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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과욕 아쉽지만 묵직함 돋보여 영화

※ 본 포스팅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드 장군(마이클 새년 분)이 동원한 월드 엔진에 의해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슈퍼맨(헨리 카빌 분)이 저지합니다. 그 와중에 수 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 분)은 슈퍼맨의 존재에 회의를 품습니다. 렉스코프의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슈퍼맨을 살해하기 위한 수단을 찾습니다.

몰빵 기획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슈퍼맨 단독 주인공이었던 2013년 작 ‘맨 오브 스틸’의 클라이맥스로부터 출발해 약 1년 반 뒤를 주된 시간적 배경으로 합니다. 지구 멸망의 위기를 구한 슈퍼맨은 신으로 추앙받습니다. 하지만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슈퍼맨의 존재에 회의적입니다. 슈퍼맨의 숙적 렉스는 크립톤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악용해 슈퍼맨을 제거하려 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기획 단계부터 의문 부호를 남겼습니다. 2012년 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끝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하고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을 연기한 다크 나이트 삼부작은 종료되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배트맨 영화가 제작되지 않은 가운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벤 애플렉이 연기한 5대 배트맨이 첫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DC 코믹스를 상징하는 여성 캐릭터 원더우먼(갤 가돗 분)의 가세까지 결정되었습니다.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맨 오브 스틸’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불만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가 재차 연출을 맡고 새로운 배트맨과 스크린에 처음으로 등장한 원더우먼까지 등장하는 ‘몰빵 기획’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뜨거운 기대 못지않게 크나큰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라이벌 마블의 승승장구에 대한 DC와 워너브라더스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배트맨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서두는 1981년 브루스의 부모의 죽음으로 장식됩니다. 권총강도에 의해 브루스의 아버지 토마스와 어머니 마사는 존 부어만 감독의 영화 ‘엑스칼리버’가 상영 중인 극장 앞에서 살해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엑스칼리버’의 주인공 아서에 부르스가 비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장 벽에는 만화가 밥 케인의 배트맨 창조에 영향을 준 영화 ‘조로’의 포스터도 걸려 있습니다.

브루스는 부모의 묘지가 있는 숲에서 박쥐 떼를 처음 만납니다. 우물에 빠져 박쥐 떼를 만난 뒤 아버지에 의해 구출된 어린 시절을 묘사한 ‘배트맨 비긴즈’와는 차별화되는 설정입니다. 장례식 장면에는 젊은 집사 알프레드(제레미 아이언스 분)도 보입니다. 알프레드는 중년의 브루스에게도 잔소리꾼 아버지와 같은 위치를 유지합니다.

새로운 배트맨의 등장과 더불어 배트맨이 슈퍼맨을 공격하는 줄거리로 인해 중반까지는 배트맨보다는 슈퍼맨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제목이 ‘슈퍼맨 대 배트맨(Superman v Batman’이 아닌 ‘배트맨 대 슈퍼맨(Batman v Superman)’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배우의 이름값이 헨리 카빌보다 벤 애플렉이 앞서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트모빌과 배트플레인의 존재감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 비하면 못 미칩니다. 배트사이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가면 사이로 드러난 거뭇거뭇한 턱수염이 암시하듯 ‘배트맨 대 슈퍼맨’의 배트맨은 나이가 들고 지친 인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배트맨/브루스는 고독한 캐릭터이지만 알프레드 외에는 그와 친숙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 외로움을 가중시킵니다. 동침하는 여성은 있어도 연인은 없습니다. 그의 내면의 암울함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의 배트맨보다 짙은 듯 보입니다.

슈퍼맨

고담의 지척에 위치한 메트로폴리스의 슈퍼맨/클라크 켄트는 외형적으로는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동료이자 연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과는 동거 중입니다. ‘맨 오브 스틸’에 등장했던 스완윅(해리 레닉스 분)과 슈퍼맨의 잘 생긴 외모에 반했던 스완익의 비서 캐리 패리스(크리스티나 렌 분)도 재등장합니다.

