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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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 ‘록키’의 복제품 팬 픽션 보는 듯 영화

※ 본 포스팅은 ‘크리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설적 복서 아폴로 크리드의 혼외 자식 아도니스(마이클 B. 조던 분)는 복싱에 대한 열정을 견디지 못해 증권사를 사직합니다. LA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향한 아도니스는 아버지의 생전 라이벌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분)를 찾아가 배움을 청합니다.

아도니스, 아폴로의 혼외 자식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원작, 각본, 연출을 맡은 2015년 작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의 7번째 영화입니다. 2006년 작 ‘록키 발보아’ 이후 9년 만에 제작된 후속편입니다.

‘크리드(Creed)’의 주인공은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로 복싱 선수가 되기를 열망하는 아도니스 크리드입니다. ‘Creed’는 ‘신념’을 뜻하기도 하는데 아도니스는 아버지의 업적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결국 아버지에 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강한 신념을 보입니다. 아버지 아폴로에 이어 아들 아도니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과 동일한 것도 의도적인 작명으로 풀이됩니다.

아도니스는 ‘록키 4’에서 아폴로가 소련 복서 이반 드라고와의 대결 도중 사망한 이후에 태어난 유복자입니다. 친어머니마저 사망해 고아가 되어 소년원을 전전하던 아도니스를 아폴로의 아내 메리 앤(필리샤 라샤드 분)이 거둬 양육했습니다.

필리샤 라샤드는 록키 시리즈에서 메리 앤을 처음으로 연기합니다. 메리 앤은 ‘록키’에서는 라벨르 로비, ‘록키 2’와 ‘록키 4’에서는 실비아 밀스가 연기한 바 있습니다. 메리 앤은 아도니스가 복싱에 입문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만 록키 시리즈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누구도 고집을 꺾지 못합니다.

아폴로의 장례식 뒤 메리 앤은 록키와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설정입니다. 아도니스가 록키를 찾아간 뒤 메리 앤과 록키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메리 앤이 아도니스를 위해 제작한 성조기 무늬의 복서 팬츠가 록키를 통해 아도니스에 전달됩니다. ‘록키’와 ‘록키 4’에서 아폴로가 착용했던 팬츠와 흡사한 디자인입니다.

록키, 늙고 지쳐보이는 이유

아도니스가 찾아오기 전까지 록키는 복싱 업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록키 발보아’’에 처음 등장한, 죽은 아내 아드리안의 이름을 딴 조촐한 식당 운영에 전념합니다.

‘크리드’의 실베스터 스탤론은 그보다 1년 전인 2014년에 개봉된 ‘엑스펜더블 3’보다 훨씬 늙고 지쳐 보입니다. ‘크리드’의 록키는 은퇴자이지만 ‘익스펜더블 3’의 바니는 엄연한 현역이라는 차이점 때문이 아닌가 싶었는데 ‘크리드’의 중반부에 록키는 암이 발견됩니다. 늙어 보이는 데는 서사 전개의 측면에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리즈의 1세대 중에는 록키와 메리 앤 외에는 생존자가 없습니다. 록키의 친구이자 처남 폴리도 암으로 사망해 여동생 아드리안의 옆에 묻혔습니다. 록키 자택의 폴리의 방은 아도니스가 사용하게 됩니다.

아폴로의 매니저였으며 아폴로의 사후 록키의 매니저가 되어 ‘록키’부터 ‘록키 발보아’까지 개근했던 듀크(토니 버튼 분)는 등장하지 않으며 복싱 도장은 아들이 계승했다는 설정입니다. 토니 버튼은 2016년 2월 사망했습니다.

‘록키’의 답습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충실한 복제품이었듯 그에 앞서 개봉된 ‘크리드’ 역시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록키’를 충실히 답습합니다. 아도니스와 록키의 세대 갈등은 ‘록키’에서 록키와 그의 스승 미키의 갈등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주인공과 스승의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도 그러합니다. ‘크리드’에서 록키는 외동아들 로버트와 거의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록키 발보아’까지 등장했던 로버트는 ‘크리드’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록키를 외톨이로 만들어 아도니스가 접근하기 쉽게 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서사도 빼닮았습니다. 고집 센 무명 복서가 운 좋게 챔피언과 맞붙는 위대한 도전 끝에 석패하는 줄거리가 매우 흡사합니다.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제대로 된 복싱 지도를 처음 받는다는 전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만 맷집이 강해 근근이 버티는 와중에 간간이 강력한 펀치를 명중시키는 복싱 스타일도 동일합니다. 무하마드 알리를 모델로 해 경박했던 아폴로와 달리 아도니스는 진중해 성격적으로는 아버지보다는 록키를 더 많이 닮았습니다.

아도니스의 첫 번째 공식 경기가 종료된 뒤 연인 비앙카(테사 톰슨 분)가 링 위로 올라와 키스하는 장면도 ‘록키’의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영국 리버풀에서 벌어진 아도니스와 챔피언의 경기를 메리 앤이 TV로 시청하는 전개는 ‘록키 2’의 아드리안, ‘록키 4’의 로버트가 경기장에 가지 않고 록키의 경기를 TV로 시청한 전개와 동일합니다.

공간적 배경도 ‘록키’에서 록키의 집이 있었던 거리, 미키의 복싱 도장, 그리고 록키가 뛰어올라갔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이 재등장합니다. 극중에서 필라델피아 시민들은 여전히 록키를 사랑합니다. 빌 콘티 작곡의 저 유명한 메인 테마곡도 편곡되어 삽입됩니다.

‘대부 3’ 연상시키는 설정

‘크리드’는 다른 한 편으로 ‘대부 3’를 연상시킵니다. 두 작품 모두 시리즈의 주인공이 외아들과 불화가 있었으며 ‘가업’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아 친인척의 혼외 자식이 나타나 계승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크리드’의 각본이 ‘대부 3’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시리즈의 생명줄을 혼외 자식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늘렸습니다. 아도니스는 ‘대부’의 말론 브란도의 명대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모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크리드의 출생이 아폴로가 사망한 이듬해인 1986년이라고 하면 2015년 작 ‘크리드’에서는 만 29세가 됩니다. 프로 복서로 본격 입문하기에는 많은 나이입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입니다.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지만…

록키 발보아’를 끝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을 듯했던 록키의 후일담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크리드’는 록키 시리즈의 팬들에게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움이나 시리즈 특유의 처절함은 모두 부족합니다. 매끈하지만 허전합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크리드’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크리드’는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2차 매체로 직행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크리드’의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록키 2’에서 록키가 그랬듯이 아도니스가 챔피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라이언 쿠글러는 마이클 B. 조던을 악역으로 기용해 2018년 개봉 예정인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팬서’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아도니스가 록키의 집에서 록키, 비앙카 등과 함께 TV로 시청하는 영화는 록키의 판권을 보유한 MGM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007 스카이폴’의 지하철 장면입니다. 아도니스를 연기한 마이클 B. 조던이 자신의 이름과 거의 동일한 마이클 조던 나이키 후드 티셔츠를 입고 나온 장면은 웃음을 유발합니다.

록키 - 전설 넘어 신화가 된 남자의 로망
록키 2 - 주인공 승리하고 영화는 패했다
록키 3 - 미키의 퇴장, 아폴로와의 우정
록키 발보아 - 록키 최후의 도전

[블루레이] ‘크리드’ 스틸북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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