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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빌의 세 쌍둥이 - 기괴함과 유머 어우러진 코미디 애니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벨빌의 세 쌍둥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수자로부터 자전거를 선물 받은 소년 챔피언은 성인이 되어 사이클 선수가 됩니다.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챔피언은 하위권으로 처져 마피아에 납치당합니다. 수자는 챔피언을 구하기 위해 애견 브루노와 함께 뒤를 쫓습니다.

실뱅 쇼메의 장편 애니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는 프랑스 출신 실뱅 쇼메 감독의 2003년 작 애니메이션입니다. 국내에는 2010년 작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와 2013년 작 실사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먼저 개봉되었지만 ‘벨빌의 세 쌍둥이’는 실뱅 쇼베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입니다.

세 작품은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 혹은 어린이를 보호하거나 치유하는 줄거리가 공통점입니다. 엔딩 크레딧 말미에 삽입된 부모님을 기리는 자막도 동일한 의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벨빌의 세 쌍둥이’의 초반에 어린 챔피언은 늙은 수자와 함께 TV를 시청하지만 결말에서 나이 든 챔피언의 옆에는 할머니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할머니의 사망으로 인한 공백을 암시합니다. 할머니로 대변되는 자신을 키워주고 보호한 기성세대에 대한 고마움이 두드러집니다.

이제는 가족들이 한 대의 TV를 함께 시청하기보다는 자신의 모니터나 스마트폰 액정을 각자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조부모 혹은 부모와 함께 TV를 시청하는 것조차 각별한 옛 추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3명

제목부터 ‘벨빌의 세 쌍둥이(Les Triplettes de Belleville)’는 독특합니다. 타이틀 롤 벨빌의 세 쌍둥이가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두를 세 쌍둥이의 공연이 장식하고 그들이 수자를 도와 챔피언 구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만 실은 조연입니다. 챔피언은 이름만 ‘챔피언(Champion)’일 뿐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질만큼 유망한 선수는 아닙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의지가 투철한 수자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세 쌍둥이를 비롯해 숫자 ‘3’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셋 씩 짝을 이뤄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챔피언, 수자, 그리고 브루노는 함께 살며 모험도 같이 합니다. 마피아는 보스 1명과 2명의 부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피아에 납치된 챔피언은 나머지 2명의 사이클 선수와 짝을 이뤄 3명이 함께 노동 착취를 당합니다.

숫자 3은 크리스트교의 삼위일체와 더불어 프랑스 혁명 당시 탄생한 프랑스의 국기 삼색기를 연상시킵니다. 그리스 신화의 운명의 세 여신이나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의 세 마녀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벨빌의 세 쌍둥이’에서 3은 완성을 의미하는 숫자입니다.

두 도시

공간적 배경이 되는 두 도시는 대조적입니다. 수자와 챔피언이 거주하는 파리 외곽은 자전거 훈련이 아직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대한 체형의 자유의 여신상이 위치해 뉴욕을 연상시키는 벨빌은 마피아의 범죄가 판을 치는 도시입니다.

‘심슨 가족’의 공간적 배경 스프링필드와 마찬가지로 벨빌(Belleville)은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동일한 이름을 지닌 도시가 많습니다. 벨빌은 직역하면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삐죽삐죽한 빌딩이 숲을 이뤄 디즈니 로고의 신데렐라 성의 디스토피아 버전에 가깝습니다. 마피아 행동대원들의 각진 체형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카드 병사를 연상시킵니다.

실뱅 쇼메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벨빌뿐만 아니라 마피아 보스의 기념사진에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패러디 ‘할리푸드(Hollyfood)’와 미키마우스를 통해 드러납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인 햄버거를 판매하는 식당도 인심이 사납습니다. ‘벨빌의 세 쌍둥이’는 대사가 거의 없는 마임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햄버거 가게에서는 “돈 없으면 햄버거도 없어(No money, no hamburgers)!”라는 영어 대사가 제시됩니다.

프랑스 문화에도 긍정적이진 않아

그렇다고 ‘벨빌의 세 쌍둥이’가 프랑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매우 불행해 보이며 그에 열광하는 팬들은 광기와 어리석음에 빠진 듯 묘사되었습니다.

세 쌍둥이가 개구리를 먹는 식습관도 다뤄집니다. 온갖 개구리 요리는 물론 말린 올챙이를 팝콘처럼 즐기는 장면은 기괴하게 묘사됩니다. 마피아가 찾는 클럽의 쇼에 출연해 수입이 적지 않을 듯한 세 쌍둥이가 낡고 지저분한 집에 살며 개구리를 잡아먹는 생활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파리와 벨빌은 차이점이 많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두 도시의 전철은 하필이면 수자와 브루노가 머무는 집의 코앞을 지나가며 브루노를 자극합니다. 부르노가 자신을 빼닮은 승객과 처지가 뒤바뀌는 꿈을 꾸는 장면은 브루노가 인간과 다를 바 없으며 비중이 큰 캐릭터임을 강조합니다. 수자와 세 쌍둥이가 첫 만남에서 금세 친해지는 전개는 가난한 자들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암시입니다.

기괴함과 암울함 돋보여

‘벨빌의 세 쌍둥이’는 매우 독특한 영상을 자랑합니다. 캐릭터들 중에는 미국 및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형 캐릭터가 전무합니다. 하나같이 체형이 어딘가 일그러져 있습니다.

챔피언은 극도의 훈련으로 인해 하체만 근육이 발달해 있으며 수자는 양다리의 길이가 다릅니다. 브루노는 다리는 가늘지만 몸통은 비대해 금세 다리가 부러질 듯합니다. 세 쌍둥이는 키가 크고 말라 가느다란 반면 마피아 보스는 키가 작고 통통합니다. 디자인부터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수자가 챔피언을 독려하는 호루라기 소리처럼 불안을 유발합니다.

전반적인 색감은 화려하기보다는 우중충합니다. 브루노가 꿈에서 탑승하는 기차나 챔피언이 와인을 제조하는 기계와 같이 스팀펑크의 요소도 엿보입니다. 서두의 TV 시청 장면에서는 고전적인 4:3 화면비가 활용됩니다. 시간적 배경인 20세기 중반에 대한 진한 향수가 진하게 묻어납니다.

자전거

일루셔니스트’는 자크 타티의 집필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는데 ‘벨빌의 세 쌍둥이’에는 자크 타티의 영화의 일부를 세 쌍둥이가 시청하는 TV 장면에 인용합니다. 이 장면에도 자전거가 등장해 ‘벨빌의 세 쌍둥이’는 자전거가 매우 중요한 소품입니다. 세 쌍둥이의 집에는 자크 타티 작품의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극중의 액션 장면은 물론 등장인물의 움직임까지 자크 타티의 작품과 같이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수자와 브루노가 챔피언을 구하기 위해 바다를 건널 때 활용하는 소품 또한 자전거와 유사한 원리로 작동하는 페달 보트입니다. 엔딩 크레딧 후에는 페달 보트에 관한 추가 장면이 삽입됩니다.

‘벨빌의 세 쌍둥이’의 서사는 단순합니다. 챔피언이 납치될 때부터 결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권선징악이 분명합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뮤지컬에 가까우며 무성 영화를 오마주했기에 대중적이며 오락용 애니메이션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독특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루셔니스트 - 88만원 세대의 ‘오래된 미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Jerry 2016/11/07 22:54 #

    한 십몇년전에 봤는데, 세쌍둥이가 부르는 노래만 기억에 남네요. 노래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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