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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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 감독 특유의 다층적이며 은유적 매력 부족 영화

※ 본 포스팅은 ‘태풍이 지나가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 집필로 15년 전 문학상을 수상한 료타(아베 히로시 분)는 현재 글쓰기에는 진척이 없습니다. 그는 취재 명목으로 일하는 흥신소에서 번 돈을 경륜으로 날립니다. 이혼한 전처 쿄코(마키 요우코 분)는 외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 분)의 양육비를 요구하지만 료타는 지불할 능력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싫어도 닮아가는 아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는 무책임한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료타는 과거 소설가였으나 사실상 절필 상태입니다. 흥신소의 사생활 감시에 종사하며 돈을 뜯어내 빼돌려 경륜으로 탕진합니다. 돈이 떨어지자 본가의 홀어머니의 집에 방문해 돈이나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습니다.

이혼한 전처가 키우는 아들의 양육비를 료타는 부담하지 못합니다. 경륜에 손대지 않고 흥신소 일에만 충실했어도 양육비 부담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전처의 재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합니다.

료타는 얼마 전 사망한 그의 아버지를 빼닮았습니다. 경제 능력이 없어 전당포를 들락거리며 무책임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입니다. 료타는 아버지를 싫어해 닮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약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료타의 아버지는 극중에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사진조차 제시되지 않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와 료타의 행실로 인해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캐릭터입니다.

료타는 아들 싱고에게 복권 구입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자신의 약점을 본능적으로 물려주려 합니다. 싱고는 복권 종류 및 구입 방법에 강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그 또한 아버지를 닮을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삼대가 동일한 잘못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암시입니다.

대가족에 대한 향수

‘태풍이 지나가고’의 소재 및 주제의식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안긴 2013년 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인간적인 아버지가 등장해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그 스스로도 성장하는 전개는 비슷합니다. ‘아무리 결점이 많아도 부성은 숭고하다’는 주제의식은 료타의 젊은 동료 마치다(이케마츠 소우스케 분)가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서도 재확인됩니다.

마키 요코와 흥신소 사장 야마나베 역의 릴리 프랭키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태풍이 지나가고’에도 다시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의 릴리 프랭키는 닳고 닳은 악역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유사 대가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와 같이 ‘태풍이 지나가고’도 대가족에 대한 향수가 드러납니다.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키키 키린 분)는 대부분의 노인과 마찬가지로 자식과 손주는 물론 이혼한 전 며느리까지 찾아와 자신의 홀로 사는 집이 북적대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가족의 안전망 하에서였다면 료타도,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향수와 회한도 엿보입니다. 핵가족, 그리고 1인 가족이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비판의식은 뚜렷합니다. 하지만 복고적이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듯합니다.

통속적 서사, 주제의식 직접 전달

공간적 배경인 도쿄 근교의 연립단지는 베이비붐 시대가 종결되고 저 출산 시대로 인해 휑합니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사라졌으며 노인의 고독사가 횡행한다“는 대사도 삽입됩니다. 노인의 고독사와 더불어 연립단지의 공동화는 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물론 한국 사회도 피할 수 없는 사회 문제이기도 합니다.

쿄코가 새로운 연인과 동침했음을 료타에 고백하는 장면은 어른스럽습니다. 료타의 바람과 요시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쿄코가 새로운 연인과의 재혼을 암시하는 결말은 현실적입니다. (대)가족 복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수긍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생생한 회고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사 속에서 료타와 쿄코가 어떻게 결혼에 이르렀는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두 사람이 재결합에 실패하는 결말을 의식한 설정과 각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조적 성격의 남녀가 어떻게 만나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는지는 궁금증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아베 히로시와 키키 키린의 능수능란한 연기는 볼거리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 중 애드리브의 비중도 상당할 듯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시퀀스의 호흡이 길고 대사가 많아 지루한 편입니다. 통속적 서사에도 불구하고 주제의식을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연출은 세련되지 못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은유적이자 다층적 매력이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부족합니다.

한글 자막, 의역에 의존

한국 개봉 제목은 원제는 ‘태풍이 지나가고’이지만 원제는 ‘바다보다 더 깊이(海よりもまだ深く)’입니다. ‘바다보다 더 깊이’는 극중에서 태풍이 왔을 때 요시코가 청취하는 라디오 방송에 나오던 등려군의 1987년 곡 ‘이별의 예감’의 가사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강민하의 한글 자막 번역은 그녀가 맡았던 다른 일본 영화 및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의역에 의존합니다. 매끄러운 듯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번역이라 원 대사의 미묘한 깊은 맛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맞춤법에 어긋난 번역도 있습니다. 잠시 뒤에 만나자는 의미의 대사 “있다 봐”는 “이따 봐”가 되어야 옳습니다. 일본식 야구 용어 ‘フォアボール’를 그대로 한글로 옮겨 ‘포볼’로 반복적으로 표기한 자막도 잘못되었습니다. ‘볼넷’이 옳습니다.

환상의 빛 -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아무도 모른다 - 사실적인 영상이 주는 서늘한 감동
하나 - 칼보다 붓, 복수보다 용서
공기인형 - 배두나의 파격적 노출이 안쓰럽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성장, 그것은 진정한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 그렇게 가족이 된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6/08/03 10:27 #

    저도 어제 봤어요 번역이 이상했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일본어와 자막이 매치가 안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던거 같아요 영화 자체는 끝에 조금 지루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고레에다의 감수성이 전 좋습니다 ㅎㅎㅎ 강민하라는 번역가는 잘 알지 못하고, 또 의역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지만 전 어제 좀 싫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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