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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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 - 약자여, 연대하라 영화

※ 본 포스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사는 노년 남성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는 심장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둡니다. 그는 질병 급여 신청에서 탈락해 생활비 지원이 끊어져 곤경에 처합니다. 그럼에도 다니엘은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스 분)를 돕습니다.

어려워도 이웃 돕는 주인공

2016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진보적 노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노년의 독신 남성을 묘사합니다.

영국 뉴캐슬에 거주하는 목수 다니엘은 심장병으로 공사 현장의 일자리를 잃고 질병 급여마저 받지 못합니다. 그는 인터넷을 다룰 줄 모르며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블루컬러 노인입니다. 그는 여전히 카세트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습니다.

하지만 디니엘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끊임없이 제시되는 그가 홀로 걷는 장면은 그의 고독한 노력을 상징합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습니다. 다니엘이 돕는 케이티는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홀로 키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끼니조차 잇지 못하던 케이티는 결국 매춘에 나서게 됩니다. 다니엘과 케이티는 부녀 혹은 부부 관계처럼 보이며 케이티의 두 아이들도 다니엘을 잘 따라 네 사람은 유사 가족을 형성합니다. 다니엘은 케이티 가족의 결핍된 부성을 채웁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저소득층은 미력하지만 서로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습니다. 사기 행각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옆집 청년 차이나(케마 시카즈웨 분)에게도 다니엘은 우호적입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반면 다니엘을 비롯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업무의 종사자들은 앤(케이트 루터 분)을 제외하면 모두 불친절하며 고압적입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지원을 하지 않으려 골몰합니다.

그들의 전화 돌리기 및 ARS는 효율을 강조하는 관료제 및 민영화의 폐해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특히 ARS 장면은 2010년 작 ‘베리드’의 ARS 장면과 마찬가지로 짜증과 분노를 유발합니다. ARS로 인한 곤란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한국에서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복지 관련 종사자들 개개인을 비판하는 것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실업자 증가와 복지 혜택 축소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고 정부가 복지를 축소한 방향성이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 내부의 경쟁과 갈등을 유발해 기업 및 정부 등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의도마저 엿보입니다. ARS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대의 중요성

제목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급여 신청이 또 다시 실패하자 다니엘이 사무실 밖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이라고 스프레이로 외벽에 쓰며 분노와 항의를 표출하는 1인 시위와 같은 문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다니엘을 향해 박수를 치는 시민들과 그에 앞서 이웃을 돕는 다니엘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곧 주제의식입니다. 칸이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황금종려상에 선정한 이유도 양극화에 시달리는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에 던지는 연대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에 앞서 다니엘은 “인간이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인권의 차원으로 고용 및 복지의 중요성에 접근합니다. 연대 강조가 저소득층을 향한 메시지라면 저소득층 개개인의 자존심을 챙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에 대한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건조함과 담담함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마저 최소화한 가운데 주인공의 죽음까지 건조하게 담아내는 절제의 미덕이 돋보입니다. 관객보다 앞서 나가 감정을 주입하려는 신파 영화들과는 다릅니다. 코미디의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극중에는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주택 수당을 삭감한 장관이 저택에 산다며 비판하는 대사도 삽입됩니다. 박근혜 일당의 비리로 날아간 세금과 기업의 보유 자금을 복지와 고용에 돌렸다면 대한민국은 보다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고라파덕 2016/12/12 11:57 #

    신자유주의로 인한 폐해는 1995년부터 실질적으로 시작했지요. 현재 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두환부터 시작해서 그뒤, 김영상,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부가 신자유주의식으로 한국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것을 고치려면 단순히 좌파, 우파, 보수, 진보 정도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조셉 스티글리츠도 폭로했듯이, IMF, 월드뱅크, 월스트릿이 개발 도상국의 경제를 작살낼때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둘다에 달라붙어서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그 나라 기간산업을 작살내고 주주 자본주의식으로 체제를 바꿉니다.

  • 나인테일 2016/12/12 15:58 #

    거기 경제를 '작살'내서 그 사람들이 무슨 득이 있죠? 재벌 자본주의가 주주 자본주의보다 서민친화적이라고 하신다던가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보다 투명한 경영을 보장한다고 말씀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IMF, 월스트리트 욕해서 이득 얻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재벌 아니면 세금도둑 사회주의자들 밖에 없어요.
  • 고라파덕 2016/12/13 04:14 #

    조셉 스티글리츠는 재벌도 아니고, 세금도둑 사회주의자도 아닙니다.

    그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서, 월드뱅크의 부사장을 지낸 바 있고, IMF의 고문역할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내부 문서를 공개함으로써 폭로한 사실은 필리핀, 남미, 아프리카 같은 국가들이 왜 극심한 빈곤에서 지난 몇십년동안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IMF, 월드뱅크, 월스트릿이 어떻게 그 나라의 기간산업을 민영화시켜서 이익을 빼돌리는것에 대해서 내부자료를 근거로 조목조목 밝힌바가 있지요.

    그 정반대로 왜 중국이 경제적으로 불과 50년전까지만하더라도 아프리카만큼 못살던 나라가 어떻게 지금은 미국과 맞먹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미국 금융자본, 주주자본주의가 중국에는 아예 침투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조지 소로스 같은 투기꾼들에 대한 방어를 전세계에서 가장 철저히 하고 있는 나라중에 하나가 중국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인구 15억의 대국이, 그렇게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아주 탄탄하지요.

    GE의 잭웰치도 한때 주주자본주의를 지지하다가 나중에, 정말로 멍청하고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한바가 있죠.

    주주자본주의의 유일한 목적은 단기이익 창출일 뿐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인력 감소와, 정규직 축소, 비정규직 전환으로 피를 뽑아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수밖에 없지요.

    한번 남미 여러나라와 아프리카의 여러나라, 그리고 필리핀 같은 국가들을 직접 여행하시면서, 얼마나 경제가 붕괴하고, 치안이 붕괴하고, 사회가 절망적인지 직접 체험해보시는것도 좋을듯합니다. 저는 주위에 남미 와 멕시코 이민자들한테 듣는 얘기만으로도 섬뜩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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