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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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 역 성차별에 도전한 신데렐라 스토리 영화

※ 본 포스팅은 ‘빌리 엘리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탄광촌에 거주하는 소년 빌리 엘리어트(제이미 벨 분)는 아버지를 비롯해 주변에서 강권한 권투보다는 발레에 마음이 끌립니다. ‘발레는 여자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빌리는 재능을 선보입니다. 빌리의 발레 스승 샌드라(줄리 월터스 분)는 빌리가 국립발레학교 오디션을 보도록 설득합니다.

신데렐라 스토리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2000년 작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빈곤한 탄광촌에서 발레에 흠뻑 빠진 11세 소년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는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글러브를 물려받아 권투를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대신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발레를 배우며 소질을 발견합니다. 빌리는 보수적인 탄광 마을의 ‘역(逆) 성차별’과 싸워야 하는 처지입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편견과 싸우며 꿈을 향해 노력하는 소년을 멋지게 묘사하는 ‘빌리 엘리어트’는 ‘주위를 의식하지 말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주제의식에 충실합니다. CF의 불문율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동물은 영화에서도 관객이 쉽게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빌리는 관객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 주인공이 됩니다. 문자 언어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인류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원초적 수단이었던 춤이 지니는 강력한 힘도 돋보입니다.

밑바닥의 주인공이 좋은 스승을 만나 천부적 재능에 눈뜨며 크나큰 도전의 기회를 얻는 과정은 ‘록키’를 비롯한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서사 구조입니다. 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

빌리를 발레로 인도하는 샌드라는 털털하면서도 직선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발레 스승이자 동시에 어머니를 여읜지 얼마 되지 않는 빌리의 모성을 대신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하지만 빌리가 발레를 위한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반 이후 샌드라의 비중은 줄어듭니다. 청출어람 주인공의 비중이 커지면 스승의 비중은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대처리즘 생생히 담아내

‘빌리 엘리어트’는 예민한 사춘기 소년이 역 성차별과 싸우는 가운데 대처리즘이 판을 치던 1984년 영국을 묘사해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합니다. 따라서 서사와 캐릭터가 매우 생생합니다. 빌리의 아버지 재키(게리 루이스 분)와 형 토니(제이미 드리븐 분)은 파업에 앞장서며 정부 및 사측과 투쟁합니다.

재키는 죽은 아내가 아끼던 피아노를 크리스마스에 박살내 난방을 위한 땔감으로 사용할 만큼 가난합니다. 주당 50페니인 빌리의 권투 수업료도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재키는 빌리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한 뒤 런던의 오디션 비용 마련을 위해 파업을 포기하고 타협합니다. 탄광업을 천직으로 알고 고향 더햄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재키는 오디션을 위해 빌리를 데리고 런던으로 향합니다. 성공을 위해 런던으로 향하는 주인공은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원스’와 ‘싱 스트리트’의 결말과도 흡사합니다.

자존심을 버린 재키의 변화는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부성애를 상징합니다. 서사를 지닌 모든 예술은 캐릭터의 변화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지 관건인데 ‘빌리 엘리어트’는 재키의 변화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대처리즘에 대한 노동자와 중산층 계급의 간극이 드러나는 장면도 흥미롭습니다. 재키에게는 파업이 생사가 걸린 문제이지만 중산층인 샌드라의 남편 톰(콜린 맥라클란 분)은 ‘사양 산업인 탄광업에서 노동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와 사측을 지지하는 발언을 합니다. 하지만 톰은 정리 해고를 당해 알코올에 의존하는 처지입니다. 그는 스스로의 처지가 재키를 비롯한 탄광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14년 뒤 결말은 사족

결말에서는 14년 뒤 25세가 된 빌리가 발레리노들로만 구성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출연하며 마무리됩니다. 빌리의 도전이 대성공으로 귀결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제시합니다. 완전한 해피엔딩을 원하는 관객을 충족시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중반에 빌리가 샌드라와 함께 승용차로 도강하는 장면에서 백조의 호수가 카스테레오 음악으로 삽입되는 가운데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결말의 암시로 풀이됩니다. 더불어 여성 주인공이 주도하는 전통 발레가 남성 주인공으로 바뀌는 현대적 재해석이 가능해 발레리노가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강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14년 뒤 장면은 지나치게 친절해 사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소년 빌리가 고향을 떠나며 두근두근하는 장면으로 매조지는 결말이 충분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디 아워스 - 삶과 죽음의 교차점
트래쉬 - 시혜적 시각 의심스런 말랑말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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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01/23 10:1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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