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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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 미국 인종갈등에 던지는 디즈니의 메시지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주토피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찰을 꿈꿔온 토끼 주디는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한 뒤 주토피아의 경찰서에 배치됩니다. 주차 단속원으로 발령받은 주디는 사기꾼 여우 닉을 설득해 연쇄 실종 사건을 자의적으로 수사합니다.

토끼와 여우, 한 팀이 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맹수와 초식동물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물이 현실 세계의 인간 못지않은 능력을 지닌 세계관으로 ‘굿 다이노’의 설정과 유사합니다. ‘굿 다이노’에서 인간은 진화가 덜 되어 언어 사용이 불가능한 존재였는데 ‘주토피아’에서는 인간은 배제되어 있으며 인간과 친밀한 동물인 개와 고양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쥐는 주토피아 내부에 다른 동물들과는 독립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연쇄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초짜 경찰 토끼와 그녀를 돕는 사기꾼 여우입니다. 온 가족이 관람 가능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답게 코미디와 어드벤처를 기본으로 합니다.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두 주인공이 연쇄 실종 사건을 수사해 버디 무비 및 스릴러의 요소도 지니고 있습니다. 온순했던 맹수들이 흉포하게 돌변해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기에 ‘바이오하자드’와 같은 호러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주디와 닉이 갑자기 흉포해진 흑표범 만차스로부터 벗어난 뒤 케이블카에 탑승해 한숨 돌리는 전개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등의 호러 게임의 전형적 전개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토끼와 여우의 천적 관계인 주디와 닉은 성향이 다른 캐릭터가 한 팀을 이루는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합니다. 결말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합니다. 타인에 의존하지 않는 당찬 여성 주디와 나쁜 남자 닉의 콤비는 마치 ‘스타워즈’ 오리지널 삼부작의 레아와 한 솔로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혹시라도 ‘주토피아’의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주디와 닉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궁금해집니다. 주토피아가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공간이지만 종이 다른 동물이 결혼해 자식을 낳고 사는 모습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정관념을 극복하다

‘주토피아’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초점은 다소 다릅니다. 전반부는 주디와 닉이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토끼라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약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주디와 여우라서 거짓과 사기를 일삼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닉의 고군분투에 러닝 타임을 할애합니다.

주디의 대사 “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어(In Zootopia, anyone can be anything)”와 가젤 역을 맡은 샤키라가 부른 주제가 “무엇이든 시도해 봐요(Try Everything)”는 미국 사회는 개인의 능력이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반영했습니다. 사회 계급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고착화되어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극도의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청년층에게는 남의 일로만 보이지는 않을 듯합니다.

만차스로부터 벗어난 두 주인공이 케이블카에 함께 탑승해 잠시 침묵에 휩싸이는 장면은 상당히 어른스럽습니다. 침묵에 뒤이어 닉이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주디에 고백하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공통점을 확인한 두 사람은 후반부부터는 본격적인 팀워크를 과시하게 됩니다.

미국의 인종 갈등을 비판하다

후반부에서 주디와 닉은 주토피아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의 음모를 추적합니다. 누군가 맹수를 사납게 만들어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해 사회 분열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음모가가 누구인지 예상하는 것은 관객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토피아’의 주제의식입니다. 현재 미국 사회는 극심한 인종 갈등에 휘말려 있습니다. 백인 공권력과 흑인 민중 사이의 갈등이 폭발해 희생자까지 속출했습니다.

주토피아의 외양은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에서 출발해 작년 실사 영화 개봉으로 이어진 ‘투모로우랜드’와 흡사합니다. 주디가 주토피아에 처음으로 입성하는 장면에서 도시 전체의 풍경을 압도적으로 묘사하며 그녀가 놀라는 연출은 ‘투모로우랜드’에서 투모로우랜드의 압도적 전모를 처음으로 묘사하며 여주인공 케이시가 놀라는 연출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투모로우랜드’와 ‘주토피아’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며 올바름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주토피아의 대도시 ‘1번가(1st Precinct)’는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이자 전 세계 최고의 대도시 뉴욕을 상징합니다. ‘동물들의 유토피아(Utopia)’를 의미하는 ‘주토피아(Zootopia)’는 ‘인종의 용광로’ 미국을 상징합니다. 주토피아 경찰(ZPD)은 뉴욕 경찰(New York City Police Department)을 ‘NYPD’ 등으로 줄여 부르는 방식을 답습했습니다. 뉴스 채널 또한 CNN(The Cable News Network)을 패러디한 ‘ZNN’인 것은 주토피아가 곧 미국 사회의 은유임을 드러내는 단서입니다.

