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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 지옥 연출 인상적, 중반부터 흥미 반감 영화

※ 본 포스팅은 ‘인페르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문의 습격을 받은 뒤 병원에서 깨어난 하버드대 교수 랭던(톰 행크스 분)은 여의사 시에나(펠리시티 존스 분)와 함께 암살자의 습격으로부터 도망칩니다. 이미 사망한 과학자 조브리스트(벤 포스터 분)가 인류 말살을 획책하고 있음을 랭던은 알게 됩니다.

지옥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에 이어 댄 브라운의 로버트 랭던 시리즈 소설을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크리스트교를 소재로 한 종교 스릴러이며 유럽이 공간적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페르노’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베니스, 그리고 터키의 이스탄불로 이어지며 극중에서 벌어지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하루입니다.

‘지옥’을 뜻하는 제목 ‘인페르노(Inferno)’에서 드러나듯 미친 과학자 조브리스트와 그 추종자들의 흑사병 창궐을 통한 인류 말살 음모를 랭던이 저지하는 줄거리입니다. 랭던은 지옥불과 핏물 홍수가 현실 세계를 덮치는 환상에 사로잡히고 조브리스트가 제작한 흑사병 바이러스가 배포 장치 또한 붉은색이어서 제목의 의미에 충실합니다.

특히 랭던의 환상 속의 지옥불과 핏물 홍수는 론 하워드의 심심한 연출 스타일을 감안하면 상당히 강렬하며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핏물 홍수는 클라이맥스와도 연결됩니다.

본드 걸 시에나

랭던이 새로운 미모의 여성과 만나 유명 도시를 돌며 모험한다는 점에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요소를 답습합니다. 베니스와 이스탄불은 ‘007 위기일발’을 비롯해 제임스 본드 영화의 단골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본드 걸은 본드와 사랑에 빠지면서도 때로는 위험에 빠뜨리는 팜므 파탈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인페르노’에서 본드 걸에 해당하는 시에나의 정체는 중요한 반전 포인트가 됩니다. 시에나는 어린 시절부터 랭던의 서적에 흠뻑 빠져 있었으며 퍼즐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시에나가 부상당한 랭던을 치료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음이 밝혀집니다. 시에나는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했는데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그녀가 연기한 제인과 이미지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에나의 집에 둔 남자 옷과 그에 앞서 등장한 병원 입원실의 구조에 의문을 지닌다면 시에나의 정체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랭던의 든든한 우군은 WHO(세계 보건 기구)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신스키(시세 바베트 크누센 분)입니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 결혼까지 고민했던 사이로 제시되며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이에 스스로를 비견합니다. 랭던이 핏빛 홍수에서 본 의문의 여인의 정체 또한 신스키임이 드러납니다. 신스키는 랭던이 납치되는 과정에 파손되는 미키 마우스 시계를 고이 보관한 뒤 돌려줍니다.

하지만 시에나의 매력이 영화 전체를 잠식하기 때문에 랭던과 신스키의 사이가 단테와 베아트리체에 비견될 만큼 절절하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에나의 연인의 정체가 조브리스트임이 밝혀지면서 랭던 및 신스키와 조브리스트 및 시에나의 커플 대결의 구도를 형성하는 셈입니다.

전반부는 인상적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에 비해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랭던의 환상 속 지옥의 비주얼이 인상적이며 조브리스트의 추락부터 랭던이 깨어나 단기 기억 상실에 시달리는 전반부는 전개도 빠릅니다. 조브리스트의 투신자살과 랭던의 머리 부상이 교묘한 연관성을 지닙니다.

랭던이 기억을 잃어 피아 식별 및 선악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문은 증폭됩니다. 극중 주인공은 물론 관객에게도 주어진 정보가 극도로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단기 기억 상실에 시달리는 초반부의 톰 행크스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흑사병, 단테 등 중세 및 근대를 소재로 수수께끼를 풀면서도 스마트폰, 드론, 카 셰어링 등의 시대상도 적극 반영합니다.

심스의 존재, 설득력 부족

랭던과 시에나가 베니스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하면서부터 전반부까지의 속도감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작위적인 것은 심스(이르판 칸 분)의 존재입니다. 심스와 그의 조직은 조브리스트에 고용되어 랭던을 죽이려 하지만 조브리스트의 음모의 실체를 파악한 뒤에는 랭던을 돕습니다. 심스가 고용주의 의뢰를 배반하는 이유는 인류 말살은 너무나 사악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적 살인 청부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응하면서도 대량 학살의 위기는 막는다는 심스의 행동 원칙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랭던이 ‘몸싸움이 불가능한 007’이기에 대신하기 위한 캐릭터가 심스이지만 총도 사용하지 않으며 허망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르판 칸의 연기는 능청맞아 볼만하지만 심스는 캐릭터로서 서사 구조의 정합성을 저해합니다.

랭던이 입은 옷은 시에나가 보관하고 있던 조브리스트의 옷이라는 점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나잇살이 오른 랭던과 젊은 조브리스트는 옷 사이즈가 달라 설득력이 부족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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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트 2016/10/24 00:08 #

    중반 이후 흥미 반감은 다빈치 코드 이래 댄 브라운 소설 원작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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