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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 U.C. 건담(퍼스트, Z...)

※ 본 포스팅은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 ‘썬더볼트 DECEMBER SKY’의 의미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오타가키 야스오의 만화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의 일부를 애니메이션화해 4부작 VOD로 공개한 뒤 70분으로 재편집해 극장에 개봉되었습니다.

전쟁에 휘말려 데브리로 가득한 사이드4 무어의 우주구역에서 현지 출신자로 구성된 연방군의 무어 동포단과 상이용사로 구성된 리빙 데드 사단이 사투를 벌입니다. 무어 동포단의 이오 플레밍의 풀 아머 건담과 리빙 데드 사단의 다릴 로렌츠의 사이코 자쿠가 맞대결합니다.

제목의 ‘썬더볼트(THUNDERBOLT)’는 무어의 우주구역 주변에 콜로니의 잔해가 밀집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벼락으로 인해 ‘썬더볼트 우주구역’이라 불리는 데서 비롯됩니다.

‘DECEMBER’는 시간적 배경은 1년 전쟁 말기인 우주세기 0079년 12월을 의미합니다. ‘SKY’는 연출을 맡은 마쓰오 코우 감독이 ‘번개가 내리치는 하늘’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해후의 우주 편(機動戦士ガンダム めぐりあい宇宙)’과 ‘기동전사 Z건담’ 제50화 ‘우주를 달린다(宇宙を駆ける)’ 등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연출한 건담 시리즈에서 ‘우주(宇宙)’를 ‘우주(うちゅう)가 아닌 ‘하늘(そら)’로 읽어온 시리즈 특유의 원칙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지구상이었다면 번개는 비를 부르지만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우주 공간에 한정된 작품이기에 번개로 점철되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눈물과 땀, 그리고 피로 가득합니다. 다릴이 사이코 자쿠의 파일럿으로 내정된 뒤 사지 중 마지막 남은 오른손을 잘라내기 시작하고 잘린 오른손이 제시되는 장면은 유혈 장면의 직접적 묘사가 많지 않았던 건담 시리즈에서는 이례적인 연출입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와 라디오

중년 이상의 기존 건담 팬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를 답습한 요소로 충만합니다.

‘연방군은 직선, 지온군은 곡선’의 공식은 풀 아머 건담과 사이코 자쿠를 비롯한 메카 디자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오가 프리 재즈를 즐겨 듣는 카세트 플레이어는 직선형 디자인인 반면 다릴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 선물 받아 올드팝을 즐겨듣는 지온(Zeon)제 라디오는 곡선형 디자인입니다. 이오의 카세트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가깝다면 다릴의 라디오는 분명한 아날로그입니다. 두 주인공의 카세트 플레이어와 라디오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소품입니다.

두 사람의 분신과도 같은 가전제품은 각자의 성격도 상징합니다. 희노애락을 분명히 표출하는 직선적인 이오의 카세트는 직선형, 고통을 감내하며 내성적인 다릴의 라디오는 곡선형입니다. 현재의 즉흥 연주에 충실한 프리 재즈는 과거를 혐오하는 이오에 어울리며 달콤한 올드 팝은 옛 추억에 헤어나지 못하는 다릴에 어울립니다. MS 전투 시 이오는 접근전을 즐기는 반면 다릴은 두 다리 모두 발목 아래가 없는 장애도 있기 때문에 저격에 집중합니다. 이오의 적극성과 다릴의 소극성은 각자의 소품부터 전투 방식까지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프리 재즈와 올드 팝이 지배하는 작품이지만 사이코 자쿠가 첫 출격하는 장면에는 오페라 ‘운명의 힘’의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가 삽입됩니다. 전투와 죽음으로 점철된 작품 속에서 역설적인 제목의 아리아는 비장미를 더합니다.

이오의 냉정함은 풀 아머 건담의 동체와 모함 비하이브의 내부 색상인 짙은 푸른색으로 대변되며 다릴의 따스함은 사이코 자쿠의 붉은색과 모함 드라이드 피시의 내부 색상인 오렌지색으로 상징됩니다. 드라이드 피시의 함장 바로우즈는 한쪽 손이 갈고리라 ‘피터 팬’의 후크 선장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와 공통점

이오와 다릴의 숙명의 라이벌 관계는 ‘기동전사 건담’의 샤아와 아무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코우와 가토를 연상시킵니다. 서브암을 장착한 결전 병기로 벌이는 이오와 다릴의 혈투는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클라이맥스의 코우의 덴드로비움과 가토의 노이에 질의 혈투를 연상시킵니다.

‘기동전사 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에서는 주인공인 연방군 파일럿이 부드러운 성품의 소년 캐릭터였다면 라이벌 지온군 파일럿은 강인한 성격의 성인 남성었습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에서는 연방군 파일럿 이오는 악역에 가까운 강인한 성격이며 지온군 파일럿 다릴은 주인공에 가까운 선한 인물입니다. 이오의 소년 시절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 반면 다릴의 소년 시절 회상 장면은 집중적으로 삽입됩니다. 이오에게는 감정 이입이 쉽지 않은 반면 다릴은 감정 이입이 용이하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이오의 아버지는 무어의 수장이었으나 지온군의 침략으로 콜로니가 붕괴하자 권총 자살을 선택합니다. 아나하임의 상무로 시마에 거베라를 제공한 뒷거래가 들통나려하자 권총 자살을 선택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오사리반을 연상시킵니다. 이오의 아버지는 명백한 자살이나 오사리반은 자살로 위장된 살해의 가능성이 있어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집무실에서의 자살 현장 연출은 유사합니다.