하지만 렉스가 막대한 재력을 활용하고 정치권을 동원해 슈퍼맨을 옥죄는 음모를 꾸밉니다. 배트맨/브루스도 그를 적대시합니다.

신에 비견되는 초능력을 보유한 외계인이지만 지나치게 선하고 고지식한 심성으로 인해 항상 방어적이며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슈퍼맨의 특성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시티스의 시작’의 오락성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는 자신이 움직일 때마다 무고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친다는 사실에 고뇌하고 있습니다.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았던 4편의 슈퍼맨과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의 부드러움과 유머 감각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53분으로 러닝 타임이 길지만 관객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렉스는 클라크의 어머니 마사(다이안 레인 분)를 납치해 슈퍼맨에게 배트맨과의 결투를 강요합니다. 슈퍼맨은 렉스의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슈퍼맨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배트맨에 의해 슈퍼맨은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립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배트맨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어머니의 이름이 ‘마사’로 일치한 것은 두 사람이 한 편이 되는 계기가 됩니다. 배트맨이 마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렉스의 부하들을 제압한 뒤에는 결말까지의 주인공은 배트맨에서 슈퍼맨으로 이행됩니다.

원더우먼

또 다른 주인공은 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분)입니다. 그녀는 브루스와 클라크가 첫 대면한 렉스의 파티에 첫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명색이 신문 기자인 클라크가 재벌 브루스를 모르는 연출은 어색합니다.

렉스가 조드 장군의 사체와 자신의 피, 그리고 크립톤 과학기술의 연금술로 강적 둠스데이를 탄생시키자 원더우먼은 결정적 순간에 출현해 특유의 팔찌로 배트맨과 슈퍼맨을 구원합니다. 둠스데이는 헐크와 ‘반지의 제왕’의 우르크하이를 합친 듯한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모체인 조드 장군의 흔적은 외형상으로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원더우먼은 슈퍼맨과 짝을 이뤄 둠스데이를 저지하는데 배트맨이 끼어들 여지는 사실상 없습니다. 신과 다를 바 없는 슈퍼맨 및 원더우먼과 인간인 배트맨의 능력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브루스가 빼돌린 렉스의 메타휴먼 자료에 의하면 원더우먼은 1918년으로부터 하나도 나이를 먹지 않은 외모입니다. 이 장면에 처음 삽입되는 원더우먼의 테마 음악 ‘Is She with You?’는 전반적으로 둔중한 배경 음악 속에서 날카로운 전기 기타 연주로 인해 뚜렷이 차별화됩니다. 원더우먼은 “1918년 이후 인간 세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대사로 린다 카터가 연기했던 TV 시리즈와는 선을 긋습니다.

갤 가돗의 캐스팅과 세련된 분장 및 의상은 원더우먼의 21세기 첫 스크린 나들이에 잘 어울립니다. 등장 분량은 많지 않지만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해 내년 개봉 예정인 원더우먼 단독 주연 영화 ‘원더우먼’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킵니다.

메타휴먼

원더우먼과 함께 3명의 메타휴먼의 존재가 제시됩니다. 플래시(에즈라 밀러 분),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 사이보그(레이 피셔 분)입니다. 향후 아쿠아맨과 사이보그의 단독 영화는 물론 DC의 슈퍼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예고편 격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2011년에 개봉되었으나 흥행에 참패한 ‘그린 랜턴’의 타이틀 롤 그린 랜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이보그를 탄생시킨 그의 아버지 실라스 박사로는 조 모튼이 출연했습니다. 그는 ‘터미네이터 2’에서 스카이넷을 탄생시킨 천재 개발자 마일즈 다이슨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슈퍼맨의 학창 시절을 묘사한 드라마 ‘스몰빌’에는 스티븐 해밀턴 박사로 등장해 클라크와 인연을 맺은 바 있어 DC 세계관의 영상 작품에 두 개의 캐릭터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 페리 화이트(로렌스 피시번 분)는 클라크와의 회의 도중 클라크의 고향 스몰빌을 언급합니다.

