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KBO 야매카툰/kt wiz 야매카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tominodijeh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룸 - 탄탄한 드라마, 각본 배분 인상적 영화

※ 본 포스팅은 ‘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년 사내 닉(션 브리저스 분)에 납치되어 작은 창고에 감금된 젊은 여성 조이(브리 라슨 분)는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 분)을 낳습니다. 조이의 양육에 의해 자라난 잭은 5세가 될 때까지 바깥세상과 접촉하지 못합니다. 조이는 잭을 탈출시키려 준비합니다.

범죄 스릴러 요소가 기본이나…

‘룸’은 실화에 착안한 엠마 도노휴의 동명의 소설을 레니 에이브람슨 감독이 영화화했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24년 간 감금하고 성폭행해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오스트리아의 충격적 실화가 소설 ‘룸’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영화 ‘룸’은 기본적으로 범죄 스릴러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잔혹한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해 관객의 시선을 표피적으로 잡아두려 하지는 않습니다. 폐소공포증을 자극하는 측면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과정과 후일담에 대한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탄탄한 드라마에 보다 가깝습니다.

절반으로 나뉜 러닝 타임

‘룸’은 각본의 배분도 인상적입니다. ‘빠삐용’, ‘쇼생크 탈출’과 같이 감금과 탈출을 소재로 한 상당수 영화들은 오랜 감금 생활의 고통에 90% 이상의 러닝 타임을 할애한 뒤 주인공의 탈출로 결말을 맺습니다. 탈출을 통한 자유의 쟁취가 해피엔딩과 동격으로 취급되어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룸’은 118분의 러닝 타임 중 절반은 약 1시간만 감금 생활에 할애합니다. 유일한 공간적 배경 ‘룸’에서 잭과 조이, 그리고 닉만이 등장하기에 아기자기한 연극적 요소도 엿보입니다.

나머지 절반의 러닝 타임은 극적인 탈출 이후에 초점을 맞춥니다. 탈출이 관객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만 이후 잭과 조이가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별개이자 막막한 일입니다. 하이에나와 같은 언론의 관심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년 간 범죄의 희생양이 된 잭과 조이 모두 트라우마에 시달려 다른 가족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의사의 대사처럼 어린 잭은 플라스틱과 같아 금세 적응하지만 성폭행 범죄의 희생양이 된 조이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룸’은 범죄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은 가해자의 범죄 행위가 종결되는 순간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음을 일깨웁니다.

가족과 인간관계의 소중함

잭과 조이의 치유를 위해 조이의 어머니 낸시(조앤 앨런 분)와 낸시의 동거인 레오(톰 맥카무스 분)가 애쓰는 전개는 미국 특유의 가족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성폭행으로 인한 조이의 출산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못하는 조이의 생부 로버트(윌리엄 H. 메이시 분)와 달리 잭과 혈연관계가 없는 레오가 잭과 가까워지는 전개는 흥미롭습니다. ‘룸’은 자유 못지않게 가족과 인간관계가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인간이란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고 고립된 채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합니다.

잭은 5년 동안 갇힌 채 자란 창고이자 세상 그 자체였던 룸에 대한 강박증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습니다. 조이가 가지고 놀라고 준 레고 브릭으로 잭은 창고의 외형을 재현합니다. 결말에서 잭의 의사에 따라 조이가 동반해 룸을 방문하게 됩니다. 잭과 조이가 룸에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은 감금의 트라우마로부터의 해방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금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것이 쉬운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소년의 시점

‘룸’이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조이가 아닌 잭의 시점에서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5세 소년 잭은 부정확한 화자이지만 동시에 순수한 화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닉이 가끔 룸에 들를 때 벽장 안에 들어간 ‘감금 속의 감금 상태’이기에 닉과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습니다. ‘룸’이 구체적 섹스 묘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잭과 조이의 현 상황과 탈출 시도가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의해 동화적으로 비유되는 것도 잭이 어린이이기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나고 자란 잭은 청각과 후각에 극도로 예민합니다. 조이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잭이 바깥세상을 처음 접할 때 엄청난 경이와 마주합니다. 세상의 소중함을 소년의 시점을 통해 강조합니다. ‘룸’을 통해 조이 역의 브리 라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잭을 깜찍하게 연기한 미소년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잭은 아버지로부터 감금 및 학대에 시달린 어린이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백일하에 노출되고 있는 부모의 아동 학대 및 살해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프랭크 - 가면 쓴 마이클 패스벤더, 압권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