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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 거짓에서 비롯된 행복, ‘진정한 행복’일까? 영화

※ 본 포스팅은 ‘립반윙클의 신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연인과 결혼을 앞둔 나나미(쿠로키 하루 분)는 블로그에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다 람바랄이라는 닉네임과 가까워집니다. 나나미는 람바랄을 통해 소개받은 아무로(아야노 고우 분)의 결혼식 하객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뒤 점차 그의 도움에 의지하게 됩니다. 남편과 이혼한 나나미는 아무로가 소개한 하객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여배우 마시로(코코 분)와 가까워집니다.

제목 ‘립반윙클의 신부’의 뜻

이와이 슌지 감독이 원작, 각본, 연출을 맡은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 블로그 등이 판을 치는 세태를 반영합니다. 인터넷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며 심지어 자살 동반자까지 구하는 현실을 풍자합니다. 고독한 젊은 여성이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고, 또 다른 남자와 인터넷에서 인연을 쌓으며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계약직 교사 나나미는 만남 사이트를 통해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거리에서 처음 만난 남자 친구과 결혼하지만 그의 부정을 의심한 끝에 이혼합니다. 흥신소 역할을 하는 아무로는 나나미에 포르노 여배우 마시로를 소개해 두 사람은 친해집니다. 하지만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인 마시로가 혼자 죽는 것이 두려워 나나미와 함께 죽기 위해 아무로에 거액을 주고 소개받은 것임이 드러납니다.

제목 ‘립반윙클의 신부’는 19세기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립 반 윙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립 반 윙클’은 게으른 남성 립 반 윙클이 산에 올라가 술을 마신 뒤 20년 뒤에 깨어난다는 줄거리입니다.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나나미는 립반윙클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마시로와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고 술을 진탕 마신 뒤 깨어나지만 마시로가 자살한 것을 발견합니다. 립반윙클의 신부란 자신도 모르게 동반 자살에 이용된 주인공 나나미를 뜻합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흔적

제목과 모티브는 미국 문학에서 영향에서 받았지만 ‘기동전사 건담’을 비롯한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두드러집니다. 아무로가 나나미에 인터넷상에서 접근하며 사용한 닉네임 람바랄은 물론, 아무로 역시 1979년 작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 람바 랄과 아무로 레이에서 각각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극중에서 사용되는 아무로의 풀 네임 ‘아무로 유키마스(安室行舛 ; あむろゆきます)’는 ‘기동전사 건담’에서 아무로의 출격 장면에서 비롯된 명대사로 거의 모든 건담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출격에 활용된 “아무로, 갑니다(アムロ, いきます)!”를 비튼 것입니다. ‘립반윙클의 신부’에서는 아무로가 메신저 이모티콘에서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의 푸른색 연방군 제복을 착용한 코스튬 플레이와 함께 ‘아무로, 갑니다!’의 명대사까지 재현합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제작 당시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주인공의 이름을 고민하다 일본에는 없는 이름일 듯한 ‘아무로’를 선택했다가 1992년 오키나와 출신의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 ; あむろなみえ)가 데뷔하자 크게 놀랐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이 같은 후일담까지 인지하고 ‘립반윙클의 신부’에 ‘아무로’라는 캐릭터 이름을 사용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로 나미에는 아무로 레이와 이름이 같은 인연으로 인해 2009년 ‘Defend Love’의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에서 전용 엘메스에 탑승해 건담의 파일럿 아무로와 조우해 교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로가 나나미에 제시하는 ‘아즈나블 서비스’는 아무로의 필생의 라이벌 샤아 아즈나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무로의 소개에 의해 나나미와 마시로가 사용하는 가명의 성 ‘킷카와’는 기동전사 건담의 어린 소녀 캐릭터 킷카를 연상시킵니다.

아무로가 고용한 남성이 나나미에 섹스를 강요하는 자작극을 꾸민 호텔의 이름은 ‘아리온 호텔’입니다. ‘아리온’은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1979년 작 만화로 1986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나나미는 언제 죽음의 파트너로 선택되었나?

‘립 반 윙클’과 ‘기동전사 건담’에서 비롯된 요소를 모른다 해도 ‘립반윙클의 신부’를 주제의식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이와이 슌지는 거짓에서 비롯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지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로는 나나미를 철두철미하게 이용합니다. 나나미의 오해에서 비롯된 이혼에는 아무로가 큰 몫을 합니다. 마시로에게 동반자살자로 1천만 엔을 받고 나나미를 소개한 것도 아무로입니다.

하지만 나나미는 아무로의 실체를 모른 채 그를 자신의 충실한 도우미로 여깁니다. 인간관계가 좁고 순진무구해 세상물정에 어둡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나나미는 아무로가 자신을 여자로서 대하지 않기에 더욱 신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로는 나나미의 목숨까지 돈을 받고 팔아넘기려 하기에 나나미와 친해지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나미는 결말에서 아무로에 악수를 청합니다. 소극적인 성격의 나나미로서는 상당히 진보된 스킨십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사가 나나미의 관점에서 주로 전개되기에 과연 아무로가 어느 시점부터 마시로의 죽음의 파트너로 결정했는지는 의문시된다는 점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로가 나나미와 처음 만날 때부터 다양한 사기 행각의 희생양으로 선택했음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성향의 캐릭터 나나미와 아무로의 대비는 선명합니다. 아무로 역의 아야노 고우의 뻔뻔스런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성인용 잔혹 동화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밝고 뽀얀 화면이 돋보이지만 ‘립반윙클의 신부’는 ‘러브 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처럼 서사까지 아름다운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몰카, 사기꾼, 포르노 배우, 파경, 시한부 인생, 동성애, 자살 등 소재 및 주제의식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나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같이 어두워 성인용 잔혹 동화에 가깝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전작들에서 자주 등장했던 청춘의 공간 학교는 ‘립반윙클의 신부’에도 초반에 등장합니다. 나나미의 소극적 성격을 설명하는 데 활용됩니다.

제목의 의미 및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탓인지 마시로의 저택이 공간적 배경으로 제시되는 후반부의 장면은 호흡이 길어 다소 지루합니다. 나나미가 이혼을 통보받고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장면 등에 삽입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지나치게 진부한 배경 음악 삽입입니다.

강민하 자막의 문제

번역가 강민하의 자막은 늘 그렇듯 의역에 의존합니다. 아무로가 나나미에 초콜릿을 주며 환심을 사는 장면의 대화는 남녀 관계에 대한 미묘한 대사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의역 처리되었습니다. 관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지우며 이해의 폭을 오히려 좁혀 놓습니다.

아무로가 사용하는 닉네임 ‘ランバラル’은 ‘기동전사 건담’의 ‘람바 랄(ランバ・ラル)’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강민하의 한글 자막은 ‘램버렐’로 번역해 캐릭터 작명의 기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서 ‘ランバラル’을 한 번만 검색했어도 ‘램버렐’이라는 어색한 자막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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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견 2016/10/06 08:11 # 삭제

    잘 읽었습니다
    ㅎㅎ
  • mir 2016/12/18 06:16 # 삭제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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