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 전 스포츠조선 객원 기자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링크와 트랙백은 자유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컨택트 - 지적이며 관념적인 SF, 대중성은 부족 영화

※ 본 포스팅은 ‘컨택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구 각지에 12기의 UFO가 등장하자 인류는 혼란에 빠집니다. 미군에 의해 발탁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는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 분)과 함께 외계인과의 접촉에 나섭니다. 7개의 다리로 인해 ‘헵타포드(Heptapods)’라 명명된 외계인은 지구인과는 완전히 다른 의사소통 방법을 지녔음이 드러납니다.

원제는 ‘Arrival’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컨택트’는 지구에 나타난 UFO와 접촉해 외계인과 소통하는 여성 학자를 묘사합니다. 원제는 외계인의 지구 도착을 뜻하는 ‘Arrival’이며 원작은 테드 창의 SF 걸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입니다.

‘컨택트’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영화화하고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1997년 작 ‘콘택트(Contact)’와 사실상 동일한 이름으로 한국에 개봉되었습니다. 원제 ‘어라이벌(Arrival)’을 한글로 옮기기에는 어감이 약해 ‘컨택트’로 선회한 듯하지만 관람에 앞서 리메이크 영화로 착각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듯합니다.

‘콘택트’와 ‘컨택트’는 여주인공이 등장해 외계인과 접촉하는 지적이며 관념적인 SF 영화로 완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족이 서사 전개의 중대 요소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둘은 출발점인 원작 소설부터 엄연히 다릅니다.

외계인과의 접촉

‘컨택트’의 설정 및 영상은 수많은 SF 소설 및 영화들을 연상케 합니다. 거대 UFO의 출현과 그로 인한 인류의 혼란은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과 소설 ‘유년기의 끝’을 비롯해 영화 ‘미지와의 조우’, 미니 시리즈 ‘V(브이)’,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디스트릭트 9’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 순간의 공포만 놓고 보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에이리언’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문어를 연상시키는 헵타포드가 코끼리와 같은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5년 작 ‘우주전쟁’의 외계인과 흡사합니다. 주인공이 계시를 받아 외계인에 대처한다는 점에서는 M. 나이트 샤말란의 2005년 작 ‘싸인’과도 상통합니다.

UFO가 주로 등장하는 세워진 모습은 누에고치나 쌀알을 연상시킵니다. 누운 모습은 일반적인 UFO에 가깝지만 완벽한 원형은 아닙니다. 누운 채 비행하는 모습은 ‘맨 오브 스틸’에 등장했던 크립톤 스카우트 십을 연상시킵니다.

외계인 외양은 물론 그들의 우주선 내부는 전모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문명이 얼마나 발달했으며 어떤 행성에서 왔는지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지구에 나타난 12기의 UFO는 예수의 12사도, 1년 12개월 등을 연상시킵니다.

독특한 편집

‘컨택트’는 편집이 압도적입니다. 서두에서 주인공 루이스는 외동딸 한나를 애지중지 홀로 키우지만 병으로 사망합니다. 뒤이어 루이스는 대학에 강의를 위해 출근하지만 UFO의 출현이라는 일대사건과 조우하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마치 딸의 사망 이후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 것처럼 편집되어 있습니다. 외계인과 접촉하는 루이스가 한나를 종종 떠올리는 장면이 삽입됩니다. 한나와의 기억은 루이스에 영감을 제시해 외계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반전이 제시됩니다. 루이스는 외계인과의 접촉이 계기가 되어 이안과 사랑에 빠지고 그 사이에서 한나를 낳았음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홀로 키우던 한나를 잃게 됩니다. 즉 편집은 시간 순이 아니라 오히려 역 순행에 가깝습니다. 즉 가장 나중에 벌어진 사건을 서두에 배치한 것입니다.

