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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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 제40화 타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건담 철혈의 오펀스

나제와 아미다의 최후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제39화 ‘조언’에서 나제는 아미다를 비롯한 자신의 아내들이 ‘태양’임을 강조했습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의 태양 빛과 같은 사랑을 받아야만 빛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40화 ‘타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는 나제와 아미다 부부의 장렬한 최후를 묘사합니다. 아미다의 태양과 같은 활약 및 산화 속에서 나제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전후 화를 제외하고 이번 화만 놓고 보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2기에서 연출, 각본, 대사 등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오카다 마리가 각본에 참여하지 않고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방영 이후 처음으로 구로다 료스케가 각본에 수혈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구로다 료스케는 ‘기동전사 건담 00(더블오)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에서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맡은 바 있습니다.

2기 2쿨 오프닝 필름에 제시된 아미다의 전용 백련과 줄리에타의 레긴레이즈 줄리아의 맞대결이 이번 화에서 묘사되었습니다. 줄리에타는 레긴레이즈의 줄리아의 고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아미다에 열세를 보입니다.

나제의 죽음이 필요했던 이유

나제의 죽음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첫째, 방영이 종반에 접어들어 철화단과 아리안로드의 대립을 본격화해야했습니다. 철화단이 복수에 나서야 하는 구실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철화단은 독립이 필요했습니다. 맥길리스라는 후원자가 가세한 가운데 나제까지 건재하면 철화단은 자립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제의 죽음으로 철화단은 홀로서기에 한 발 다가섰습니다.

셋째, 여성 캐릭터들의 솔로화가 필요했습니다. 나제의 죽음으로 터빈즈의 여성들은 모두 독신이 되었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여주인공 쿠델리아의 비중이 2기 들어 크게 미미해졌습니다. 나머지 여성 캐릭터들 상당수가 남편이 있는 터빈즈 소속이었습니다. 작품 전체에 제대로 된 로맨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나제의 죽음은 여러 가지 걸림돌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미카즈키는 여전히 목석

인상적인 각본과 연출에도 불구하고 제40화 ‘타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는 두 가지 아쉬움을 남깁니다.

첫째, 나제의 최후의 전투에 주인공 미카즈키가 불참했습니다. 건담 발바토스 루프스 렉스로의 개조 중이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미카즈키가 전투에 참가해 나제의 죽음을 목도하며 감정적 고뇌를 느끼며 사랑이나 주변의 여자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미카즈키는 제1화 ‘철과 피와’로부터 눈곱만치도 변모하지 않았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의 주인공 히이로는 냉정한 살인 기계로 출발해 점차 인간적으로 변모했습니다. 그와 비교하면 미카즈키는 목석과 다름 아니며 시청자의 감정 이입이 불가능합니다. 미카즈키의 사전에는 ‘고뇌’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둘째, 나제의 죽음이 지난 화부터 노골적으로 암시된 것 역시 약점입니다. 작품 전체의 서사의 밀도는 물론 로봇 액션을 비롯한 볼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몇몇 캐릭터의 죽음을 분위기부터 조성해 실제 최후까지 2화 이상 질질 끌며 묘사하는 것이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화수 채우기 공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전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고 없이 죽음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일부다처제 미화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는 아트라가 이상적인 결혼 형태로 인식할 정도로 일부다처제를 긍정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나제 단 한 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무수한 여자들이 오순도순 여러 명의 아이를 낳고 사는 화목한 공동체인 양 묘사합니다.

그 안에서 여자들은 질투도 없으며 모두 행복해보입니다. 극중에서 제대로 바람직한 부부상은 물론 제대로 된 1:1 로맨스조차 제시되지 않기에 나제 중심의 일부다처제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더욱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일부다처제가 질투도 없이 화목한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터빈즈의 여성들이 본처 격인 아미다를 중심으로 ‘언니동생’하며 대동단결했다며 일부다처제를 미화하고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마저 있습니다.

일부다처제가 아직 시행되는 서남아시아의 국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같은 국가들에서 여성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며 양성 평등은 요원합니다. UN은 일부다처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진 여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모두 아내로 맞이해 터빈즈를 창설했다는 설정은 시혜적 의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어려움에 빠지면 자립이 불가능해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여성은 의존적 존재라는 여성 혐오마저 엿보입니다. 양성 평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다처제 미화 및 옹호가 여성 각본가 오카다 마리가 시리즈 구성 및 각본을 맡은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오카다 마리는 일부다처제가 여성에 유리한 결혼 제도라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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