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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시저! - 더러운 일 몸담은 윤리적 주인공 영화

※ 본 포스팅은 ‘헤일, 시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헤일, 시저!’의 촬영 도중 주연 배우 베어드(조지 클루니 분)가 실종됩니다. 캐피틀 영화사의 총 제작자 에디(조쉬 브롤린 분)는 베어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공산주의 사상을 지닌 할리우드 각본가들은 베어드를 납치해 몸값 10만 달러를 요구합니다.

에디, 입체적 주인공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의 코엔 형제가 연출한 ‘헤일, 시저!’는 19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영화 제작자의 고군분투를 묘사합니다.

주인공 에디는 영화 촬영 도중 사라진 베어드를 납치한 공산주의 조직으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요구받습니다. 에디를 괴롭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액션 연기 외에는 형편없는 젊은 배우 호비(엘든 이렌리치 분)와 완벽주의 감독 로렌스(랄프 파인즈 분)를 다독여야 합니다. 임신한 여배우 디애나(스칼렛 요한슨 분)의 아이의 양육권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몸으로 뛰어야 하는 격무에 시달리는 에디에게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가 이직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제안을 받는 대부분의 영화 속 주인공이 대부분이 그렇듯 결말에서 그는 제안을 고사합니다. 경찰에 뇌물을 주고 배우를 구타하는 등 부정적 일면도 지녔지만 아내 코니(앨리슨 필 분)가 권유한 금연을 실천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매일 새벽 고해성사를 요청할 정도로 도덕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에디의 가정입니다. 에디는 상당한 연봉을 받는 인물로 추측되지만 그의 자택은 매우 소박합니다. 어린 아들과 딸이 한 방에 지내며 주방에 식탁이 있는 작은 집입니다. 코니는 에디가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만큼 순박한 인물로 암시됩니다. 더러운 일에 몸담은 윤리적인 인간 에디는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베어드, 납치된 주연 배우

베어드는 로마 시대의 귀족이자 장군이지만 예수와 만나 감화되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예수의 뒷모습만이 제시되는 장면과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통해 ‘헤일, 시저!’는 1959년 작 ‘벤 허’의 오마주임을 분명히 합니다.

베어드를 납치한 조직은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할리우드 각본가들입니다. 그들은 영화사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납치극을 벌입니다. 그들 중에는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지닌 인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어드는 순진하게도 그들의 사상에 매혹됩니다. 반복되는 쇼 비즈니스에서 지쳐있던 그가 할리우드로부터의 일탈에서 신선함을 맛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카시즘 풍자

공산주의 각본가들과 연줄이 있는 인물은 뮤지컬 배우 버트(채닝 테이텀 분)입니다. 그는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뮤지컬 영화를 촬영하며 탭댄스 실력을 과시합니다. 1952년 작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를 연상시키는 버트입니다.

버트는 캘리포니아 연안에 오밤중에 나타난 소련 잠수함에 올라타 할리우드를 떠납니다. 소련을 상징하는 웅장한 합창 ‘Slavery and Suffering’이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이 장면은 ‘헤일, 시저!’에서 가장 몽환적이자 비현실적입니다. 당시의 냉전과 매카시즘을 풍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비키니 섬의 핵실험, TV가 영화 산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 그리고 극중에 제시되는 4:3 화면비의 영화들과 더불어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소련 잠수함의 함장으로는 돌프 룬드그렌이 연기했다는데 실루엣만 제시되어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습니다. 돌프 룬드그렌은 스웨덴 인이지만 1985년 작 ‘록키 4’에서 소련인 복서 이반 드라고로 출연했기에 착안한 카메오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헤일, 시저!’는 한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들과 소재가 겹칩니다. ‘벤 허’는 ‘원티드’와 ‘링컨 뱀파이어 헌터’의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의 리메이크를 통해 올해 개봉될 예정입니다.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공산주의 각본가로 알려진 달튼 트럼보의 실화를 조명한 영화 ‘트럼보’는 4월 개봉 예정입니다.

캐스팅 화려하지만…

에디와 베어드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부여받는 인물은 호비입니다. 그는 스튜디오의 멜로 영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우입니다. 로렌스로부터 발성을 지적받은 호비가 동일한 대사를 반복하는 장면은 실소를 유발합니다. 부족한 연기력은 차치하고 그가 발성이 형편없는 이유는 말에 차이는 사고로 인해 치아를 모두 잃고 틀니로 대체했기 때문으로 밝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 없이 여전히 승마 연기를 즐긴다는 점에서 호비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순박한 배우 호비는 에디가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베어드 납치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의 제보로 인해 공산주의 각본가 조직은 일망타진됩니다.

조엘 코엔 감독의 아내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골초 편집자 칼훈으로 출연합니다. 에디가 출연한 멜로 영화의 편집 도중 칼훈의 실수로 인해 일부 필름이 훼손됩니다. 디지털 영화가 대세가 된 21세기에는 과거지사가 된, 원본 필름이 훼손된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제시합니다. 호비의 연기력 한계가 본 영화 편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칼훈은 등장 분량은 많지 않으나 영화가 편집의 예술임을 입증하는 등장인물입니다.

스칼렛 요한슨, 랄프 파인즈, 조나 힐 등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조쉬 브롤린과 조지 클루니를 제외한 스타 배우들은 카메오에 가깝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자매 영화 기자로 1인 2역을 연기해 하이에나와 같은 언론의 속성을 상징합니다. 크리스토퍼 램버트는 북유럽 출신의 영화감독 안을 연기하는데 그가 디애나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임이 드러납니다. 고풍스런 내레이션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를 연기한 마이클 갬본이 맡았습니다.

‘헤일, 시저!’는 12세 관람가가 말해주듯 코엔 형제 특유의 잔혹한 장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극적 긴장감도 부족한 편입니다. 20세기 중반 영화 산업에 대한 향수에 치중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심심하고 싱거운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의상과 세트 등 고증은 인상적입니다.

밀러스 크로싱 - 코엔 형제의 갱스터 느와르 재해석
바톤 핑크 - 마감에 내몰린 글쟁이의 고통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잔혹한 세상을 향한 코엔 형제의 개탄
더 브레이브 - 코엔 형제, 원숙의 경지
인사이드 르윈 - 고양이로 본 르윈의 삶
인사이드 르윈 - 죽음을 치유하는 여정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6/03/28 15:53 #

    틸다스윈튼 1인2역은 꽤 끌리는군요(그게 본론이 아니잖여)
  • Sdam 2016/03/28 18:50 #

    각종 장르별 영화 편집 장면들이 재밌었어요.
    제가 이런 예술 영화를 잘 몰라서 멋진 감상평을 못남기는게 아쉽네요
  • 위장효과 2016/03/31 08:05 #

    로마의 장군이자 귀족인 주인공이라면 벤허보다도 "성의"를 오마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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