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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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산 -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실패한 아쉬움 영화

설경구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현재의 한국 영화계에서 100억원을 들여 제작한 기대작 ‘역도산’의 박스 오피스는 현재 초라하기만 합니다. ‘역도산’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영화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호흡이 너무 깁니다. 최근의 영화가 철저히 속도로 승부하는데 ‘역도산’은 임팩트 없이 차분하기만 한 채로 2시간 10여분의 러닝 타임을 이끌어 나갑니다. 같은 프로레슬링 영화였던 ‘반칙왕’에 관객이 웃으며 감정을 이입할 만한 구석이 많았다면 ‘역도산’은 왠지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관객과 영화가 유리된 느낌이었습니다. 설경구의 연기야 늘 훌륭하지만 이제는 그의 연기가 다 엇비슷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공공의 적2’에서 얼마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설경구의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신파로 몰고 가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는 편이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군요.

시대 고증에 상당히 신경 쓴 것 같지만 도리어 그 점이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2차 대전 후 일본의 어려운 상황이나 일본인들의 패배 심리에 대해 별달리 동정하거나 동조하고 싶지 않은 한국의 관객들이 일본어로 된 대사들을 자막을 통해 읽는 것은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닐 테니 말입니다.

수플렉스나 바디 슬램, 플레차 같은 고급 레슬링 기술을 대역 없이 해내는 설경구의 연기는, 지나치게 관조적이어서 밋밋한 카메라 워킹과 늘어지는 배경 음악 때문에 프로 레슬링을 모르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담담하게 받아들여질 뿐입니다. 역도산의 기일에 상영 일자를 맞춘 것이라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템포 느린 레슬링 영화를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럽고요. 한국의 주관객이 20대 여성이고 이들이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연말 극장가를 장악하면 프로 레슬링에 대한 동경과 기억을 가진 30대 이상의 남자들이나 중년들은 극장에 찾아오기 부담스런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역도산은 어릴 적 김일의 레슬링 경기를 흑백 TV로 지켜본 적이 있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흐뭇한 영화였습니다. 젊은 시절의 김일 뿐만 아니라 현 일본 국왕 아키히토(소년으로 등장합니다.)와 그의 아버지 히로히토도 극중에 등장하더군요. 제가 그 시대를 살아 본 것은 아니지만 전후 일본의 상황도 잘 고증되어 있더군요. 자막 번역에서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가시마와 그 라이벌 왕정치 때문에 프로 레슬링의 중계가 폐지된다는 대사도 있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처럼 차분한 나카타니 미키(아야 역)와 감초 같은 후지 타츠야(칸노 역)의 연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다 아무 것도 제대로 담아 내지 못했습니다. 굳이 역도산의 기일과 크리스마스를 고집한 것이 아니라 구정 연휴나 봄의 비수기를 노렸다면 흥행 성적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추후 개봉될 일본에서의 박스 오피스가 궁금하군요.

덧글

  • yucca 2004/12/28 14:57 #

    아직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의 평에 아쉬움이 생기는 영화입니다. 제작비라던지..규모가 큰 영화이기때문에 좀더 상업적으로 만들어주었으면 했는데 송해성 감독님이 너무 파이란의 그림자에 갇힌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Dreamer 2004/12/28 17:52 #

    과연 내가 한국영화를 보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경구라는 이름을 보고 보긴 했지만 뭔가 허전한 듯한 영화였던것 같네요...
  • 디제 2004/12/28 22:27 #

    yucca님/ 그래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프로레슬링이나 일본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돈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Dreamer님/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한국말이 이상할 정도로 일본 영화 같은 느낌이었죠. 이런 영화의 제작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을텐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흥행한다는 거 상상도 못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 빠른나무 2004/12/29 09:53 #

    네, 볼만한 영화인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하신것처럼 여러 아쉬움이 남긴하는데, 대역없는 설경구의 불꽃 액션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죠. ^_^
    특히 디테일과 고증이 볼만합니다. 저도 어렴풋이 프로레슬링을 봤던 세대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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