들에 대한 묘사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쇼야와 쇼코를 따돌렸지만 고교 시절에 친한 척하며 위선적 면모를 여지없이 노출한 우에노와 카와이가 쇼코의 자살 기도와 쇼야의 부상 이후 진심으로 반성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우에노와 카와이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쇼야의 반성은 진심어린 것으로서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우에노와 카와이의 잘못은 반성 없이 봉합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따라서 결말은 모든 갈등이 해소된 해피엔딩으로 연출되었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에노와 카와이는 언제든지 쇼야와 쇼코를 다시 따돌리거나 뒤에서 험담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사족이지만 쇼코의 미모는 그녀의 따돌림에 대해 의문을 남깁니다. 여학생들이 쇼코를 따돌리는 전개는 개연성이 있지만 쇼코의 미모로 인해 남학생 한두 명은 몰래 친밀하게 지내며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남깁니다. (나가츠카가 쇼코의 주변에 있었다면 아마도 돕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쇼야(将也)와 쇼코(硝子)의 이름이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쇼(しょう)’로 동일한 것은 둘의 첫 만남에서도 다뤄집니다. 남녀 주인공의 이름이 동일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 레터’의 설정을 연상시킵니다. 세일러복과 단발의 사하라는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의 세일러 머큐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과 각본을 맡은 요시다 레이코의 콤비 작품은 ‘케이온’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우에노와 카와이의 외모는 각각 ‘케이온’의 아키야마 미오와 코토부키 츠무기와 흡사합니다. 쇼야의 동급생 중 가장 인성이 좋은 나가츠카는 외모와 행동이 20세기 소년 만화의 조연 캐릭터를 연상시킵니다.

타마코 러브 스토리 - 아날로그 감수성의 청춘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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