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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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고인 - 중국의 급격한 변화, 남는 건 인연 뿐 영화

※ 본 포스팅은 ‘산하고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타오(자오타오 분)는 학창 시절 동기 진솅(장역 분)과 리앙즈(양경동 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부유한 진솅의 적극적인 구애로 인해 타오는 진솅과 결혼합니다. 탄광노동자 리앙즈는 진솅의 농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납니다.

3부작 구성

지아장커 감독의 ‘산하고인’은 중국 서북부 산시 성 펀양 시를 주된 공간적 배경으로 합니다. 탄광촌 펀양은 지아장커의 2007년 작 다큐멘터리 ‘무용’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제목 ‘산하고인’은 주인공 타오가 연말연시의 마을 축제에서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서 뜻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산(山)과 강(河)으로 둘러싸인 펀양의 옛사람(故人)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산하고인’은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서사시입니다. 밀레니엄을 전후로 여성의 삶과 사랑을 묘사한 서사시라는 점에서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2001년 작 ‘밀레니엄 맘보’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산하고인’은 3개의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3부작 구성입니다. 1부는 과거를 상징하는 4:3 화면비의 1999년입니다. 타오가 진솅과 결혼해 아들 달러를 낳는 2007년까지를 묘사합니다.

2부는 서두로부터 약 50여 분 이후 뒤늦게 삽입되는 타이틀 시퀀스와 함께 시작됩니다. 2014년을 배경으로 현재를 상징하는 1.85:1의 화면비로 바뀝니다. 1부의 타오와 진솅의 대화에서 애견의 수명으로 언급되는 15년 후입니다.

2부의 초반은 리앙즈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타향살이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낳은 리앙즈이지만 오랜 탄광 노동으로 인해 폐암에 걸립니다. 그는 펀양으로 귀향해 진솅과 이혼한 타오로부터 거액의 치료비를 건네받습니다. 이후 다시 주인공 타오의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리앙즈는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심지어 생사조차 언급되지 않습니다. 타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망했으리라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타오의 아버지의 급사로 인해 7세가 된 달러가 아버지 진솅과 함께 살던 상하이로부터 펀양으로 옵니다. 타오와 달러의 마지막 만남입니다.

3부는 2025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화면비는 2.35:1로 변화합니다. 달러(동자건 분)는 진솅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지만 부자관계는 매우 소원합니다. 영어를 거의 모르는 진솅과 달리 달러는 영어만 사용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대화가 사라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졌습니다. 2부에 목소리만 등장했던 진솅의 새로운 아내, 혹은 동거녀와 진솅은 이별한 상태입니다.

달러는 여교사 미아(장애가 분)에 친근함을 느낍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반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아는 달러에 어머니를 찾을 것을 권유합니다.

3부에 내내 등장하지 않았던 타오는 결말에 등장해 서두와 마찬가지로 펫 샵 보이즈 ‘Go West’에 맞춰 춤을 춥니다. 군무의 중심에 섰던 26년 전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춤입니다. 수미상관에 흡사한 연출입니다. 달러가 타오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찾아왔는지 여부는 생략됩니다.

만두와 열쇠

‘산하고인’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소품이 등장합니다. 만두와 열쇠입니다. 1부에서 타오는 리앙즈와 함께 만두를 나눠먹습니다. 진솅은 노골적인 질투를 드러냅니다. 이 장면에서 ‘Go West’와 더불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곡인 엽천문의 ‘진중(珍重)’이 처음으로 제시됩니다.

2부에서 타오는 달러에 만두를 직접 빚어 먹입니다. 모자관계가 가까워졌음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3부에서 달러는 미아의 집에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식당의 만두를 배달하며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타오는 11년 전 달러에 만들어 먹였던 만두를 다시 만듭니다. 중국에서 명절에 먹는 음식 만두를 통해 ‘산하고인’은 특별한 인연을 상징합니다.