야잔 연상시키는 이오

‘기동전사 Z건담’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금발에 호전적인 수준을 넘어 광기마저 노출하는 연방군 에이스라는 점에서 이오는 ‘기동전사 Z건담’의 야잔을 연상시킵니다. 아마도 야잔의 1년 전쟁 시절이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의 이오와 흡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오의 성우 나카무라 유이치는 ‘기동전사 건담 00(더블오)’의 그라함/미스터 부시도에 이어 또 다시 건담 시리즈에서 금발의 호전적인 MS 파일럿을 연기했습니다.

카라는 사상범으로 투옥된 아버지로 인해 리유즈 사이코 디바이스의 개발에 내몰립니다. ‘기동전사 Z건담’에서 사라진 기억을 볼모로 전쟁터에 내몰린 포우를 연상시킵니다. 포우에게 감시역 나미카가 존재했듯이 카라에게는 감시역 섹스턴이 밀착합니다. 나미카는 여성, 섹스턴은 남성이라 성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안경을 쓴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민간인 카라는 전쟁의 광기를 견디지 못해 본인이 광기에 빠져듭니다. ‘기동전사 Z건담’ 제50화 ‘우주를 달린다’에서 민간인 주인공 카미유가 맞이한 파국과 유사합니다.

비하이브의 함장 대리 클로디아는 부함장 그라함에 의해 저격됩니다. 상관 살해는 ‘기동전사 건담’ 제10화 ‘가르마 산화하다’의 샤아의 가르마 모살 이래 건담 시리즈의 정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원작 만화에 의하면 클로디아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닙니다. 본편에 포함된 코멘터리에서도 이는 언급됩니다.

무어 동포단의 증원으로는 소년병이 동원됩니다. 소년병이 미끼로 활용되는 전개는 ‘기동전사 건담’ 이래 건담 시리즈의 정석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MS 이글루 묵시록 0079’ 제2화 ‘빛의 고개를 넘어라’가 모빌 포드 옥고를 등장시켜 지온군 소년병의 희생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면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연방군 소년병의 희생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MS 이글루 묵시록 0079’과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1년 전쟁을 배경으로 실험 병기의 최전선 투입과 병사들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전쟁의 실체를 고발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건담이 최종 보스로 설정되며 자쿠가 건담과 맞서는 마지막 전투에서 건담이 머리가 파괴되는 결말은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을 연상시킵니다. 연인인 파일럿의 죽음을 확인하려다 제지당하는 장면은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아스토나지와 케라의 비극을 성(性)만 바꾼 것입니다.

자폭을 노리는 지온군을 빔 사벨로 살해하는 장면은 ‘기동전사 V건담’ 제49화 ‘천사의 바퀴 위에’에서 수영복만 입은 여성 부대 네네카 대를 웃소가 V건담의 빔 사벨로 살해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결말의 아 바오아 쿠 전투 장면에는 MSV로 유명한 사이코뮤 탑재기 MSN-01 고기동형 자쿠가 등장합니다. 다릴이 탑승한 듯한 연출이지만 다릴은 겔구그에 탑승했음이 드러나고 고기동형 자쿠의 파일럿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가 1980년대 중년의 MSV팬들을 노린 작품임을 분명히 합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 추가 장면에는 지온군이 아 바오아 쿠에서 지옹을 양산하고 있었음을 제시하며 마지막 서비스를 덧붙입니다. 본편의 이오의 대사는 후속편을 노골적으로 암시합니다.

자유로움과 극한의 퀄리티 돋보여

건담 시리즈에서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화는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이 첫 테이프를 끊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은 샤아, 세이라 등 ‘기동전사 건담’의 기존 캐릭터가 재등장하며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작품이라 참신함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는 공간적 배경과 MS 등을 기존 세계관에서 차용했을 뿐 캐릭터와 작품의 분위기는 새로움과 자유분방함으로 가득합니다. 기존 캐릭터 및 뉴타입론을 비롯한 이념과의 거리두기가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계기입니다. 최근 건담 시리즈에서 매너리즘마저 엿보이는 섣부른 불살생론이나 어설픈 전쟁론을 찾아볼 수 없이 ‘생존과 복수를 위한 전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점이 훌륭합니다. 중요 여성 캐릭터는 클로디아와 카라 외에는 없을 정도로 철저히 남성적입니다.

극한으로 밀어붙인 갈등과 몰살은 ‘기동전사 건담’ 이래 ‘기동전사 V건담’에 이르기까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1990년대 초중반까지의 건담 시리즈로부터 DNA를 계승했습니다. 하지만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 특유의 대사의 압축미는 계승받지 못해 아쉽습니다. 압도적인 MS 전투 장면은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구현할 수 있는 극한의 경지를 과시합니다.

[블루레이 지름]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DECEMBER SKY’ 초회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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