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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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중 - 심화되는 갈등, 폭탄선언으로 마무리

※ 본 포스팅은 ‘악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따브로긴의 행적

‘악령’의 제2부는 귀향한 주인공 스따브로긴의 비중이 커집니다. 스따브로긴은 과거 무신론을 신봉하는 정치적 비밀 결사 소속이었지만 현재는 활동하지 않습니다. 표뜨르는 스따브로긴을 앞세워 무정부주의 활동을 벌이려 하지만 스따브로긴은 응하지 않습니다. 제1부 제5장에서는 스따브로긴과 표뜨르가 절친한 친구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제2부 제1장을 통해 두 사람이 실은 소원한 관계임이 드러납니다. 스따브로긴은 표뜨르의 교활함을 경계합니다.

스따브로긴은 4년 전 마리야와 비밀 결혼식을 올렸음이 드러납니다. 마리야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악령’을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스따브로긴은 샤또프에게 마리야가 처녀라고 밝힙니다. 결혼은 했지만 동침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샤또프는 전 대사제 찌혼을 만날 것을 스따브로긴에 권유합니다. 스따브로긴과 찌혼의 만남은 도스또예프스끼가 ‘악령’의 발표 당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던 외전에 해당하는 ‘찌혼의 암자에서’에서 다뤄집니다. ‘찌혼의 암자에서’는 스따브로긴이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으며 그것이 마리야와의 위악적인 비밀 결혼으로 연결되었음이 드러납니다.

스따브로긴은 유형수 페지까와도 조우합니다. 페지까는 레뱌드낀과 마리야 오누이를 살해하는 대가로 스따브로긴에게 돈을 요구합니다. 스따브로긴은 페지까를 조롱하면서도 돈을 건네 살인을 조장합니다. 언행불일치입니다.

스따브로긴은 과거 자신이 코를 잡아끌어 능욕했던 가가노프의 아들과 결투에 휘말립니다. 그는 가가노프의 아들을 쏘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허공에 대고 권총을 발사해 상대를 다시 능욕합니다. 스따브로긴의 고의적인 기행과 위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를 연상시킵니다. 직관적 통찰력을 갖춘 마리야는 남편 스따브로긴의 위악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부자의 공통점

표뜨르와 리뿌진이 상류층 부인들을 이끌고 다니며 집단적 방종을 저지릅니다. 스따브로긴은 소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새로운 현(縣) 지사 렘브께의 아내 미하일로브나는 표뜨르를 비롯한 무정부주의자들을 자신이 개심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미하일로브나는 보수적 계몽주의에 가까운 신념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철한 사명감보다는 어정쩡한 허영기가 그녀의 본질입니다.

표뜨르는 미하일로브나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불륜으로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표뜨르는 아버지 스쩨빤과 마찬가지로 귀족 유부녀에 빌붙었다는 공통점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스쩨빤은 뻬뜨로브나에 다샤와 스쩨빤의 추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 불만을 표출했었습니다. 다샤와의 결혼에 앞서 뻬뜨로브나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뜯어내기 위한 비열한 술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뻬뜨로브나가 결혼 백지화를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곁을 떠나라고 통보했기에 스쩨빤은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렘브께, 무능하고 심약한 고급 관리

렘브께는 아내 미하일로브나를 독차지한 표뜨르를 질투합니다. 하지만 표뜨르는 현 내에 돌고 있는 무정부주의 격문을 쓴 인물이 샤또프라고 밀고해 렘브께의 구미를 돋웁니다. 표뜨르는 6일 간의 말미를 주면 자신이 직접 무정부주의 조직의 전모를 밝혀 렘브께에 알리겠다고 장담합니다.

렘브께의 부하이자 동성애 파트너로 암시되는 사내 블륨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멋대로 조사에 나섭니다. 공명심에 빠진 블륨은 엉뚱하게도 스쩨빤을 무정부주의 조직의 사상적 지도자로 의심해 그의 집을 압수수색합니다. 자신이 정부의 감시를 받는 대단한 인물이라고 착각에 빠져 있던 스쩨빤은 블륨의 수색에 혼비백산합니다.

미하일로브나는 사이가 좋지 않던 남편 렘브께와 부하 블륨이 현을 들쑤시자 불만을 터뜨립니다. 렘브께는 미하일로브나에게 블륨과의 동성애 관계를 고백합니다. 동시에 렘브께는 미하일로브나와 표뜨르의 불륜을 의심하고 분노를 폭발합니다. 표뜨르가 무정부주의 조직의 일원이 아닌지도 의심합니다. 공처가 렘브께는 이내 분노 표출을 후회하고 아내의 토라진 마음을 되돌리려 노력합니다.

렘브께는 러시아의 무능한 고급 관리의 표상입니다. 흥미롭게도 렘브께의 취미는 소설 집필입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표뜨르에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고급 지방관에는 어울리지 않는 취미를 지닌 심약한 인물입니다. 렘브께의 성격적 결함은 그를 파멸로 이끄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스따브로긴의 폭탄선언

표뜨르는 기어코 스따브로긴을 대동하고 모임에 참석해 순진한 샤또프를 격문의 주동자로 만들어 누명을 씌웁니다. 스따브로긴은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뜹니다.

한편 뻬뜨로브나의 살롱에서 리자는 스따브로긴에게 그와 마리야의 결혼 소문이 사실인지 추궁합니다. 아마도 리자는 소문이 사실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스따브로긴으로부터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부정을 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스따브로긴은 마리야와 결혼 관계가 5년 째 지속되고 있다고 폭탄 선언합니다. 뻬뜨로브나는 당연히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갈등의 심화

삼부작 구성에서 중반에 해당하는 제2부는 제3부의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단계입니다. 장황한 문체와 집요한 심리 묘사 속에서도 서사 전개를 결코 놓치지 않는 도스또예프스끼의 대가다운 면모가 드러납니다. 제1부의 결말에서 스따브로긴을 등장시켜 제2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제2부의 결말에서는 스따브로긴이 비밀 결혼을 고백해 제3부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리함이 엿보입니다. 중요 사건을 각 부 종반에 배치해 후속 전개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법은 현대의 드라마 및 영화에도 즐겨 활용됩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인간의 추악함을 여지없이 고발합니다. 귀족의 속물근성은 물론 평민의 나약함도 예외 없이 고발 대상입니다. 사상가와 작가를 향해서도 냉소적 시선을 숨지지 않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남성 등장인물에 비해 여성 등장인물에 관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2부부터 스따브로긴과 표뜨르를 비롯한 남성 위주로 전개되면서 여성의 비중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597페이지를 비롯해 ‘악령’에는 ‘걸맞는’이라는 표기법 오류가 반복적으로 드러납니다. ‘걸맞은’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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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인간 통찰 돋보이는 19세기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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