또 하나의 소품 열쇠는 리앙즈가 펀양을 떠날 때 처음 제시됩니다. 리앙즈는 타오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집 열쇠를 내던지고 떠납니다. 15년 뒤 귀향한 리앙즈는 열쇠가 없어 자물쇠를 망치로 박살낸 뒤 집 안에 들어옵니다. 타오는 리앙즈가 내던진 열쇠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타오는 달러에게 자신의 집 열쇠를 선물합니다. 언제든지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입니다. 3부에서 달러는 타오로부터 받은 열쇠를 목걸이로 만들어 소중히 간직한 채 그 의미를 비밀로 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타인의 마음의 문을 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생뚱맞은 요소

현재 중국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가운데 생뚱맞게 UFO가 등장했던 ‘스틸 라이프’와 마찬가지로 ‘산하고인’에도 생뚱맞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 사랑으로 인해 갈등하는 타오의 앞에 씨를 뿌리던 비행기가 추락합니다. 라디오 뉴스를 삽입해 그 의미가 제시되지만 CG의 흔적이 두드러져 시각적으로 부자연스럽습니다. 2부에는 비행기가 추락한 자리에서 제사를 지내는 유가족이 등장합니다. 극중에서만큼은 비행기의 존재가 거짓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에 비해 3부는 미래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SF의 요소는 스마트폰, 태블릿, 홈오토메이션 정도로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과 그들이 이끌어가는 서사에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로 읽힙니다.

또 하나는 청룡언월도를 든 소년입니다. 리앙즈의 탄광 장면을 비롯해 관우의 상이 소품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해 중국인의 기복 신앙을 상징합니다. 청룡언월도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소년은 관우를 상징합니다. 극중 등장인물이나 엑스트라 누구도 청룡언월도를 든 소년을 어색하게 바라보지 않아 더욱 생뚱맞습니다.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응시

‘산하고인’은 지아장커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비판적 시각으로 응시합니다. 자본주의의 침투 과정에서 인연과 사랑은 사라지고 가족은 해체됩니다. 리앙즈의 비극과 탄광업의 쇠퇴는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20세기 산업화가 종료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진솅이 아들의 이름을 ‘달러’로 짓는 것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를 뜻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통해 타오가 진솅이든 리앙즈든 누구를 택했어도 행복해지기는 어려웠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타오의 유일한 위안은 아들과 애견뿐입니다. 중국의 변화가 국민에 행복을 제공하지 못했음을 비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산하고인’은 매우 통속적인 요소인 삼각관계와 부모자식관계를 우아하고 절제 있게 표현합니다. 배경 음악 또한 차분함을 잃지 않습니다.

중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또 다른 요소는 2개의 삽입곡입니다. ‘Go West’는 팝송이며 ‘진중’은 광둥어 노래입니다. 중국인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곡이 중국어 노래가 아닌 팝송과 광둥어 노래라는 점에서 중국의 피할 수 없었던 개방을 상징합니다.

기차의 의미

중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기차를 통해 상징됩니다. 타오는 기차간에서 아버지에게 진솅과 사귀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아버지는 진솅의 됨됨이를 알고 있는 듯 시큰둥해합니다.

2부에서 리앙즈는 펀양으로 귀향하며 기차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는 고속열차가 쌩하니 지나는 것을 지켜볼 뿐 이용할 처지는 못 됩니다. 대신 완행열차에 병든 몸과 가족을 싣습니다. 고속열차라는 신문물로부터 노동자가 소외되었음을 상징합니다.

구세대인 타오의 아버지는 기차역에서 객사하는 처지입니다. 20세기의 종말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때마침 승려들이 곁에서 확인한 뒤 합장하는 연출은 작위적입니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달러는 타오에 담배를 끊을 것을 권하는데 그들의 뒤로는 기차가 고가철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타오는 달러에게 뿌리가 무엇인지 되새기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가 객사했던 기차역에 들릅니다. 달러가 펀양에서 상하이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오는 달러와 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완행열차를 이용하는 등 느린 여정을 선택합니다.

3부의 시작도 열차로 장식됩니다. 달러와 미아가 만나는 공간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열차 내부입니다.

기차는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활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기차가 지나온 곳들을 뒤로 하듯 인간은 과거와 현재에만 머무르지 못한 채 미래로 등 떠밀리듯 움직입니다. 기차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지만 과거의 인연과 이별하기도 합니다.

스틸 라이프 - 외줄타기 삶은 계속된다
무용 - 현대 중국인 삶의 세 층위의 극단적 대비
24시티 - 진실성 반감시킨 페이크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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