이안은 루이스를 제외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지만 물리학자로서 그가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아 의문을 남깁니다. 루이스가 주도해 외계인과의 소통에 성공하기 때문입니다. 자연과학이 인문학에 크게 밀리는 듯한 양상입니다.

하지만 이안이 루이스의 남편이자 루이스의 딸 한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반전에서 밝혀지면서 결코 비중이 작지 않았음이 드러납니다. ‘컨텍트’는 루이스와 이안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나가 루이스에 물어봐 답을 얻게 되는 단어 ‘논 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은 그에 앞서 외계인과의 접촉에서 이안이 루이스의 앞에서 언급하는 단어입니다.

카산드라 빼닮은 루이스

루이스가 미래인 한나의 죽음을 먼저 알게 된 이유는 외계인이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지구를 찾은 이유도 3000년 뒤의 미래를 예견해 인류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컨택트’의 줄거리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독한 루이스는 외계인의 지구 방문 전까지 결혼과 출산 경험이 없습니다. 루이스는 외계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보게 되는 능력이 각성하며 이안과 가까워져 결혼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딸 한나가 태어나지만 루이스는 한나의 예정된 미래, 즉 죽음에 대해 이안에 털어놓습니다. 이안은 루이스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해 결별합니다. 한나를 홀로 키우던 루이스는 한나의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루이스의 사랑은 비극과 파국으로 귀결됩니다.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만 놓고 보면 루이스는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와 동일합니다. 불행한 운명까지 빼닮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미래의 비극을 예견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컨택트’는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모성의 상징과 같은 신화적 여성 루이스는 인류는 물론 외계인도 구원했지만 자신의 가정은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컨택트’는 운명론을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지가 미래를 바꿀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순환론적 세계관

루이스가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목도하게 된 이유는 외계인의 문명 및 사고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꿰뚫어보는 외계인의 문명은 순환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원형의 문자는 그들의 순환론을 상징합니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일직선으로 흐른다는 서양 문명의 세계관과는 차별화되는 대신 윤회를 강조하는 불교 등 동양 사상과의 연관점도 엿보입니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삶은 업보에서 비롯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 해석됩니다. 루이스 본인도 이를 의식했는지 딸의 이름을 앞뒤를 바꿔도 철자가 동일한 ‘한나(Hannah)로 명명했습니다.

섕의 설정은 의문

인류의 본성에 가까운 문제점도 풍자됩니다. 인류는 외계인이 나타나자 불안에 떨다 선제공격에 나서려 합니다.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감부터 드러냅니다. 인류의 폐쇄성과 호전성을 비판하고 인류 문명이 실은 약육강식 위에 수립되었음을 일깨웁니다.

해결책은 과학 기술이 아닌 소통입니다. 반전사상과 평화주의는 전 지구적 범위를 넘어 우주적 사해동포주의로 연결됩니다.

가장 호전적인 인물인 중국군 사령관 섕(지마 분)의 설정은 의문을 남깁니다. 외계인에 대한 중국군의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 주석이나 공산당과 같은 배경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섕의 독단에 좌우되는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 혹은 중국 시장의 흥행을 의식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중성 부족

‘콘택트’는 지구인과 외계인의 전쟁을 묘사하는 SF 영화가 아닙니다. 유일한 총격전 장면은 음향으로 대체된 채 직접 묘사를 생략합니다. 폭발 장면도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액션이나 비주얼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정적이며 관념적이라 오락성이나 대중성은 부족합니다.

인위적인 조명을 최소화해 영상은 어둡습니다. 배우들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위기와 긴장, 신비스러움과 사실성을 배가시키는 연출 의도이지만 밝은 조명의 오락 영화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을린 사랑 - 전쟁 참화 극복한 신화적 모성
프리즈너스 - 보기 드문 수작 스릴러
프리즈너스 - 종교가 외려 악마를 낳다
에너미 - 도플 갱어, 거미줄처럼 뒤얽힌 악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묵직함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스릴러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여성과 흑인의 소외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