‘주토피아’의 동물들 간의 갈등은 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과시한 주디와 닉 콤비 활약에 의해 해결됩니다.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이 화합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분명히 합니다.

디즈니가 교훈 차원의 주제의식을 제시한 작품은 많았으나 현실 문제에 목소리를 낸 적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므로 ‘주토피아’는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선구적인 디즈니의 작품입니다. 주토피아가 진정한 동물들의 유토피아로 거듭났듯이 미국 또한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종적 화합을 통해 현실의 유토피아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제의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주토피아’는 어린이보다는 청년층 관객이 더욱 좋아할 만한, 재미와 주제의식을 동시에 갖춘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플래시와 미스터 빅

조연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나무늘보 플래시와 북극뒤쥐 미스터 빅입니다. 두 캐릭터는 역설적 작명이라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늘보로서 말과 행동이 엄청나게 느리지만 빠른 이미지의 ‘플래시(Flash)’, 일반적인 쥐보다 더욱 작은 북극뒤쥐이지만 암흑가를 휘어잡는 마피아 보스로서 ‘미스터 빅(Mr. Big)’을 이름으로 합니다.

플래시는 공무원의 관료주의를 가볍게 풍자하기 위한 캐릭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스터 빅과 그의 딸 프루프루 부녀는 ‘대부’의 비토 꼴레오네와 그의 딸 코니 부녀의 패러디입니다. 특히 미스터 빅을 연기한 모리스 라마시는 돈 꼴레오네를 연기한 생전의 말론 브란도를 완벽하게 성대모사 합니다.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의 표정 및 동작 작화에 전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갖춘 디즈니답게 ‘주토피아’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신기하리만치 깜찍합니다.

디테일도 흥밋거리

꼼꼼한 디테일은 흥미를 배가시킵니다. 주디의 고향 마을 ‘토끼굴(Bunnyburrow, 한글 자막은 ‘버니빌’로 번역)’은 토끼의 왕성한 번식력을 반영해 인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 중임을 드러내는 표지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디의 부모가 낳은 주디의 형제는 그 수가 수백이나 됩니다.

주디의 휴대 전화에는 애플의 로고를 패러디해 홍당무를 한 입 베어 문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맹수의 태블릿에는 그의 발자국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물들이 즐겨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컵은 ‘SNARLBUCKS COFFEE’로 스타벅스(STARBUCKS COFFEE)의 패러디입니다.

이드리스 엘바가 목소리를 연기한 경찰서의 보고 서장은 주디를 상대로 디즈니 최고의 히트작 ‘겨울왕국’의 줄거리를 요약한 뒤 “Let it go”를 외칩니다. 하지만 한글 자막으로는 원 대사의 뜻을 살려 번역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노점에서 판매되는 불법 복제 동영상은 ‘빅 히어로(Big Hero 6)’를 패러디한 ‘픽 히어로(Pig Hero 6)’ 등 전부 디즈니의 작품을 기초로 합니다. 닉과 주디가 흉포해진 동물들을 감금하는 시설로부터 변기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은 ‘니모를 찾아서’를 연상시킵니다. 두 번에 걸친 경찰학교 장면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디즈니의 전통인 단편 애니메이션은 ‘주토피아’에는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의 초반에는 가젤의 노래와 공연이 삽입되나 이후 엔딩 크레딧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추가 장면을 비롯한 특별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봄푸 2016/03/10 02:14 # 삭제

    재밋게 읽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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