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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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 캐릭터와 지역성 돋보여 영화

※ 본 포스팅은 ‘스포트라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문사 ‘보스턴 글러브’에 새로 부임한 편집국장 마틴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은 집중취재부서 ‘스포트라이트’에 천주교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칠 것을 지시합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장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 분)을 비롯한 4명의 팀원은 보스턴 대주교가 개입된 조직적 은폐 정황을 밝혀냅니다.  

신문사 집중취재부서의 실화

톰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보스턴을 배경으로 아동 성추행을 자행한 신부들과 이를 은폐한 천주교단의 행태를 고발한 신문사 집중취재부서의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올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거대 종교 권력에 맞선 언론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스포트라이트’는 다큐멘터리의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함을 잃지 않으며 감정이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사가 많고 속도감 넘치는 편집으로 인해 스릴러와 같은 오락성도 갖추고 있으나 잔 기교는 부리지 않습니다. 하워드 쇼어가 음악을 맡았지만 영상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됩니다. 일간신문사에 속해 있으나 분리된 사무실을 사용하고 세태를 뒤쫓는 보도보다는 심도 있는 기획 취재로 승부하는 4인 구성의 타이틀 롤 스포트라이트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

‘스포트라이트’는 사실성 담보를 위해 화려한 캐스팅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부각시킵니다. 팀장 월터 로빈슨은 보스턴 토박이로 보스턴 글러브 사옥의 맞은편에 위치한 고교를 졸업했습니다. 그의 모교는 취재 과정에 등장해 중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 결정적인 제보를 짤막한 기사 작성을 통해 외면한 장본인이 바로 월터 로빈슨임이 밝혀지는 후반은 나름의 반전입니다.

스포트라이트 소속 기자 마이클 레젠데즈(마크 러팔로 분)는 포르투갈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의 보스턴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이질감은 추행당한 아동들을 변호하는 깐깐한 변호사이자 아르메니아 출신인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 분)과의 동질감으로 연결됩니다. 마이클 레젠데즈는 일에 중독되어 아내와 별거 중이지만 주변에는 알리지 않은 고독한 인물입니다. 마크 러팔로는 슈퍼 히어로 헐크보다는 ‘폭스캐처’에서 그랬듯 사실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편이 보다 어울립니다. 그는 구부정한 자라목과 삐딱한 시선으로 기자의 외양을 형상화합니다.

사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 분)는 스포라이트의 홍일점입니다. 마이클 레젠데즈와 함께 발로 뛰는 취재를 주로 맡습니다. 그들의 취재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도 같지만 결과적으로 보스턴 사회 전체가 입막음해온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미모를 가리고 진지한 여기자로 보이기 위해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노톤 의상으로 등장합니다.

의외로 인상적인 캐릭터는 신임 편집국장 마틴 배런입니다. 그는 외부자입니다. 가톨릭의 영향력이 강한 보스턴에 플로리다에서 온 유태인입니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는 것을 중시하는 천주교의 분위기와 달리 독신입니다. 보스턴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보스턴 레드 삭스로 유명하지만 그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틴 배런은 스포트라이트에 아동 성추행 취재의 최초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 성직자 개인의 일탈보다는 교단 체제의 오류를 확보할 것을 요구합니다.

리브 슈라이버는 선 굵은 외모와 당당한 체구로 인해 외양적이며 강인한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 그는 마틴 배런을 지적이고 과묵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구체화합니다. 초반부에 마틴 배런은 공명심에 사로잡힌 인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외압과 냉대 속에서도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지지를 꿋꿋이 견지합니다.

보스턴 지역성 부각

사실성 담보를 위해 ‘스포트라이트’는 공간적 배경 보스턴의 지역성을 부각시킵니다. 보스턴의 상징 레드 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등장인물들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대사 속에는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 선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매니 라미레즈도 언급됩니다.

보스턴 글러브의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도 부각됩니다. 스포트라이트가 신부들의 추행을 파헤치기 결코 쉽지 않은 구조임을 강조합니다. 보스턴 글러브의 실제 사옥은 물론 고풍스런 보스턴 시가지 곳곳도 등장합니다.

언론이 가야할 길

실화 소재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스포트라이트’도 자막으로 후일담이 제시됩니다. 그중에서도 책임자 버나드 로 추기경이 사실상 영전했음을 알리는 자막은 씁쓸합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 만연한 천주교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자막에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이 가야할 바른 길에 대한 정답을 내놓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월터 로빈슨이 자신들의 특종이 실린 신문을 운반하는 트럭의 출발을 새벽에 지켜보는 장면은 종이 신문의 시대가 가고 인터넷 시대로 급속히 이행된 현재에는 과거의 유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가 은폐한 범죄를 파헤치며 외압에 맞서 싸우는 언론의 책무는 시공간과 무관하게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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