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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감독판 - 우아하고 묵직한 걸작 호러 스릴러 영화

※ 본 포스팅은 ‘엑소시스트 감독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배우 크리스(엘렌 버스틴 분)는 영화 촬영을 위해 워싱턴 D.C. 조지타운에 집을 빌려 머물고 있습니다. 크리스의 외동딸 리건(린다 블레어 분)이 기행을 저지르고 리건의 방에는 초자연 현상이 발생합니다. 크리스는 리건을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를 받게 하지만 원인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악마에 잠식된 소녀

‘엑소시스트’는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원작 소설을 그가 직접 각본으로 옮기고 제작에 참여했으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연출한 1973년 작 호러 스릴러입니다. 당초 러닝 타임은 121분이었으나 2000년에는 12분이 추가된 133분 감독판이 공개되었습니다. 주된 공간적 배경인 고풍스런 조지타운처럼 우아함이 돋보이는 걸작입니다.

12세 소녀 리건은 악마가 몸에 빙의하자 주변인에 폭력을 휘두르고 자해를 일삼습니다. 리건의 방에는 침대가 들썩이고 온도가 급강하합니다. 악마에 잠식된 리건은 성인 남성도, 성인 여성도, 그리고 소년도 아닌 소녀입니다. 즉 호러 영화의 피해자 겸 가해자의 전형적 설정으로 소녀는 가장 무고하고 연약하며 순결한 존재입니다.

리건의 집은 악마가 깃들기에 적절한 공간입니다. 부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별거 중인 크리스의 남편은 딸 리건에 무관심합니다. 리건은 크리스가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감독 버크(잭 맥고런 분)와 결혼하지 않을지 신경 씁니다. 이는 버크의 죽음과도 연결됩니다. 부성의 부재로 인해 초자연 현상이 파고들기 쉬운 가정은 1982년 작 ‘E.T.’의 주인공 엘리엇의 집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술력과 공권력의 한계

리건은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받지만 의학적 이상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병원 검사 장면은 길고 잔혹하게 묘사됩니다. 의학이 소녀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배가시키는 것으로 연출됩니다. 온갖 검사에도 불구하고 원인 규명에 실패하자 의사가 오히려 엑소시즘을 크리스에 권합니다. 의학의 한계를 의사가 자인합니다.

‘엑소시스트’는 기술 문명의 한계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을 파고듭니다. 설명이나 대사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집중하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신비주의적인 이유입니다. 소녀가 악마에 잠식되지만 현대 의학이 무효하며 엑소시즘이 동원되는 줄거리는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 ‘곡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버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형사 윌리엄(리 J. 콥 분)이 수사에 나섭니다. 그는 버크의 죽음이 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심증을 지니고 있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찰 또한 사건 해결에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합니다. 현대의 기술력과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신부

부성의 공백과 기술 및 공권력의 한계를 메우는 것은 신부 카라스(제이슨 밀러 분)와 메린(막스 폰 시도우 분)입니다. 중년 신부 카라스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립니다. 의학은 물론 신앙에 대한 신념까지 모두 흔들립니다. 그는 권투 선수 출신으로 육체적으로는 강인하지만 내면은 갈등에 고통 받는 사실적이자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카라스와 크리스는 서사의 두 축이지만 두 인물 모두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신세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윌리엄은 아내가 있지만 취미인 영화 관람조차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원한 부부 관계임이 암시됩니다. 공포는 고독한 이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들기 마련입니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실제로 촬영된 서두에 등장하는 메린은 고고학자이자 엑소시즘에 능한 신부입니다. 그는 모술에서 숙적인 악마가 부활했음을 직감합니다. 악마 또한 리건의 입을 통해 괴성을 내뱉는 가운데 메린의 이름을 거론합니다. 카라스는 리건의 음성을 녹음해 거꾸로 되돌리는 백 마스킹을 통해 메린의 이름을 듣게 됩니다.

1929년생인 막스 폰 시도우는 ‘엑소시스트’ 개봉 당시 44세에 불과했지만 그가 연기한 메린은 70대 노신부로 보입니다. 카라스와는 한 세대 이상 차이가 나는 설정입니다. 메린이 안개가 불길하게 자욱한 리건의 집에 도착하는 명장면은 포스터로도 유명합니다.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합니다.

막스 폰 시도우의 우아하고 묵직한 연기와 절묘한 노인 분장이 맞아떨어져 메린은 전혀 어색함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올해 87세인 막스 폰 시도우는 작년 연말 개봉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도 출연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워낙 정정해 ‘엑소시스트’의 극중 모습이 지금보다 더 늙어 보입니다.

메린과 카라스는 연령대부터 다르며 뚜렷한 개성이 대비되는 버디 무비의 두 주인공과도 같습니다. 메린은 심장병을 앓지만 신앙심이 확고한 반면 카라스는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신앙심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신분은 신부이지만 본질은 해결사라는 점에서 버디 무비의 요소를 답습합니다.

상승과 추락, 그리고 승천

메린은 악마와의 대결에 패해 사망합니다. 카라스는 악마를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인 뒤 창밖으로 투신해 긴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악마와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희생에 비견되는 그의 고귀한 희생을 통해 무고한 소녀는 구원됩니다.

카라스는 상승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그는 승강장의 계단을 올라오며 크리스를 처음 만나기 위해서도 언덕을 올라옵니다. 반면 죽음을 맞이한 카라스의 어머니는 카라스의 꿈속에 등장해 아들을 외면한 채 지하철역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하강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리건의 방으로 향할 때도 카라스는 계단을 올라갑니다. 하지만 느와르의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상승은 추락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라스는 창문 밖으로 추락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죽음은 육신의 추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영혼의 승천을 통한 부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죽음 뒤 부활한 예수와 비견할 수 있는 카라스입니다.

‘엑소시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간인 계단은 공교롭게도 윌리엄 프리드킨의 또 다른 걸작으로 1971년 개봉된 ‘프렌치 커넥션’을 연상시킵니다. 계단을 오르며 도주하는 범죄자의 등을 진 해크만이 연기한 주인공 형사 지미가 쏘아 죽이는 명장면은 ‘프렌치 커넥션’을 상징합니다. ‘프렌치 커넥션’과 ‘엑소시스트’ 모두 실화에 기초하고 있으며 건조함이 돋보이는 스릴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포 배가시키는 특수 효과

호러 영화에는 빠질 수 없는 음향과 더불어 분장 및 특수 효과는 ‘엑소시스트’의 공포를 배가시킵니다. 침대 흔들기, 가구의 이동, 리건의 구토, 공중 부양, 그리고 인형을 활용한 리건의 360도 목 회전 등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했던 시절의 특수 효과이지만 매우 빼어납니다. 리건이 몸을 거꾸로 돌려 계단을 내려오는 ‘스파이더 워크 장면(The spider-walk scene)’은 1973년 개봉 당시에는 와이어를 지우지 못해 편집에서 제외되었지만 2000년 감독판에는 CG를 활용해 와이어를 지우고 포함되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두 번째 음악은 키타노 타케시의 연출작으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은 1993년 작 ‘소나티네’의 메인 테마와 구성이 흡사합니다.

‘엑소시스트’의 블루레이에서 영화 본편 및 부가 영상 한글 자막에서는 카라스와 메린이 “하나님”을 언급하는 것으로 반복적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개신교는 ‘하나님’이지만 가톨릭은 ‘하느님’입니다. 한글 자막은 “하느님”이 되어야 옳습니다.

프렌치 커넥션 - 하드 보일드 형사물의 걸작

[블루레이 지름] 엑소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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