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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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 표피에만 충실한 실사화, 심오함 사라져 영화

※ 본 포스팅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를 기계 몸에 이식해 탄생된 미라 킬리언(스칼렛 요한슨 분)은 테러범을 소탕하는 섹션 9에 소속됩니다. 미라는 범죄를 일삼는 흑막 쿠제(마이클 피트 분)를 추적하는 가운데 자신의 과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외형적 재현 힘써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실사화했습니다. 원작 만화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명성을 과연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실사 영화로 구현할지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습니다.

실사 영화의 외형적 재현도는 일견 훌륭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간적 배경 홍콩을 비롯해 타이틀 시퀀스의 주인공의 탄생, 광학 미채 낙하, 얕은 물가의 격투 장면, 다이빙, 클라이맥스의 탱크와의 대결까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전개를 순서대로 답습합니다.

엔딩 크레딧의 시작과 더불어 가와이 겐지 작곡인 극장판 애니메이션 메인 테마 ‘謡 - Reincarnationd’이 삽입됩니다. 극중에서 미라가 먹이를 주는 바토(필로우 아스베크 분)의 애견 바셋 하운드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오시이 마모루의 단골 요소입니다. 미라의 생전의 주거지인 아파트 아발론은 오시이 마모루의 2001년 작 실사 영화 ‘아발론’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됩니다.

캐스팅과 분장, 나쁘지 않아

캐스팅과 분장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에 근접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공각기동대’ 세계관의 여주인공 쿠사나키 모토코의 이미지에 나름대로 충실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쿠사나키 모토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이 곱지만 과연 더 이상의 대안이 있을까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도쿄를 공간적 배경으로 했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10년 전 출연했음을 감안하면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 캐스팅된 것은 흥미롭습니다.

조연 캐릭터인 바토, 토구사(친 한 분), 사이토(이즈미하라 유타카 분)의 재현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토의 경우 극장판 애니메이션에는 제시되지 않았던 의안 시술을 받게 되는 설정을 실사 영화에서 추가했습니다.

섹션 9, 즉 9과의 리더 아라마키 역으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겸 배우 기타노 타케시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는 어눌한 발음의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로 연기합니다. 미래에는 완벽한 통역이 즉시 가능할 테니 각자의 모국어로 말해도 무관하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충분합니다.

미국의 관객들이 자막 읽기를 싫어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기타노 다케시의 일본어 대사는 모험으로도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의 캐스팅은 원작의 탄생지 일본에 대한 경의마저 읽힙니다.

가족 및 멜로 영화에 스스로 가둬

그러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표피적 재현에만 그칩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모든 인간의 근원적 고뇌인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는 결코 쉽게 답을 주지 않고 특유의 불친절함과 애매모호함을 통해 관객 개개인이 스스로 다양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여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신비스러움마저 자랑하는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자리 잡도록 크게 기여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사 영화는 각본과 연출, 그리고 주제의식까지 약점이 뚜렷합니다. 미라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은 옛 남자친구와 어머니 찾기에 그칩니다. 철학적 차원의 자아 찾기가 아닌 이산가족 찾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족 및 멜로 영화에 스스로를 가둡니다. 쿠제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성별의 경계가 모호했던 인형사 역할에 해당하는 캐릭터였지만 옛 남자친구로 바뀐 셈입니다.

그러므로 미라의 어머니로 밝혀지는 여성이 입에 올리는 죽은 딸의 이름 ‘모토코’와 그녀의 묘비명 ‘쿠사나기 모토코’는 나름의 반전으로 준비되었지만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관객의 실소를 유발합니다.

액션도 애니메이션만 못해

총기 마니아 오시이 마모루가 야심차게 연출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총격 사운드를 비롯한 액션 장면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는 모두 밋밋함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클라이맥스의 스파이더 탱크와의 격투에서 미라가 탱크의 해치를 열자마자 파괴되는 연출은 어색합니다. 만신창이가 된 쿠사나기가 어쩔 수 없이 인형사의 몸에 융합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사 영화는 쿠사나기가 제 발로 일어나 움직입니다. 여주인공의 알몸에 가까운 모습이 만신창이가 되는 연출이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 상 부담스러웠던 듯하지만 처절함이 부족합니다.

대사가 지나치게 많고 친절해 설명적인 것도 약점입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에 대한 자포자기입니다. 선명한 선악 구도도 단순하게만 수용됩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하드보일드와 쿨함도 사라졌습니다.

공간적 배경인 미래의 홍콩도 난삽하게 연출되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입체 광고판이 지나치게 많아 산만합니다. 클린트 만셀과 론 발페의 배경 음악은 엔딩 크레딧에 삽입되는 가와이 겐지의 ‘謡 - Reincarnationd’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애니메이션 버전의 쿠사나기는 한국에서 ‘소령’으로 번역된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일본어 ‘少佐’의 한국어 번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사 영화의 한글 자막은 ‘少佐’를 영어로 바꾼 ‘Major’를 그대로 읽은 ‘메이저’입니다. 극중에서 아라마키가 ‘少佐’로 부르는 점을 감안하면 ‘메이저’가 아닌 ‘소령’이 적절한 한글 번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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