장례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은 물론 내적 갈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배트맨은 악에 맞서는 자경 사업에 지쳐있습니다. 슈퍼맨은 선의에서 비롯된 인류에 대한 도움이 증오와 희생을 야기하자 고뇌에 시달립니다. 두 주인공은 싸움을 즐기기는커녕 마음 편히 자신의 능력조차 펼치지 못합니다. 액션 장면의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파멸적이어서 힘이 넘치지만 아기자기함은 부족합니다. IMAX 3D는 3D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마블과는 다른 DC 특유의 묵직함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는 가득합니다. 일부 관객들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 요구하는 오락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묵직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수용되는 관객도 있을 것입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대결해야만 하는 이유와 과정을 꼼꼼하고 치밀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묵직함이 극에 달하는 장면은 슈퍼맨의 자기희생입니다. 그는 둠스데이를 말살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합니다. 둠스데이의 출현은 슈퍼맨/칼엘이 지구에 도착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슈퍼맨 2’에서 슈퍼맨의 죽음이 야기하는 상황을 잠시 묘사한 바 있으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의 죽음과 장례식을 본격적으로 묘사합니다. 따라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장례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마무리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스티스의 시작(Dawn of Justice)’이라는 부제를 갖춘 영화가 저스티스 리그의 필수불가결의 존재 슈퍼맨의 죽음으로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슈퍼맨의 부활은 암시됩니다. 슈퍼맨의 죽음 이후 긴 러닝 타임이 할애되는 이유는 슈퍼맨의 부활을 극적으로 돋보이게 하려는 연출 의도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긴 러닝 타임을 감안하면 슈퍼맨의 죽음부터 부활까지는 보다 압축된 편집이 바람직했을 것입니다.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은 없습니다.

1978년 작 ‘슈퍼맨’의 오마주

원작 만화 및 과거의 영화와 관련된 설정은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페리는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이 1938년에 설립되었다는 대사를 남깁니다. 1938년은 ‘액션 코믹스 1’을 통해 슈퍼맨이 처음으로 등장한 년도입니다.

데일리 플래닛의 대주주는 브루스입니다. 그는 데일리 플래닛과 로이스의 슈퍼맨에 대한 시종일관 우호적인 논조를 의심합니다. 클라크는 배트맨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일리 플래닛의 보도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렉스는 슈퍼맨을 소환하기 위해 로이스를 자신의 고층빌딩에서 추락시킵니다. 당연히 슈퍼맨이 나타나 로이스를 구출합니다. 고층빌딩에서 추락하는 로이스를 슈퍼맨이 나타나 구출하는 장면은 1978년 작 ‘슈퍼맨’의 오마주입니다.

대배우 진 해크만과 케빈 스페이스가 연기했던 렉스를 물려받은 제시 아이젠버그는 새로운 이미지의 젊고 경박한 IT 재벌과 같은 렉스를 구축합니다. 2010년 작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가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를 연기했음을 상기시킵니다. 렉스 본연의 대머리는 그가 결말에서 교도소에서 수감되면서 삭발하면서 제시됩니다.

맨 오브 스틸’에 사망했던 클라크의 아버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는 클라크의 환상에 잠시 등장합니다. 그는 랭 집안의 목장을 언급해 클라크의 어린 시절 첫 사랑 라나 랭을 떠올리게 합니다.

슈퍼맨의 존재에 대한 언론의 보도 장면에는 CNN의 현직 앵커 앤더슨 쿠퍼가 출연합니다. 그는 ‘채피’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로 널리 알려진 천문학자 닐 타이슨도 출연합니다.

[CD 지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CD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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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태천 2016/03/26 21:47 #

    네번째 문단 말미에 '초조함이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씀은 다른 분들도 적잖이 느끼셨을 듯합니다. 저도 오늘 관람하고 거의 끝나갈 때 떠오른 생각이 'DC가 마블 따라잡으려고 초조해하다가 사단을 냈구나...;;'였습니...(먼산)
  • 잠본이 2016/03/28 17:14 #

    꼼꼼하고 치밀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워낙 풀어내야 할 게 많아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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