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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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 달콤 씁쓸한 사랑, 아름다운 뮤지컬 영화

※ 본 포스팅은 ‘라라랜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LA의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는 캐스팅 오디션에서 번번이 탈락합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은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좀처럼 정착하지 못합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우연한 만남 이후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LA, 할리우드

다미안 차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뮤지컬 ‘라라랜드’는 LA를 뜻하는 제목 ‘La La Land’이 말해주듯 LA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공간적 배경 LA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재즈와 파티로 가득하며 꿈과 좌절이 공존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도시로 묘사됩니다.

LA를 대변하는 ‘꿈의 공장’ 할리우드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합니다. 예고편에 공개된 곡 ‘City of Stars’는 LA는 하늘에 별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라는 의미 외에 스타, 즉 성공이 가득한 도시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미아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했던 배우 지망생이며 할리우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녀의 집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벽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사블랑카’가 언급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와 처음 함께 보는 영화는 ‘이유 없는 반항’입니다. 두 사람은 ‘이유 없는 반항’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가 처음으로 키스합니다.

세바스찬을 연기한 라이온 고슬링 역시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과 마찬가지로 반항아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연출한 ‘드라이브’에서도 LA를 배경으로 타협을 모르는 스턴트 배우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캐나다 출신이지만 ‘LA의 사나이’처럼 보입니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최근 ‘네온 데몬’에서도 LA를 아름답고 향락적으로 묘사하며 역시 청춘의 꿈과 좌절을 현란한 영상 속에 담아낸 바 있습니다. ‘라라랜드’와의 공통점입니다.

‘카페 소사이어티’보다 한 수 위

우디 앨런의 최근작 ‘카페 소사이어티’와의 유사점도 많습니다. 할리우드를 공간적 배경으로 스쳐간 연인, 재즈, 클럽, 영화, 출세 등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랑했던 남녀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달콤 씁쓸한 결말도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오락성은 물론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서사의 힘까지 ‘라라랜드’가 ‘카페 소사이어티’에 비해 한 수 위입니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라라랜드’는 현재를 시간적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다릅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해 의고적이었던 ‘카페 소사이어티’와 달리 ‘라라랜드’는 재즈와 탭 댄스를 비롯해 과거의 것을 우아하면서도 세련미 넘치게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합니다. 우디 앨런은 1935년생으로 현재 81세이지만 다미안 차젤은 1985년생으로 만 31세에 불과해 우디 앨런보다 반세기나 젊은 점이 차이를 유발하게 된 이유인 듯합니다.

전작 ‘위플래시’와의 공통점

‘라라랜드’는 다미안 차젤의 전작 ‘위플래시’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재즈를 통해 성공하고픈 욕망에 집착하며 자신의 재능 유무에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을 앞세운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두 영화 모두 대사 속에서 찰리 파커가 언급됩니다. 귀에 쏙쏙 파고들어오는 재즈를 비롯한 음악의 힘도 강렬합니다. 뚜렷한 계절 감각을 바탕으로 약 1년의 기간을 제시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위플래시’에서 막강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아카데미 남주조연상을 차지한 J. K. 시몬스는 ‘라라랜드’에서도 고집 센 클럽 주인으로 잠시 출연합니다. 하지만 극도로 강박적이어서 사이코 스릴러에 가까웠던 ‘위플래시’와 달리 ‘라라랜드’는 보다 대중적인 로맨틱 코미디이기에 J. K. 시몬스는 웃음을 유발합니다. ‘스파이더맨’ 삼부작의 조나 제임슨과 가까운 캐릭터를 다시 연기합니다.

서두의 롱 테이크

다미안 차젤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냅니다. 자동차로 꽉 막한 고가도로를 배경으로 한 서두의 첫 장면은 두 주인공의 등장 직전을 역동적인 군무로 채워 영화 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영화를 함께 본 옛 사랑을 추억하는 가사는 서사의 모든 것을 암시합니다.

이 장면은 ‘그래비티’ 서두의 롱 테이크에 비견할 만합니다. 두 주인공이 파티에서 함께 빠져 나온 뒤 미아가 자신의 프리우스 승용차를 찾으며 함께 춤을 추는 약 6분간의 장면도 롱 테이크로 촬영되었습니다. ‘라라랜드’에는 롱 테이크가 전반적으로 많으며 카메라 워킹 또한 변화무쌍합니다.

클라이맥스의 반전

다미안 차젤의 재기가 두드러지는 장면은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미아의 상상 속 장면입니다. ‘라라랜드’의 개봉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세바스찬이 클럽에서 해고된 직후 미아와 키스하는 강렬한 장면은 실제 본편 중반까지는 제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동일한 장면에서 세바스찬이 미아의 존재를 무시한 채 옆을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의문은 클라이맥스의 미아의 상상 속에서 풀립니다. 미아의 오디션 합격이 암시되는 5년 뒤 대스타가 되어 결혼과 출산을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세바스찬이 아닙니다.

미아가 남편과 우연히 찾은 클럽에서 세바스찬이 피아노 독주를 하자 미아의 상상 속에서 세바스찬이 클럽에서 당장 키스하는 예고편의 장면이 뒤늦게 제시됩니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한 주마등같은 장면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주인공이 결혼해 함께 사는 장면은 모두 미아의 상상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두 사람은 이루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이때 상상과 현실이 교차되며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 수 없도록 편집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사랑했던 연인을 보내는 라이언 고슬링의 씁쓸한 미소는 예고편에도 공개된 바 있습니다. 개봉에 앞선 예고편에서 본편의 마지막 장면을 공개한 방식은, 그것이 설령 관객이 마지막 장면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해도 대담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이별하는 결말은 극중에 언급된 걸작 ‘카사블랑카’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두 배우 매력 잘 살려

아름다운 영상, 흡인력 강한 음악과 더불어 두 주연 배우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거친 블루컬러 이미지의 라이언 고슬링과 곱게 자란 이미지의 엠마 스톤이 과연 연인으로 어울릴까 싶었던 의문을 완전히 해소합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세바스찬의 우울한 성격을 대변하듯 모노톤의 의상을 주로 착용하는 것과 달리 엠마 스톤은 미아의 쾌활한 성격을 상징하듯 밝은 색상의 의상을 주로 착용합니다. 미아가 오디션을 앞두고 입은 하얀 셔츠에 커피가 쏟아져 얼룩이 된 뒤 오디션이 실패하자 엘리베이터에 새하얀 셔츠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미아를 포위하듯 탑승하는 장면은 대조적이어서 유머러스합니다.

극중에서 미아가 실패를 거듭할 때는 엠마 스톤의 주름살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여배우는 무조건 예뻐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연연하기보다 사실성을 담보한 것입니다.

훌륭한 뮤지컬 영화가 그러하듯 실제로는 단순한 서사임에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한 심리 묘사도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다만 가을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장면의 호흡이 길어져 속도감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128분의 러닝 타임을 120분 정도로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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